- 안선유 -
저 언덕의
이름 모를 들꽃
수많은 들꽃 중 하나로 서서
후회도 없이 고뇌도 없이
그렇게 하루를 살고 싶었네
자주 흔들려도 나무라는 이 없이
바람에 나비에 휘청여도 흠될 일 없이
혹은 꺾어지고 버려져도 나의 죄가 아니며
오로지 서 있기만 해도
꽃이라 찬탄 받는다네
세상사 모든 일이 흘러와
나를 지나치거나 관통한다 해도
나는 나일 뿐
나는 꽃일 뿐
존재와 의미를 꾸짖는 이도 없이
저 언덕의 들꽃으로 서서
종일 다리가 아픈 것도 모르고
한곳에 서서도 온 세상을 누리며
그렇게 매일을 살고 싶었네
2023년 2월 23일/ 목요일
어릴때
흔들리는 것은
줏대없는 인간이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무수히 흔들려야
겨우 한 몫을 지킬 수 있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도 꽃잎도
흔들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어요
어느날 그 사람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꾸짖지 말고 지켜봐주세요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흔들리고 있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