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승 -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2023년 3월 7일/ 화요일
사람은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살 수 없기에
다양한 재료
다양한 요리
다양한 양념이
모두 필요하죠
외로움도 그럴 거에요
내가 너를 이해하고
네가 나를 받아들이는
그 기적의 순간은
평소
'외로움'이라는 양념을
맛본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