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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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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Apr 03. 2023

하루 인생 13

조금은 늦어도 괜찮아

오랜만이다. 태생적으로 느긋한 사람이라 남들보다 느리게 보고 느릿한 호흡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하루 인생에도 뒤늦은 방문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이런 내가 좋다가도 싫다. 그래도 다시 찾은 이곳에 오니 지난날의 내가 있어 정겹다. 남 의식 안 하고 주절주절 하루의 기억을 담아보고자 시작한 글놀이인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켜켜이 쌓여 '지난날'이라 말할 만큼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내온 과거를 통해 잘 살아가고 있구나 싶은 위안이 되는 것 같아 마음에 작은 안심이 든다. 역시 무언가를 스스로 생각해 내고 기록한다는 것은 무형의 것을 붙잡아두는 힘인가 보다. 사진도 좋지만 역시 난 글이 주는 단정함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다시 봄이 찾아왔다. 1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고마웠던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용기'였다. 돌아보면 용기보다 비겁했던 시절이 더 많았던 거 같은데, 이런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마음이 싹을 틔웠나 보다. 이유를 찾자면 여러 곳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용감하게 하루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에게 더 많은 자양분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어오는 바람, 따사로운 햇살, 너무 차지도, 매섭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수분까지. 누군가 쉽게 말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그 말이 때론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경우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안에 잠식하고 있는 나만 아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 두려움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지난해 봄 용기를 내준 나 스스로에게 고맙다고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용기는 줄어들고 두려움은 증식해 간다.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여럿 방법이 있겠지만 감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늘 비축해 둬야 한다. 어쩌면 나에겐 이러한 하루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과거와 미래의 지평선 아래에서 현재를 올곧이 살아내는 용기일 것이다.



조만간 새로운 도시로 떠나게 된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도시가 주는 적응의 시간 안에서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만나 새롭다고 느끼는 황홀한 경험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지점도 이와 같다. 기존의 경험을 허물고 새로움이라는 명분 아래 다시 살아내는 순간들. 두려움은 머물러 있을 때 더욱 커지는 법이다. 더뎌도 괜찮다. 늘 빠르게 살아왔다면 한 번쯤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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