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 인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교육가 안용세 Apr 03. 2023

하루 인생 14

손에 잡힐 만큼만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를 했다. 이전의 것들과 결별을 했고 간직한 채 여전히 나와 함께 하는 것이 한데 어우러져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부터 약 3개월 간 나는 토론토에 머문다. 기대와 이상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앞으로 펼쳐질 많은 일들이 예상된다. 1년 전 이곳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했지만,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그 시간들 덕분에 한결 더 나은 환경에서 익숙함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커다란 세상에 온 기분이다. 일부여도 괜찮으니 오롯이 그 시간에 머물다 돌아가고 싶다. 익숙해진다는 건 마음의 안식이지만 그만큼 기대에 부푼 것들에 생채기가 생기고 상처가 아물어 가는 긴  시간 속에 머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고, 서툴러도 괜찮다.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내가 해내야 하는 것들만 해낼 수 있다면 덜 익숙해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


약 1년 365일의 시간을 살았고, 지나와 생각해 보면 전부 다 소화해내지 못할 만큼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하는 후회도 여전히 남는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 기대에 부푼 꿈까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웃고 울었던 지난날의 시간들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아침이 밝아오면 빼놓지 않고 하는 의식의 동작이 있다. 눈을 여전히 감은 채로 바른 자세로 앉는다. 그리곤 양팔을 곧게 뻗고 무릎 위에 얹은 뒤 손바닥을 길게 쭉 폈다, 오므렸다를 반복한다.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 오늘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하루. 내일은 오늘의 내가 걸어갈 보물 같은 선물.


너무 과하게 크지도, 그렇다고 마냥 작지만도 않은 손바닥의 크기만큼만 살아가자. 비워내고 덜어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양손에 꼭 맞는 혹은 꽉 잡힐 만큼의 무언가가 내 눈앞에 놓여있을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