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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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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May 01. 2023

하루 인생 16

작은 존재

오랜만에 아이들 생각이 났다. 토론토에서 약 한 달이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다시 4월을 맞이했다. 봄빛으로 가득하다 말하기엔 아직은 조금 이른 이곳에서 아이들을 기억해 본다. 그간의 시간을 더듬어보면 이 낯선 타지에서 그래도 무언가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던 것 같다. 지역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청소년 드라마 축제에 참여했고 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공연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자원봉사자로 참여를 했다. 먼발치에서 빛나는 눈동자, 설레는 움직임,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지만 미묘한 듯 빗겨나가 있는 그들만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이 자아 난다. 분명 나 또한 언젠가 한 번쯤 경험해 봄직한 일들인데 청소년 시기에 하게 되는 경험은 그 결도, 모양새도 각양각색인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가늠하게 해주는 핀 포인트 해가 있을 것이다. 가장 긴밀하게 본인의 태어난 날이 그러할 것이며, 보편, 타당하게 역사적으로 주요한 의미의 해 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나에게 한 해를 돌아보고 아이들의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기억의 시간은 9년 간 지속되고 있다. 9년이란 지표를 정확하게 표시해 두었기에 언제나 돌아설 수 있다. 그 당시 내가 느꼈을 부당함, 억울함, 참혹함과 무력함을 잊게 되는 때마다 빨갛게 표시된 내 안의 핀 포인트는 밝게 빛내며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도와준다. 기억해야 한다.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이라는 숫자가 하나, 둘 속도를 내며 늘어가는데 진심 어린 마음과 지속적인 행위가 동반되지 않을까 때론 두렵다. 아마도 타지에서 홀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함께 나누고 고민할 누군가의 숨결이 아쉬움으로 남는가 보다.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멀어진 이곳에서 나라는 작은 존재에 관하여 다시금 되뇌어본다. 그리고 그 작은 존재가 등불을 들고 만들어낸 새 세상에 관하여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작지만 뜨겁던 시간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시간들이 모여 이룩한 한국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리 내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바라보고 있는가. 혹여 그들의 바람이 짓밟히진 않을까, 한번 돌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든 쳇바퀴 안으로 우리 사회가 그들을 욱여넣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심이 든다. 


이곳에서 태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페루, 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국가의 청소년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삶에 대한 찬양과 환희는 자못 한국의 청소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켜내야 한다. 우리의 작은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그리고 청소년이 자아내는 그 미묘한 질문과 표정과 표현들을 지지해 주고 함께 고민하며 곁에 있어주는 것이야말로 작은 존재로서 살아가는 삶의 커다란 의미이다.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10주년이 되는 내년에도 내 작은 등불은 활활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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