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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으면 왜 썩어?

국민학교에 다니는 동생이 고등학생 형에게 물었다.

여유로운 일요일 오전 책을 읽다 문득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왔다.

사람은 죽게 되면 그 모습이 순식간에 변하게 될까? 그렇다면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게 되는 건 아닐까? 아직 가까운 이의 죽음을 제대로 본 경험이 없기에 알 수가 없었다.


문득 어릴 적 형에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행님아~ 사람이 죽으면 왜 썩는데?”
갑작스런 막내 동생의 질문에 형은 한참을 생각하다 말했다.
“음… 사람 몸엔 박테리아라는 게 있는데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엔 혈액이 돌아서 몸에 못 돌아다니다가 죽고 나면 박테리아가 온몸을 썩게 만든다이가”
“그라믄 살아있을 땐 박테리아가 몸에 못 돌아다니나?”
“응, 피가 빨리 돌아서 혈관 못 건너온다”
“다행이네”


왜 저런 질문을 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당시에 티비를 보다가 궁금증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질문만은 선명하게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열 살쯤 된 어린 막내동생에게 친절히 설명해주던 큰 형의 기억도 따스하게 남아있다. 그 시절 사춘기를 막 지난 큰 형의 기억이.


지금 내가 저 질문에 답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국민학교 저학년의 내게 말이다.


해부학과 생리학을 배웠지만 잘 대답할 수 있을까?


‘음… 생명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는 만들어지거나 사라지는 거란다. 자전거처럼 달리지 않으면 서있을 수가 없어. 이걸 항상성이라고 하는데…’

결국은 혈액의 에너지 공급이고, 순환이다. 비록 단어 선택은 많아질지 몰라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삼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불가능할 것이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본다.

형은 어린 동생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면박 주지 않고 진지하게 설명해주었구나.


오전 독서에 발견한 글귀 하나에 흐뭇해지는 일요일이다.

진한 커피에 아무데나 펴놓고 대강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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