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독서 여행을 원한다면
아직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첫째는 어려서부터 아내를 닮아 독서 습관이 잡힌 듯한데, 둘째는 독서를 좋아하긴 하지만, 만화책 위주의 독서를 한다. 아마 나를 닮은 듯하다.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언제나 절감하고 있지만,
교수자인 나도 독서를 즐기지는 못하는 듯하다.
어느샌가 책 대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아이들이 이런 아빠를 더 닮기 전에 얼른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독서와 연관된 즐거운 추억을 주고 싶었다
그중 첫 번째 안이 도서관 여행.
우선은 경남 지역 내에 ‘지혜의 바다’ 같은 근사한 도서관을 찾아 독서를 하고, 인근의 맛집에 들러 식사를 한 후 다시 도서관에 들리는 일정이다.
두 번째 안은 가야산 독서당 정글북 예약.
여기서는 정말 멋진 도서관에서 맘껏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운이 좋으면 방갈로도 예약을 할 수 있다.
즉, 1박 2일의 독서 여행이 가능하다.
한 달쯤 전 아내와 독서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야산 독서당에 예약을 했던지라 운 좋게 1박 2일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주말엔 자리가 없어 평일 예약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 학교엔 체험학습 신청을 해야 했다.
합천에 위치한 가야산 독서당은 예전 가야초등학교의 옛터에 지어진 곳으로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운영을 한다. 자그만 초등학교에 지어진 독서당 건물은 참으로 세련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글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층으로 지어진 건물 내에는 여러 동물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각 공간마다 충분히 뒹굴거리며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 집도 아닌데 이렇게 럭셔리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다니
들어서는 초입부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아이들은 벌써 신이 났다. 덩달아 나도 신이 난다.
실내엔 수많은 동물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근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여기에 놓여있는 인형들은 작은 하나라도 예사롭지가 않다.
학교 건물 2층 대부분을 독서 공간으로 할애했기에 제법 많은 인원이 방문해도 넓은 공간을 향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지만, 늘 공간은 여유로워 보인다.
아이들과 한참의 독서를 하고 어느덧 도서관을 닫는 시각이 되어 예약한 방갈로로 향했다. 텅 빈 학교에서 1박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다. 책을 한참 빌려서 아이들과 방갈로로 향했다.
여긴 정말 독서에 진심이구나
방갈로에서 빌릴 책을 포장하며 받은 느낌이다. 정말 독서 관계자분들이 작심하고 독서 환경을 조성하면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참 감사한 마음이다.
방갈로 내부 역시 아늑하지만, 멋진 독서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곳이라면 절로 독서가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여긴 TV도 없다.
독서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다.
덕분에 나도 정화된 듯하다. 요즘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글쓰기를 미뤘었는데,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맘이 부쩍 올라온다.
오전에 다시 독서당에 들러 필사도 적어본다. 성인들을 위한 독서 공간도 충분하다.
우리 가족의 즐거운 독서 경험을 만들기에 가야산 독서당은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곳이다. 이 소중함을 널리 알려 전국에 많은 폐교 부지들이 이렇게 활용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