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에 적혀있다시피 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이야, 브런치에 '공동육아' 키워드만 검색해 보아도 수없이 나올 테니 그 글들에게 맡긴다. 필자가 이해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원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운영이 없는 대신 그만큼의 잉여가치를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곳? 정도이겠다. (따라서 공동육아보다는 협동조합 어린이집의 용어가 더 정확하다고 본다.)
단순히 바라보면 이 곳만큼 이상적인 곳이 없지만, 이윤을 좇지 않다 보니 필연적으로 운영이 어렵다. 음식은 모조리 한살림 재료로 준비하고, 아이 1인 당 교사 수를 적게 맞추다 보니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납입금도 비싼 편이고, 운영 업무와 청소 등의 잡일은 또 부모들의 몫이다. 매년, 아니 매달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들이는 감정의 대가도 오롯이 부모들이 치루어야 한다.
그 모든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고 남아있는 이유는 아이들의 행복과 각자의 공동체 의식이라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유행으로 직접적인 소통이 적어지다 보니 이제야 그 타격이 오는 듯하다. 신입 입학생들도 적고, 등록 문의도 오지 않으며, 거기다가 탈퇴자까지 발생한다. 사실 매년 각자의 사유로 탈퇴하는 집이 있지만, 올해, 지금 이 시점이라니 동요가 상당하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이도 싸웠더랬다. 필자도 살면서 이렇게 강하게 의견을 주장했던 소속집단이 없고, 그건 대부분의 다른 부모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엔 서로의 감정도 많이 상했었다. 그 감정이 어떻게든 해소되고, 나름대로 연대감을 키웠다고 생각할 때까지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는 그 '연대감'이라는 것이 너무나 뿌듯했다. 나 역시도 많이 성장했구나라는 마음이었으니까.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단단해지는구나 하는 확신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 아무 예고 없이 탈퇴자가 발생하였다. 그 모든 이견과 다툼들을 극복하고 드디어 합의점을 찾았다고 여겼던 상대였다. 실질적인 탈퇴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지금 그 끝에 남은 것은 더 이상의 소통과 공감이 없다는 것이다. 남은 것이 아니라 남지 않은 것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이들만이 빈자리에 새겨진 파임을 바라본다. 각자의 마음속 패인 흔적들은 그 깊이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다시 모르게 되었다는 표현을 써본다.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져 스러진다 하여도 나는 끝까지 이 곳을 붙들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람 다 나가고 망하면 건물 팔아서 나눠가지면 이득이라는 농이나 쳐가면서 말이다. (실제로 협동조합법을 따지면 그럴 수는 없다.) 소속감과 결속을 가진 이들이 최근의 어려움을 같이 헤쳐 나가리라 믿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 단 한 번의 현상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우리의 기반은 얼마나 단단할까. 혹시나 와르르 무너져 버리지 않을까. 지금 조용히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곳에 들어온 지 3년 째이다. 그간 겪은 일 중에는 위원장을 포함한 운영위들이 무더기로 나가버리며 운영이 송두리째 흔들렸던 경우도 있었는데, 아이를 두어 명 연달아 보내고 나서 졸업을 앞두었던 부모들이 의외로 다 잘될 것이라는 느긋한 반응을 보여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제는 초등생 학부모가 된 그들에게 한 번 연락해 봐야겠다. 답을 구하진 못하더라도, 어떤 관점이라도 얻어 바라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된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