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도전하지않는 자 성장도 없다' 드뷔시 <달빛>




'도전하지 않는 자 성장도 없다' 드뷔시 <달빛>

새로운 시도와 변화에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진리다. 19세기 후반 미술계에서는 혁신이 일어났다. 인상주의라 불리는 화가들이 대거 탄생했다. 그중 인상주의 창시자 모네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당시 그림들은 정교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마치 마무리가 덜 된 초벌에 불과한 그림이었다. 모네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빛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첫인상’을 재빠르게 포착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덕분에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프랑스 음악가 클로드 드뷔시는 당시 프랑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인상주의를 접하게 되었다.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가 주최한 ‘화요회’ 모임에서 시인을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 마네, 모네, 르느와르 등과 교류하였다. 이후 드뷔시는 인상주의를 음악으로 도입하였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정해진 선이나 색을 거부하고 빛을 통해 사물의 인상을 화폭에 담았다면, 드뷔시는 정해진 화성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고 감각을 오선지에 담아냈다. 인상주의 회화와 공통점을 가지며 드뷔시는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러나 드뷔시는 자신을 인상주의 음악가라 지칭한 적이 없다. 


드뷔시는 1894년, 인상주의 수법을 최초로 도입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작곡하였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붙였다. 드뷔시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완성되자 피아노 연주로 말라르메에게 들려주었다. 말라르메는 그저 그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1894년 파리에서 오케스트라로 초연되었을 당시 말라르메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드뷔시의 곡을 접한 파리지앵들 역시 그의 작품에 열광했고, 음악회는 대 성공을 거두었다. 조성을 파악할 수 없는 독특하고 몽환적인 선율과 자유로운 리듬은 그들에게 신선하고 대담하게 다가왔다. 


1891년부터 작곡된 관현악곡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3년에 걸쳐 작곡되었다. 최초 전주곡과 간주곡, 종주 곡의 총 3부작이 작곡할 계획이었지만, 전주곡만이 완성되었다. 전주곡만으로도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의 사상을 담기에 충분했다. 드뷔시는 시의 내용을 음악으로 그린 곡이 아닌, 시 전체를 다 읽은 후 마음에 남는 인상과 분위기를 음으로 그려냈다. 이른바, 음으로 그려낸 회화이다. 시는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목신(Pan 또는 Paunus)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목신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반은 사람이고 반은 염소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이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목신이 양 떼를 이끌며 피리를 불고 춤을 춘다. 햇살이 내려쬐는 나른한 여름날 오후, 시칠리아 초원에서 졸던 목신 판이 잠을 깬다. 꿈인지 생시인지 헤매며 나뭇가지 너머로 목욕을 하는 두 요정을 발견한다. 몽상 속에서 두 요정에 대한 욕망을 느끼던 그는 요정을 품에 안고 머리카락에 키스를 한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두 요정은 그대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포옹하는 환상에 잠긴다. 목신은 또 다른 몽상을 떠올리다 결국엔 태양을 바라보며 넋을 잃게 된다. 공허함에 빠진 목신은 다시 잠에 빠져든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말라르메의 시의 내용을 대체로 담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명보다 모호하고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하였다. 목신의 몽상을 묘사하는 듯 첫 번째 주제가 등장하며 플루트가 연주된다. 하프가 여름날 미풍이 나뭇잎을 스치듯 지나가는 느낌을 주며, 신비롭고 모호한 느낌을 표현했다. 아름다운 물의 요정에 대한 욕망을 암시하는 두 번째 주제를 오보에가 연주한다. 아름다운 비너스에 대한 목신의 관능적인 표현을 목관악기와 현악기가 세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환상이 사라지면서 오는 공허함과 다시금 잠에 바지는 목신을 플루트의 선율로 마무리한다. 




작가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선물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