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바바 밤! 베토벤 <운명 교향곡>
인간은 운명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다. 인간에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것일까? 청력을 잃은 음악가로 살아가는 것은 베토벤의 운명이었을까? 베토벤은 운명이 빠바바밤~빠바바밤~ 하고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했다. 음악가로서 청력 상실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음악의 성인 베토벤은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는 대신 불굴의 의지로 맞서 싸웠다. 이러한 결과 베토벤은 서양음악사에 혁신을 일으키는 명작을 대거 탄생시켰다. 그 중 단연 손꼽히는 작품이 <5번 교향곡 운명>이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조수인 안톤 쉰들러는 <5번 교향곡 운명>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자신이 베토벤에게 1악장의 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쉰들러의 말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여러 학자들의 주장이다. 베토벤이 그에게 일일이 얘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의 이야기에는 조작된 사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베토벤의 제자인 체르니가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은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말이 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토벤이 빈의 프라터 공원을 지날 때 노랑 촉새 한 마리가 노래 부르는 소리에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34세인 1804년 처음 <5번 교향곡>을 스케치하였다. 얼마 후 베토벤에게 사랑하는 여인 요제피네가 나타났다. 그녀는 베토벤이 가장 오랫동안 사랑한 여인이었다. 그녀를 위한 마음인지 자신을 위한 마음인지 강렬하고 투쟁적인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잠시 멈췄다. 4년간 공백기 이후 이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사랑하는 요제피네와 이별했고, 나폴레옹이 빈을 점령해 혼란 속에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청력이 더 나빠졌다. <5번 교향곡>은 1808년 그의 나이 38세가 되어서야 완성되었다. 그해 빈에서 초연된 <5번 교향곡>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당시 자신의 후원자였던 라주모츠스키 백작에게 이 곡을 헌정하였다.
베토벤은 총 9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9개의 교향곡 중 부제가 붙여진 교향곡은 <3번 영웅><5번 운명><6번 전원><9번 합창>이다. 그중 베토벤 자신이 부제를 붙인 교향곡은<3번 영웅><6번 전원> 단 2개뿐이다. 5번 교향곡을 운명이라는 제목을 붙여 부르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뿐 이다. 서양에서는 <5번 C단조 교향곡>이라 표기한다.< 5번 교향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곡은 다른 교향곡과 달리 3악장과 4악장 사이에 쉬지 않고 바로 연이어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1악장은 빠빠바 밤 4개의 음으로 시작되는 가장 유명한 악장이다. 청각을 잃음으로 인해 시련과 고뇌가 표현된 악장이다. 현악합주와 클라리넷이 1주제를 힘차게 연주한다. 비통한 운명 앞에 대항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호른이 2주제를 시작하며 저음부에 운명의 동기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마지막에는 불굴의 의지를 힘차게 표현한다. 2악장에서는 다시 찾은 평온함을 표현하였다. 느린 템포로 비올라와 첼로의 아름답고 명상적인 1주제가 등장한다. 클라리넷과 파곳 등의 목관악기가 2주제가 연주된다. 두 개의 주제는 여러 형태로 변주를 펼친다. 때론 웅장하게 때론 부드럽게 연주된다.
3악장은 쉼 없는 열정이 표현된 악장이다. 첼로와 더블베이스, 바이올린이 저음으로 작은 소리를 내며 시작을 알린다. 이어서 ‘빠빠바 밤’ 4개의 운명 동기를 호른이 힘차게 뿜어낸다.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악장이다. 3악장에서 휴지 없이 4악장으로 이어진다. 4악장에서는 도달한자의 환희의 악장이다. 자신의 운명을 뛰어 넘은 인간의 힘찬 승리를 노래하며 오케스트라가 1주제를 시작된다. 이어서 바이올린이 2주제를 활기차게 연주한다. 베토벤의 무한한 힘과 환희가 느껴지며 종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