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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언저리에서의 삶

흔들리기만 하면서 죽을 수는 없지.


뭘 하든 중간은 할 수 있는 사람.

뭘 하는 중간은 하는 사람.

그게 나다. 나. 중간 언저리에 맴도는 삶을 사는 사람.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린이 었다.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신문 만들기 공고를 보고 나름대로 팀을 꾸렸고, 고이 만든 신문을 가지고 태평동에서 경원대학교까지(지금 가천대)

어린이의 발걸음으로는 족히 1시간 넘게 걸어 사무실에 전달하고 온 기억이 난다.

 

3학년 때는 담임선생님이 토론하시는 걸 좋아했는데 숙제로 어떤 주제를 던져 주고 찬반을 정하여 자기의 의견을 써오라는 숙제가 종종 있었다.

'어린이의 만화영화 시청. 찬성/반대' 이런 주제가 기억난다.

만화영화는 좋아했지만 반대편에 서서 의견을 써갔던 기억.

그리고 그 일로 자신감을 얻어 교내 토론대회에 자주 나갔던 기억.


노랫말을 적는 걸 좋아했고, 새로운 노랫말을 쓰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어째 좀 책과는 먼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도 내 성적은 늘 중간 정도 상위권 바로 그 밑이었다.

노력과 열정을 갈아 넣지 않은 그저 그런 중간 언저리의 성적표.





나에게 타고난 재능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단연 나는 손으로 하는 일을 잘한다.


손뜨개, 대바늘, 코바늘.

책과 유튜브가 너무 잘 돼있는 세상이라 실과 바늘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든다.

조립, 도배, 슬쩍 배운 금속세공, 베이킹 등등 다 뭐든 중간은 한다.

딱 그 정도.



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때마다 "어유~ 일 잘한다" 소리를 들었다.

"해본 적 있어?" , "능력자야~ 다재다능해~" 이런 말을 듣고 어깨가 으쓱했다. 정말 이 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이것도 저것도 큰 노력 없이 얻어진 성과에 만족했다.

남들의 노력과 나의 노력의 양을 비교하며 적은 노력으로 얻어진 큰 성과에 대해 우쭐했다.

하지만 열망도 노력도 없는 재능이란 금세 시드는 것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다시 중간 정도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았다.

나에게 그 정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간편하고 간단한 삶이었다.





다방면에 찔끔씩 있는 재능은 복이 아니다.

독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뭘 하든 중간은 한다는 생각은 뭘 하든 중간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나에게 너무 많은 대안이 되었다.

언제든 이걸 접고 다른 걸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자신감이 아니었다.

그건 무책임했고 나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했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너는 끊임없이 이렇게 나약하게 흔들릴 거야. 숨이 끊어질 때까지 평생 흔들리기만 할 거야."
-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p.214) 정여울




너무 무서운 말 아닌가.

숨이 끊어질 때까지 평생 흔들리기만 한다니.

삶에 대한 확신은 접어 두고서라도, 매번 나에게"이게 맞니?"를 되묻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저는 이곳에서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기쁜 일이죠.
하지만 제가 하는 행동은 대부분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기 위해 평생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 달러 구트 꿈 백화점 2 (p.101) 이미애



내가 중간치만큼 할 수 있는 나의 재능, 능력, 성과 와는 상관없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나의 순수한 열망을 들여다볼 차례가 되었다.

이것이 내가 중간 언저리를 맴도는 삶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돌파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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