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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뒀다 어따쓸껀데?

아끼지마.... 똥 된다구 :)


" 저녁 뭐 먹을래?"


카톡 알림에서 뜬 메시지를 읽고는 다른 일을 하느라 잠깐 답장을 못했더니, 득달같이 전화가 왔다.


" 저녁 뭐 먹을 거야?"

" 음- 몰라. 왜?"

" 응 OO이랑 얘기하다 보니까 햄버거가 먹고 싶네?"


그걸로 우리의 저녁밥은 햄버거가 되었다.

나도 밥 안 해서 좋고, 엄마 우리 외식이나 할까? 를 달고 사는 아들도 좋고.


가게에서 파는 사이즈 중 제일 클 것 같은 햄버거를 후다닥 해치운 오빠는 아직도 배가 안 부르다며

딸아이가 빵만 쥐 파먹은 햄버거 하나를 또 해치웠다.

입가에는 갈색빛 소스가 주르륵 흐른 채 묻어있었고, 그 상태를 하고는 아직도 배가 찢어지게 부르진 않다며 배를 톡톡거렸다.


어휴.

입에 묻은 거나 좀 닦지. 싶다가 부러 말을 안 해주었다. 낄낄.



각자 서로의 할 일을 하는 소강상태.

그러고 나서 난 출근 준비를 후다닥 마쳤다.


"얘들아, 엄마 다녀올게"


딸아이가 제일 먼저 달려든다.

딸아이는 요즘 " 엄마 학원가?"라는 말을 달고 사는데,

"응~ 안가~" 하면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다.

"가야 해. 다녀올게~" 하면 "안 가야지! 흥!" 하는데 안쓰럽기도 귀엽기도 한 그런 딸.

 

꼭 안아주고 연신 뽀뽀를 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아들내미가 달려든다.

내 머리 카락을 쓰다듬는 걸 좋아하는 아들은 "잘 다녀와~" 하며 머리칼을 만지고, 뽀뽀까지 해준다.


자, 그러고 나서는 세 번째 타자가 와야 하는데 안 온다.

어디 있나 두리번거렸더니 저어어어기서 입가에는 햄버거 소스를 그대로 묻힌 채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세 번째 타자.


"잘 갔다 와~" 하며 꼭 안아주기는 하는데 내가 쑥 내민 입술에 지 볼을 갖다 댄다.

에이씨. 그거 말고 했더니 뭐 뭐 빨리 가기나 하란다.


"그거 뒀다 어따쓸껀데?"

"이거 빨아먹을 거다. 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오는 출근길.

뽀뽀 하나 못 받고 출근하는 이 슬픈 마....... 음이 잠깐 들었다가 퇴근하고 어떻게 골려줄까 머리를 굴려본다.

어찌나 골똘히 생각했던지 늘 가던 길에 좌회전을 못하고 직진을 하다가 지각을 할 뻔했다.




예전엔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어쩌지 못해서 관계를 망쳤다.

속으로는 100 그 이상의 사랑을 갈구했으나, 겉으로는 새침한 척 표현을 안, 아니 못했다.

여자는 원래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상대에게서 내가 원하는 아웃풋이 나오지 않으면 내내 속을 끓이고 그러다 당연히 기분은 안 좋아졌다.

"왜.. 그래?"

왜 그런지 내가 어떻게 말을 하나.

말도 못 하고 끙끙 앓다가 큰 싸움으로 번진 것이 여러 번이었다.

결혼을 한 후로도 길을 가다 손을 안 잡아서, 뽀뽀를 안 해서, 몇 날 며칠 섹스를 안 해서 등등의 이유를 들어가며 사랑받지 못하고 있어.라고 선을 그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난 정말 사랑받지 못하는 의리로 사는 무늬만 부부인 그런 사람이 되어갔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야 할 시간이 더 많은데, 이렇게 살 순 없어.


살기 위해서 나를 짓누르던 틀을 깼다.

더 이상 내가 원하는 기준에 상대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며, 내 감정을 낭비할 순 없었다.

그건 나를 갉아먹는 일이었으니까.

여자가, 여자라서, 여자니까.라는 말은 내팽개쳐버렸다.


사실 한번 하는 게 어렵지.

그 이후로는 꾸준히 껄떡대는 걸 즐기고 있다.


"오빠 오늘 그냥 잘 꺼야?"

"뽀뽀를 안 할 거면 뭐 다른 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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