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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니내가작가라니
Aug 24. 2021
우리 집.
그 안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
등은 약간 노란빛을 띠는 백열구처럼 생긴 등이 달려있고
밑으로는 둥그런 식탁이 자리 잡은 곳이다.
옆으로는 책장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꽂아놓고 수시로 앉아서 노는 곳.
그런데
이곳은 우리 집에서 굉장한 교통의 요지이다.
일단 이 자리에 앉으면 거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옷방이 보이고.
되도록 옷 방문은 닫아놓는다.
하지만 거실은 닫을 문이 없다. 치워야 할 책이며 인형이며 장난감들이 적나라하다.
거실에 종종거리는 두 어린이들은 수시로 나를 불러댄다.
조용히 등을 돌려 반대쪽으로 앉는다.
이번에는 주방에 한눈에 보인다.
설거지거리라도 쌓여있으면 어지러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둥그런 식탁과 주방 사이에는 아일랜드 식탁이 하나 있는데, 그곳은 온갖 잡동사니가 모여든다.
지금도 그곳에서는 헬로카봇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다 먹은 컵이 올려져 있다.
배송 온 물건도 올려져 있고, 그 밑에 다 본 아이 책이 깔려 있다.
마지막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
냉장고가 보이는데, 냉장고에 붙은 손들이 날 부른다.
'날 닦아줘~ 어서~
에이씨!
손 탁탁 털고,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이놈에 집구석!
어떻게 내 책상 놓을 공간 하나 없냐!! 하며 열을 냈다가도 다시 슬그머니 이곳에 앉았다.
좋다. 그래도.
한눈에 아이들 동선이 보이는 이 자리.
설거지거리만 없으면
아일랜드 식탁 위만 좀 정리해놓으면
주방을 바라보는 자리도 괜찮다. 나쁘지 않아.
아쉬움을
모자람을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의 마음. 나의 상태.
크게 날 서지 않고, 부족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이 좋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