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열렬히 사랑했던 가수와 이별한다

by 여록

2016년은 갱년기가 시작될 즈음이었다.

늘어가는 짜증, 작은 일에도 쉽게 이는 분노, 세상에 대한 억울함, 불면의 밤들..

삶의 만족도가 떨어져 가던 어느날 TV에서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만났다.


팬으로 가장 좋아했던 가수라면 고등학교 때 미쳐 있던 Wham!

왬은 영국가수였으므로 만날 길이 없었기에 잡지의 사진을 모으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마이마이로 매일 음악을 듣는 게 나의 최선이었다.

channels4_profile.jpg 사진출처: 유튜브


2016년에 빠진 가수는 Wham!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선 한국 가수라는 면에서 의지만 있다면 콘서트를 갈 수 있고,

시대가 달라져 팬페이지도 다양하고 혼자서 팬심을 남길 수 있는 온라인 오픈 공간도 많았다.


가수를 따라 몇 년 동안 전국을 돌았다.

해외에도 2번 다녀왔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워 정신이 나간 글들을 쓰곤 했다.

파워풀한 공연장의 열기는 땀과 에너지를 다 쏟아내게 해 주었고,

유독 긴 나의 갱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허나 시간 앞에서 열정은 점점 힘을 잃어 간다.

팬들을 몇 년 방치하는 동안 '사랑'이라는 마음을 자꾸만 다른 곳으로 도망친다.

TV에 시들해졌고,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공연장에 가는 것은 힘에 부치고,

세상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상황은 급격하게 변했다.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졌다.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다른 팬들은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가수를 찾았다는데

나는 거꾸로 마음이 아파서 팬심이 줄어 들었다.

8년 전 위로를 주었던 음악과 지금 음악의 스타일 변화도 이별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을까.

아니다. 8년 전과 똑같은 음악을 지금도 하고 있다면, 변화와 성장을 하지 않는 가수라면 더 일찍 떠났으리라.


무엇보다도 '남은 내 인생에서 힘을 쏟아야 할 대상과 삶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수에 대한 열정을 접는다'는 게 정답이다.

나는 인생의 방향을 정했고, 그 방향으로 전력질주 해야 한다.

달리다가 어느날, 우리 동네에 8년 동안 미친듯이 사랑했던 가수가 공연을 하러 온다면,

가슴이 다시 뛸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설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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