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레딧의 나라

키보드를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by Ajin Im

해외유머 잡지에 출간하기 시작하면서 종종 한국인인데 영어로 유머글 어떻게 쓰기 시작했는지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내 답은 질문자를 더욱 혼동스럽게 만든다. "It all started with divorced birds.."


레딧은 내가 가장 자주 가는 웹사이트 중 하나이다. 레딧은 각종 고유의 주제를 가진 서브레딧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구독하는 서브레딧은 r/bookcollecting r/korean r/todayilearned 그리고 r/divorcedbirds 등이다. 그렇다. Divorced Birds.. 이혼한새들 서브레딧, 여기가 바로 나의 코미디 라이팅의 시작점이다.



2018년에 생긴 이 서브레딧은 마치 이혼했거나, 재혼했거나 혹은 과부 같이 생긴 새들 사진에 그 뒷이야기를 지어서 캡션으로 붙이는 코미디 서브레딧이다(아래 사진의 새.. 이혼 적어도 3번은 했다).



세상에 별게 다 있네 싶을 것이다. 그런데 회원 수가 이십만 명이 넘는다(203k). Reddit 전체 상위 1% 규모의 서브레딧이다. 세상에 별별 사람.. 많다.


내가 이 서브레딧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코로나 중 남편과 함께 영국에 있었다. 밖에도 못 나가고 절망하고 있다가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직업상 글을 자주 쓰긴 했지만 이런 creative 글 특히 유머성 글을 쓴 적은 없었다. 하지만 레딧은 아주 캐주얼하고 niche 한 곳이기에 자신감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래 포스트는 쓰기 시작한 지 한 달 되지 않아 올린 글인데 내가 쓴 글 중 처음으로 viral(?) 반응을 받았다.

멜랑콜리와 풍자를 새의 사진과 결합시킨 캡션은 나도 만족스러웠고 사람들도 좋아해 줬다. 슬슬 이 커뮤니티에서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upvote를 받은 포스트는 다음이다.

또 다른 멜랑콜리 + 풍자, 공작의 깃털이 웨딩드레스 같다는 착안 해서 쓴 글이다. 술 취한 것 같거나 무한 분노로 보이는 새들을 위한 캡션도 많이 썼다.

재미와 취미로 장난치듯 도전한 코미디 캡션 라이팅이 내 코미디 작가 활동의 시작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허지 않았다. 내가 읽는 해외 유머 웹사이트에 기고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해보지 않았다. 2022년 10월 나는 Medium 유머와 풍자 부분에서 top writer로 선정되었고 지금은 미디엄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이혼한 것 같은 새의 배경이야기를 짓는 서브레딧 같이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이상하고 아름다운 인터넷 문화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레딧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 사진 찾아서 뒷담화 만들려고 레딧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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