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카라 출신의 한승연이 주연으로 나오는 로코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아니, 이게 로맨스냐 판타지냐??
(얼탱지수 : 어이없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 10점이 만점이다.)
그만큼 얼탱없는 영화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는 사실 미스테리, 추리, 스릴러 쪽이지만 로코도 좋아하고 로맨스물에 꽤 취향이 맞는다. 예전에 나의 PS파트너 같은 경우 재밌게 본 기억도 있고 그외 좋은 영화가 많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이건 좀, 취향의 문제는 절대 아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얼탱없었던 부분부터 적어보도록 하자.
나는 영화 초반부를 꽤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몰입이 안되면 그 영화를 잘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입을 위해 사실 영화 대부분의 정보를 모르고 간다. 그래야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집중을 하니까. 물론 이 방법은 장단점이 있다.
어쨌든 영화는 남주인공(승진)이 엄청 저렴한 방을 공인중개사에게 소개받으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웃음포인트는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무릎이 벽이 닿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승진은 이사를 오게 되고 새로운 거처에 대한 기쁨에 젖어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소리에 땀이 흠뻑 젖어 깬다.
한쪽 벽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 처음에는 귀신이라고 생각해 절도 하고 달래도 보고 그러다가 결국 그게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여기서도 남자 주인공이 원한을 가진 여자 귀신의 시체가 벽에 있다고 생각해서 부수려고 하는 모습이 좀 과하게 느껴졌다.
일단 벽이 부셔지는 건 둘째치고 그거 니네 집 아니라고...
아무튼 소변보는 소리도 옆집에서 들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원인은 두 건물이 빈틈없이 붙어있기 때문이었다. 이건 상상도 못했는데 남주와 여주의 집이 같은 건물에 가벽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다른데 가벽, 그러니까 콘크리트도 없는?? 그런 가벽으로 이어져있다는 설정이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여주인공(리나)은 그래서 옆집(이라고 하기엔 옆건물이 맞다)에 사람이 이사오면 귀신흉내를 내면서 내쫓았다고....(90년대세요?)
건축법상 필수적으로 이격해야 하는 거리가 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뭐 아주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라면 적용이 안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자비롭게 이해하면 이해할 수 있는 영화적 발상이라고 생각하지만서도 조금 무리수 아닌가 싶었는데(이하 생략)
그래도 이것만 있었으면 얼탱지수가 그리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시간의 런닝타임 중에 재밌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얼탱없기 시작한 부분이 바로 중간에 남주와 여주가 얼굴도 보지 않고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다. 물론 영화 HER처럼 인공지능과 사귈 수도 있다. 나는 생각보다 열려있는 사람이니까.
문제는 이것들이 사귀겠다는 전조증상이 1도 없었는데 갑자기 사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로맨스를 만들려면 관객들이 공감이 되어야 할 것 아니냐고??
흐름은 이렇다. 로코물의 정석대로 처음에 남주와 여주는 티격태격대기 시작한다. 왜? 그야 여주는 남주가 이사를 가기를 원하고 남주는 그곳에서 제대로 오디션 준비를 해야 하기에 서로의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서로를 방해하는 모습이 잠깐 나오는데 이것도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데 보면 안다.
아니 여주 잡으러 가겠다고 나간 남주는 월드클래스의 길치인지 이상한 데로 가서 헉헉거리기나 하고 이게 말이 되냐고 얼탱이 없지.
하지만 결국 여주가 졌다고 선언하고 두 사람은 네 시간씩 시간을 나눠서 쓰기로 합의한다.
이후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이건 뭐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얼탱이 없어지는 부분은 남주가 2차 오디션에 합격하고 여주와 얘기하다가 갑자기 사귀게 되는 장면이 나오면서부터다. 참고로 영화를 보면서도 이게 지금 사귀기로 한건지 이해가 안가서 5분 뒤에 지인에게 물어봐야 했다.
지인의 대답은 "그런 거 같은데??"
목소리에서부터 얼탱없음이 느껴졌다.
대체 왜 둘이 사귀는지, 혹시 감독님이 모솔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이었다.
둘이 서로에게 언제 호감을 느끼고 사귀고 싶어졌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기껏해야 승진이 친구들과 술을 먹을 때 취해서 조금 속내를 털어놓은 것 정도? 그걸 들은 여주가 예전보다는 남주에게 친절해지기는 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남주가 여주에게 자신이 오디션에 합격해서 유명해지면 나몰라라 할 수 있으니 이렇게 하자고 하더니,
"오늘부터 1일해요"
이런 비슷한 대사를 치고,
여주는 원래 ㅡㅡ이런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좋아한다.
얼탱이 없다.
그리고 그 뒤는 더 얼탱이 없어서 이 영화의 몰락을 예상하게 해준다.
사실 사귄다는 것 자체로도 원초적인 문제가 있다. 어느 남자가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사귀자고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미 사귀어버렸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럼 잘 사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도 하지 못해서 얼탱없음을 가져다준다.
영화에서 여주는 약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데 과거의 회사에서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연은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이것도 얼탱없다. 물론 이해는 간다만. 남자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얼탱없다.
어쨌든 그래서 여주는 밖에 어지간하면 잘 나가지 않는다.
라는 설정인 것 같은데 실제로 밖에 일이 있어서 나갈 때는 졸라 잘 나간다. 개판이다.
그리고 또 사귀는 것 얘기해서 미안한데 여자들 그렇게 얼굴도 모르고 신분 확실하지 않은 사람 만나는 거 아니다.(from. 서장훈)
그래서 남주가 여주에게 제안을 한다. 우리 데이트 하자고.
그러더니 영화는 비대면 데이트를 하는 둘의 모습을 보여주며 둘이 카페에도 가고 둘이 철길도 걷는 그런 말도 안되는 장면으로 관객들의 얼탱을 더욱 없앤다.
비대면 데이틀르 어떻게 하는지 아마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라 설명을 하자면 일단 둘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거리뷰나 도로뷰?를 켜서 함께 길을 다닌다. 그걸로 같이 다닌다고 보면 되고, 근처 좋은 카페를 보면 여기를 가는 거라고 치고 그 메뉴늘 함께 먹는다.
아니, 애초에 남주 백수라서 돈 없자나여. 그래서 그랬나요.(헛소리)
그렇게 둘이 스테이크도 해먹고 뭐 그러는데 결국 대화는 가능해서 이런 저런 비대면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불러서 2:2로 놀기도 하고 이러는데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로 사랑이 싹트냐고....
이걸보고 뭔가 마음이 꽁냥꽁냥 해지는 분이 있다면 그것도 신기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 영화는 엄밀히 보면 멜로나 로코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장드라마에 가깝다. 보면 알겠지만 남주와 여주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보다는 두 사람의 꿈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감독이 원래 이런 청춘들의 꿈에 대한 메시지를 목적으로 한 것일까??
하지만 그마저도 얼탱없으니 일단 더 얘기를 들어보자.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주변인물들을 보면 남주는 대학교때 밴드로 절친한 친구 3명과 갑자기 등장하는 전여친이 있고, 여주는 언니이자 주치의인 여자와 자신을 배신했던 회사사장 남자 한명이 나온다.
그런데 남주 주변인물들은 굳이 안 나와도 얘기에 큰 문제가 없다. 여주 주변인물은 그래도 좀 괜찮다.
여기서 가장 얼탱지수가 높은 건 전 여자친구다. 남주는 친구 결혼식 뒤풀이에서 전 여친을 만나게 되는데 전 여친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마음이 심란해진 남주는 여주와의 대화를 하면서 조금 가까워지는데 문제는 둘이 사귀고 나서 생긴다.
갑자기 전 여친이 찾아와서 파혼을 알리며 생각나는 사람이 오빠(남주)밖에 없었따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연히 다 들리니까 여주도 알게 된다. 남주는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고 하고, 여주의 표정은 사뭇 심각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장면이 나온 이유가 없다. 전 여친과의 대화도 1분이 되지 않는다.
관객들은 모두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라고??
게다가 남주가 어떻게 했다는 것도 나오지 않고 괜히 두 사람의 갈등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넣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컸다.
얼탱없으니까.
여주 주변인물로 나온 악역에 해당하는 배신한 사장남자는 나와서 그냥 치욕만 얻고 끝난다. 불의를 모르는 남주가 친구들과 함께 짜고 보충제에 설사약을 넣어 크게 골탕을 먹이면서 통쾌한 장면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다지 그런 느낌은 오지 않았다.
남주 친구 중에 변호사가 한 명 나오는데 이 사람은 나중에 위에서 나온 남자사장이 여주와 계약하려는데 알고보니 단물만 쏙 빼먹으려고 한다는 것을 남주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남주가 그걸 여주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점, 그냥 계약하지말라고만 한다.
여긴 얼탱+개답답 포함이다.
실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런데 감독인지 각본인지 모르겠지만 명대사를 남기겠다는 의지로 써낸 멘트가 있는데 정말 얼탱이가 없었다.
남주가 이 문제가 되는 방을 얻은 것은 드림어게임이라는 오디션에 1차 합격해서 제대로 준비를 해서 데뷔를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사실 남주는 31살이지만 백수에다가 과거 밴드보컬이라는 이력밖에 없어서 거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솔직히 왜 붙는지는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들도 모르겠다. 노래 실력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닌데 심사위원도 실력은 그런데 진심이 느껴져서 뽑는다고 뭐 그런 소리를 했다. 그래서 2차 합격하고 3차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여주랑은 이미 갈등 때문에 사이가 좀 틀어진 상태다.
하지만 오디션 들어가기전에 여주의 목소리만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되는데, 여기서 여주는 말한다.
꿈을 꼭 이룰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단지 그 꿈을 간직할 가슴 한 공간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잘 기억은 안나지만 듣자마자 이게 뭔 소리지 했다.
듣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면 명언이고 갸웃거리면 개소리인데, 이건 후자에 가까웠다. 자기변명이나 자기합리화에 가까운데다가 여주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공감무능력자라면 제보 부탁드린다.
그래서 92번 참가자 이승진은 심사위원이 좋은 말 해주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를 외치고 오디션 장을 박차고 나간다. 남은 친구들도 왜 저래? 하며 웅성거린다.
건물 밖으로 나온 남주는 92번 번호표를 떼어서 바닥에 버리는데...(쓰레기 투척 아니냐고)
감독의 메시지가 있다면 이미 남주는 자신의 꿈을 가슴에 품었기 때문에 바닥에 떨어진 것은 남주의 꿈이 아니고 그저 번호표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싶은디.
남주가 오디션장에 있던 그때 여주는 마지막 담판을 지러 나간다. 자신의 디자인을 외국의 무슨 대단한 데에서 쓰려고 하는데 해당 건에 대해서 배신한 남자사장 회사에서 진행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계약을 하러 가는 것인데 이게 전후사정을 보면 남자사장이 계약서에 장난을 친 걸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약간 쫄리기는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남자사장에게 엿을 주고 떠난다.
이와중에 한승연님 왜케 귀여움?
사실 얼탱지수가 높아서 이미 해탈한 상태라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째서 여주가 자신의 꿈이었는데 그걸 포기하고 계약을 하지 않은 건지에 대해서도 딱히 짐작가는 바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써서 계약서를 보고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영화의 말미가 다가왔다.
여주는 그렇게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밖에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잘 잡히지 않아 무작정 뛰기 시작한다. 이건 또 언제적 감성인가 싶은데 목적지는 아무래도 오디션 장인 것 같다. 영화니까. 그리고 그냥 카카오택시 쓰면 되자나요.
아까 위에서 번호표 떼고 나온 남주도 뛴다. 목적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뛰다가 영화는 두 사람이 도로를 마주하고 건너편에 있는 상황까지 찾아오게 되고, 두 사람은 얼굴도 모르는데 서로 쳐다보면서 활짝 웃는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때 집중력이 마이너스라서 진짜 여기까지만 기억이 난다.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하자.
아니!!! 어떻게!!! 얼굴을!!! 아냐고!!!!
벽을 투시했나봅니다??
얘기를 했다면 목소리라도 알 수 있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대체 감독 무슨 생각이십니까??
정말 여기서 최고의 얼탱없음을 달성했다.
발상만 있고 스토리와 플롯이 없으면 어떤 영화가 나오는지 우리는 빈틈없는사이를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