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콘텐츠가 있는 1인 교육기업가, 임수원
누구나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희망한다.
어제보다 한 뼘은 성장한 나로 살아가는 성장은 어쩌면, 우리가 일하며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우선 순위의 가치일지도 모른다. 1인기업인 ‘메이허브’를 운영하는 임수원님은 자신있게 말했다. 지금의 나는 몇 년 전, 꿈꿨던 그런 모습이 돼 있다고. 오늘은 과거의 내가 소망하던 그런 날이라고. 여전히 혼돈이고 자주 갈림길에 놓이지만 어떤 커리어를 선택하든 궁극적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교육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담담한 고백에 잠시 생각했다. ‘일’의 진짜 의미는 현재의 나를 꿈꾸던 나와 조금 더 닮아가게 하는 '그것'에 있을 거라고.
글쓴이 :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커리어교육자)
인터뷰이 : 임수원 여자라이프스쿨 연구원
임수원 이력 :
1인 교육기업 메이허브 대표. 기업교육 강사. 이화여대 국제사무학(세부전공: HRD) 박사 수료
임수원의 5개 커리어 키워드
#인적자원개발(HRD) #잡크래프팅 #일과삶행복 #평범했지만평범하지않은 #진정성있는코퍼실리테이터
그냥 취뽀하고 싶어. 좋은 회사로
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 취업고민이 가득했던 그 무렵 그녀가 희망했던 것은 그냥 빨리 취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회사에 가면 좋을까의 고민보다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일, 현재 취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일에 중요했다. 그렇게 첫 번째 ‘일’은 대학 내 경력개발센터에서 연결해준 HR 컨설팅 회사의 비서 업무였다. 회사분위기도 좋았고, 업무도 제법 괜찮았다. 그러면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지. 공공기관에서 일해보는 건 어떠니?”
공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던 아버지는 맏딸이던 그녀가 자신처럼 공기업에서 일하기를 내심 기대했다. 이상할 것 없이 마땅하고, 옳아 보이는 기대였다. 회사를 다니며 남몰래 공기업 인턴십에 지원했고 덜컹 합격을 했다.
문제 없는 직장생활이었지만, 주변의 <좋은 직장, 좋은 일터>에 대한 기대로 인한 타의에 의한 커리어 전환이었다. 물론 승산이 있어 보였기에 움직일 수 있었다. 본사 인턴업무였던 만큼 정규직 전환을 충분히 노려 볼만 했다. 그렇게 10개월... 하지만, 여러 상황에 복잡하게 꼬이면서 다시 원점에서 구직활동을 해야겠다.
전공을 살리면 될 줄 알았던 입사
그렇게 세 번째, 직장생활이 시작됐다. 이번엔 무조건 취뽀가 목표가 아니었다. 일본어 전공자라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일본 무역회사를 골라 입사 준비를 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전공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야 말로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잦은 부서 이동이 문제였다. 일본 수출입 업무를 해왔는데 자꾸 담당 업무가 바뀌었다. 어느 순간, 일본어를 사용할 기회가 전혀 없는 중남미 시장을 책임지는 업무로 이동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고 길을 잘못든 느낌이 들었다. 전공을 살리고 싶어 선택한 일터였는데, 더 이상 전공 경험은 작동하지 못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주어졌다. 그녀의 의지와 바람과 전혀 무관하게 말이다. 누구를 위한 일인지, 왜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열심히 많이 일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
“비자발적 상태에서 업무가 자꾸 바뀌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아깝고 일이 하나도 재미없었어요. 출근하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어요. 이렇게 사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무렵부터였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일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의미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 것은. 에너지 관리를 통해 잃어버린 에너지를 차오르게 하는 방법을 연마했고 이왕 하는 일, 조금이라도 더 뜻깊게 하려고 노력하는 방식들을 고민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일에서 오는 허기와 결핍은 해소되지 않아 보였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전문 비서가 되고자 진학한 대학원
가장 재미있게 일을 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회상하다 보니, HR 컨설팅 회사 내 임원 비서 업무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정말, 비서가 나의 길인지 아닌지 관련 학업을 공부하며 확인하고 싶어 국제사무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초기엔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했지만 학업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쌓이면서 퇴사를 선택했다. 학업에 매진하다 석사 논문을 쓰던 학기 원하던 기업의 전문비서로 입사했다.
"드디어 원하던 대기업 전문비서가 되었구나!"
이제는 전문 비서로 성장하며, 명확한 길을 예측 가능하게 갈 줄 알았다. 이제는 정말,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삶 속엔 우연 같은 기회와 행운들이 숨어있고 그것들은 예고 없이 나타나는 법.
“와! 이렇게 보람과 희열이 큰 일이 있다니!”
처음 맛보는 일의 기쁨이었다. 비서협회에서 주관하는 강사교육을 수강했는데 무척 흥미로웠고 관련 수업들을 수강하면서 스스로 강사가 되어보는 작은 실험들을 주말마다 해 나갔다. 작은 인원이었지만, 그렇게 즐겁고 보람될 수가 없었다. 가르치는 일이 그녀의 인생 속으로 우연처럼들어왔고, 잘하고싶은 일을 그렇게 발견했다.
운명같은 단어, 잡크래프팅을 만나다.
‘이런게 잡 크래프팅이라는 거야? 와 신기하다’
학업을 하고, 관련 콘텐츠를 찾아 강의를 들고, 책을 읽으면서 무역회사에서 잦은 부서 전환을 하며 죽을 만큼 일이 싫어졌을 때, 어떻게든 일의 의미와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모든 활동이 ‘잡 크래프팅’이라는 용어로 설명될 수 있는 분야임을 깨달았다. 잡 크래프팅으로 졸업 논문을 썼고, 관련 콘텐츠를 찾아 블로그에 기록하고, 관련 워크숍을 꾸준히 운영했다. 그야 말로, 덕후가 되어갔다.
“조금 더 깊이있게 콘텐츠를 공부하고 싶어 박사과정도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하지만, 마땅한 타이밍을 찾기 어려웠죠. 파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현실은 회사에 고용된 직장인이었으니까요.”
전문 기업강사로 성장하고픈 마음이 커질 무렵 결혼이라는 큼지막한 생애사건을 만나게 됐고 사랑하는 이의 응원은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용기를 키우게 해줬다. 그렇게 세 번째, 퇴사가 이뤄졌다. 대기업 전문비서가 되고자 선택했던 대학원 학업이었건만, 그곳에서 다른 길을 발견하게 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길로 진입하게 된 셈이다. 비서가 되고싶어 선택한 학업에서 비서가 아닌 길로 향하게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
스스로 미래의 씨앗을 뿌리다.
기업교육 강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지만 헤쳐나갈 장벽들이 적지 않았다. 인사담당자 출신도 아니었고, HR 컨설턴트 경력도 전무했으니 누가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낼까? 관련 경력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만큼 경력직 여성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씨앗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잡 크래프팅을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을 매년 열어 수강생 모집을 시작한 것. ‘아무도 등록을 하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두려운 마음을 뒤로하고 한 땀 한 땀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다. 3-4명 대상의 워크숍을 열기 위해 장소를 대관하고, 강의를 준비하고 간식까지 준비하다 손에 남는 건 불과 몇 만원이 고작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 자체가 미래를 위한 씨앗이라고 생각했기에 본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다음 회를 준비하고, 또 새롭게 확장된 콘텐츠를 블로그에 올렸다. 어느 순간, 기업 담당자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번에 저희 신입사원 교육을 맡아주시겠어요?”
돌아보면, 그때 그 시절의 노력과 투자가 지금의 임수원을 만들어 주었다.
뜨거운 마음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시간, 당장의 이익을 따져 묻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향해 매진했던 시간, 진정성 있게 한 곳을 보며 파고 나갔던 시간. 가난하고 바보 같았던 그 시간을 보낸 덕분에 나만의 분야가 생겨날 수 있었고, 연구 기반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자생력도 키워낼 수 있었다. 남의 콘텐츠를 나의 것으로 체화하여 변형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의 힘으로 시작과 끝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 불현 듯, 지금의 나는 몇 년 전 간절히 소망했던 모습과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https://blog.naver.com/charming_sw
2021년 다시, 갈림길 한 가운데 서다
“임수원이라는 브랜드로 지속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경험은 무엇일까? 또 다시 고민이 시작됐어요. 지금과는 다른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경험이 미래로 가는 씨앗이 되어주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무 강의를 뻔하게 싶지 않았다. 나의 일을 더 잘 하고 싶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원했던 목표지에 도착하고 보니 이곳이 종착지가 아님을 깨닫게 된 것. 여유를 느낄 틈도 없이, 새로운 고민과 혼돈이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이제 다음 도착지는 어디여야 할까?’
‘지금, 나는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1인 기업가로, 기업강사로, 코치로 살아온 그동안의 커리어도 참 멋지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새로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대학이나 기관의 연구자의 길을 갈 수도 있고, 교육가의 길을 더 개척할 수도 있다. 어떤 길이 열릴지, 어떤 길에 끌리게 될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어떤 선택이든, 나아가기 위한 충전과 성장을 향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선, 현재 작업하고 있는 졸업 논문을 잘 마무리 하고 싶어요. 이후 새로운 기회들도 발견하면서 새롭게 생성된 욕구들을 적극적으로 반응할 계획이에요.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콘텐츠를 만들어 강의하고, 코칭하는 일은 평생하리라 생각해요”
삶의 구간 구간마다 주력할 일의 모습은 다를 수 있으나, 평생 나아갈 일방향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커리어 정체성 아닐까? 현재 코칭과 퍼실리테이션을 결합한 코퍼실리테이터 활동이 주력하고 있다는 임수원님. 출근하기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지하철 사고가 일어나기를 기도하던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고민하던 시간이 일의 의미와 재미를 찾게 해주는 잡크래프팅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이끌어주었고, 이왕 하는 일 제대로 알고 익히고 싶어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삶의 궤적들은 이제 그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what is the next step?
5년 뒤 그녀를 만나 다시 인터뷰를 하고픈 마음이 드는 밤이다.
'계획된 우연이론'이라는 커리어 이론이 한 때 인기였다. 계획이 되었다는 것과 우연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결합 때문인지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었다. <계획된 우연>이란 쉽게 말해서 우연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기회들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통해 계획된 준비만큼이나 잘 활용하는 커리어 접근을 말한다. 나도 한때, 이것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이 이론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우연한 기회를 잘 접근하자는 접근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뜬 <무경계 이론>, <카오스 이론> 등등이 등장했고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요즘 나의 일 모토도 '막 살기'이다. 막 산다는 것이 자칫 아무 생각 없이 살자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으나, 어차피 목표했던 대로 살기 힘든 시대이고, 또 과거 세운 목표가 최선이라도 예측하기 힘든 변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결국 현재 맥락과 욕구에 가장 적합한 일을 모색하는 것, 그때 그때 더 맞는 답과 같은 커리어로 수정하는 것,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우선순위로 추구하는 것. 그것이 이제는 커리어가 추구할 진짜 목표인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 앞에 열려있는 수많은 길을 바로 보는 힘. 수많은 선택과 경험 속에서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핵심 줄기는 잃지 않는 지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찾는 법은 바로 이 두 가지 역량에서 비롯될지 모르겠다. 인터뷰 주인공인 임수원, 그녀의 넥스트 커리어에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by 이재은 https://blog.naver.com/w_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