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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Jul 25. 2023

끝나지 않는 새벽





오늘은 나가야지 나는 다 털었다.

머릿속은 분명 그랬는데 이불안에서 꼼짝을 못하겠는거야. 침대밖을 한발짝도 나갈수가 없는거야.

무슨 머릿속에 이렇게 니얼굴을 많이 짊어졌는지 치워도 치워도 계속 짓누르는 무게때문에 다시 웅크리게 돼. 그렇게 번데기처럼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중.


눈 감기지 않는 새벽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입에서 맴도는 네 이름은 노래가 되어 얼마나 많은 눈물과 함께 삼키며 잠들었는지.

부은 눈에 지쳐서 눈꺼풀이 무거워지면 아 드디어 끝나서 다행이다. 이른 아침 덜컥 눈 떠지면 아 어쩌지 다시 시작이구나. 사정따위는 봐주는법 없이 속절없이 밀려오는 공포.


딱 너만큼만 없어진건데. 딱 내 옆에서 자던 너의 그 몸뚱이만 없어진건데도 내 하루가 이렇게 적막해진다.

그걸 매일 반복하면서도 나 하루는 번데기가 되고 하루는 애벌레가 되고 언젠가 주어질 날개를 고대하며 지금까지 안죽고 잘 버텼다.


그래서 떠나고싶은 마음이 들어요. 당신이 그렇게 후회없을것처럼, 마치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떠난날처럼. 나도 그 기억 다 두고 어디론가 정처없이 기약없이 떠나고싶어.

왜 시간은 둘이 나눴는데 껍질도 알맹이도 나한테 모두 떠넘기고 가버렸는지. 나는 겨우 숨쉬고 있는데 혼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내가 곱씹고 소화해야 이 모든 숙제가 끝나는건지.

나를 조금만 보여줬어야 했는데 너무 많이 보여줬나보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발가벗겨놓고.

그렇게 맨발로 서서 멀어지는 니 뒷모습만 바라봤었지.

당신은 잘 지내는지.

당신은 잘 웃는지.

내 손놓고 행복한지.

내 행복은 언제 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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