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수는 알바와 병행을 한다. n 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족들이 경제적 지원을 끊는다는 통보를 하였고, 나이 많은 재수생은 부끄러워하며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앉아있는 시간이 오로지 집중한 시간이 아니라는 몸소 깨달았기에, 일하면서 재수에 필요한 돈도 벌고,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대신에 알바로 체력을 기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덕분에 일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다만, 알바 하나 한다고 체력이 딸려서, 집중이 안 돼서 라는 이유로 공부를 소홀히 여기지 않을까 걱정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에게 맞는 조건을 좁혀보니 원하는 날에 출근이 가능해야 되고, 일주일에 2~3번만 일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게 무엇일까? 무작정 알바몬, 알바천국을 들여다보았다.
마침, 눈에 들어온 쿠팡 물류센터 단출자 모집, 초보도 가능하다기에 안내에 따라 쿠펀치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고 원하는 날에 출근 신청을 하였다.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기에 건물 찾느라 헤매지 않아도 되고, 교통비 굳었다고 좋아했다.
출근날이 되었다. 셔틀버스를 놓치면 안 되기에, 첫 출근길에 뜀박질하기 싫어서 아침 일찍 나와서 여유 있게 걸어서 정류장에 도착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설레었다. 처음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제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설레기도 했다. 쿠팡 물류센터에 도착하고, 쿠펀치 앱으로 뭔가를 해야 됐다. 쿠펀치 앱 로그인을 해야만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로그인이 안 된다. 생각지 못한 일이기에 온몸이 후끈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침착하게 비밀번호 찾기를 눌렀다. 비밀번호 변경을 하고 로그인을 시도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로그인 실패가 됐다. 계속 시도했다. 계속 로그인이 안 됐다. 직원이 와서 다른 폰으로 시도해 보라며, 폰을 건넸다. 직원이 건넨 폰으로 로그인을 시도해 보아도 안 됐다. 결국 첫날은 일을 하지 못하고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돈 벌러 갔다가 돈 쓰고 오다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검색하고 메일도 보내보고, 전화도 해보고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쿠펀치 어플에 기재된 메일주소로 로그인 실패 화면을 캡처까지 해서 메일을 보냈지만 읽지도 않았고(8월에 수능 원서 접수하는 날, 메일 올 게 있어서 메일함에 들어갔다가 쿠펀치에 메일 보낸 게 생각이 났다. 메일 수신 확인을 했는데 그때까지고 읽지 않았다.), 기재된 번호는 쿠펀치 고객센터 번호가 아닌 쿠팡 고객센터 번호였다. 어쩔 수 없이 공부하러 스터디카페에 갔다.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에 쿠펀치 로그인을 시도해 보니, 됐다!!! 일 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들뜬 마음으로 출근 신청을 다시 했다. 그럼 뭐 하나 며칠 동안 출근 승인이 나지 않았다. 첫 출근 날 직원이 다음에 로그인되면 그때 승인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때 직원이 한 약속을 떠올리며, 문자를 보냈다. 이제는 로그인이 되니 출근승인을 달라고 했다. 출근 승인을 받고 신청한 날 출근을 했다. 일은 단순했다.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았지만, 직원들이 잘 알려줬다. 그날을 기점으로 꾸준하게 쿠팡 물센에서 일하고 있다. 공부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일 안 하는 날은 무조건 스터디카페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내가 번돈으로 스터디카페 결제하고, 교재사고, 폰 요금 내고 이런 것들이 당연한 것이지만, 오랜 시간 당연한 걸 이룰 수 없었기에 이러한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만족스러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 일하다가 부딪쳤다. 아프긴 했지만, 심하게 아프지 않았기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집에 와서 바지를 벗으니 허벅지에 피멍이 크게 들어있었다. 이게 바로 9만 원짜리 상처다!!라고 농담을 했는데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큰 멍은 처음이라 사진으로 남겼다. 멍의 크기만큼 아프지도 않고, 멍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여기기에 내버려 두고 있다. 내가 할 일은 멍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을 위한 공부에 마지막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사진이 한 장 더 남아서 다시 끄적여본다.)
쿠팡 물류센터에 식당이 있지만 , 입맛이 없어서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지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힘든 일을 하면 입맛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음료수 한 캔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음료수 한 캔으로는 안될 거 같고(자판기에 음료수가 없는 날도 있었다), 뭐라도 먹어야 될 거 같았다. 집에서 에너지바 또는 고구마떡 2개를 챙겨가서 점심으로 먹는다. 아직까지는 이렇게 먹어도 오후에 일할 수 있도록 체력이 버텨주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쿠팡이 아니라 공부!!!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힘이 넘치는 하루를 보내자!!! 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