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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MDA Mar 09. 2021

살인마 잭의 집

그 살인마가 지은 집은 과연 무얼 의미하는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해둘 점이 있다. 이 리뷰에 나오는 장면들은 모두 최대한 순화된 장면들이며 실제 영화에서는 매우 폭력적이고 선정적인,소위 말하는 '할리우드 영화'에는 절대로 나올수 없는 연출들이 한 가득이니 이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볼 사람들은 주위를 요망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우리가 처음 듣게 되는 것은 조금은 엉뚱하게도 물 흐르는 소리이다. 그리고 약간의 적막 후,암전된 화면 속에서 한 중저음의 남성의 목소리가 말을 한다.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속에서 남자의 목소리는 동굴에 들어온 것마냥 울린다.하지만 스크린은 여전히 묵묵하게 까만 화면만을 비추어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일절 알려주지 않는다. 또다시 약간의 적막 후, 이번에는 남성이지만 다소 노쇠하고 피곤한 듯한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물론 그래도 되지만 반드시 대답해준다는 보장은 없다네.하지만 내 경험상 기이하게도 이 여정에 오른 자들은 하나같이 고해의 욕구를 느끼지. 수사학적으로 가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 최대한 대답해주겠네.'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영화와 감독은 시종일관 다소 불친절한 태도를 관객에게 보인다. 지금 이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대화하고 있는 두 남성은 누구인가? 여긴 대체 어디이며 그들이 오른 '여정'이란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영화는 직접적으로 아직 답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하진 말자. 모든 여정은 시작이 있으며,끝 역시 있는 법이니깐.  이러한 다소 불친절하고 생뚱맞기도 한 암극의 대화의 이후 영화의 크레딧이 오르게 된다.

크레딧은 '살인마 잭의 '집''이라는 표어의 걸맞게 글자들이 마치 집의 모양을 하고 있다. 과연 잭이 만들 집은 어떤 모습일까?

1st incident:'잭'과 여자, 그리고 '영감의 순간'

노인의 말을 들은 잭은 그렇다면 자신의 일대기를 5개의 사건으로 나뉘어서 설명하겠다고 하며 스크린에 1st incident(첫번째 사건)이란 글자가 마치 물에 씻겨나가는 페인트를 역재생한듯한 모습으로 써지기 시작한다.

망가진 차량수리도구 '잭'을 들고 있는 '여자'. 극 내내 이 여자의 이름과 정체는 언급되지 않지만 이 여자는 잭의 일대기의 시작을 끊은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장면은 어느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도로를 어느 새빨간 밴이 운전하는 모습을 내부에서 보여준다. 그 안에는 영화의 주동인물 잭이 타고있다.그런 그의 눈에 멀리 한 금발의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가 걸어온다. 그 여자는 걸어오더니 대뜸 손에 들고있는 '잭'을 보여주더니 차를 좀 봐주면 안되냐고 다소 저돌적인 자세로 질문한다. 이에 잭은 조금 퉁명스럽게 '당신의 차가 고장난 것이 아닌 잭이 고장난 것이며 조금 앞에 있던 자동차 수리점에 가면 고쳐줄 것이다'며 말하고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대화를 피하려 든다. 하지만 여자는 집요하게 잭에게 말을 걸며 그럴꺼면 차로 거기까지 데려다달라며 부탁의 수준이 아닌 요구를 한다. 결국 잭은 여자를 차에 태워주는 장면이 나오며 잭의 표정이 클로즈업 된다. 당연히 표정에는 긍정적인 감정은 전혀 담겨있지 않다.

여자는 차로 가는 내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선지 존을 비하하고 조롱한다. 그로 인해 잭은 자신의 모든 것을 뒤바꿀 그 사건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여자,무언가 좀 이상하다. 차에 탄지 얼마 안되 여자는 잭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혹시 연쇄살인마는 아니냐느니 그렇게 생겼다느니,그래놓고서 기분 상했냐고 비꼬기까지,그뿐만이 아니라 그가 차고 있떤 빨간 밴도 살인마가 시체 옮길때 쓸 것 같다는 둥 보통 사람이라도 신경이 거슬릴 만한 행동을 주절주절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수리점에 도착해서 필요한 물품은 조달받고 오는 데도 여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 이제는 잭을 대놓고 연쇄살인마로 치부하며 수리점 주인에게 자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였으니 알리바이는 없다며 존의 신경을 게속 긁는다. 

 차에 도착해 새로 받은 잭마저 부서지고 지친 존이 그냥 가려고 했는데 이런 세상에, 이여자는 또다시 수리점까지 자신을 태워달라는 것이다. 이제는 잭도 인내심의 한게에 부디쳤는지 날카롭게 쏘아붙이지만 여자는 조롱을 멈추지 않는다. 계속 거부하니, 맙소사, 자신이 먼저 원래 동승자마냥 들어가 앉는 것이 아닌가.

 여자는 점점 소위 '선'을 넘기 시작한다. 이제는 잭에게 '당신은 연쇄살인마가 아니다. 연쇄살인마라 하기엔 너무 좀스럽게 생겼기 때문이라는 등' 이제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잭은 밴을 급정거시킨다. 파묻힌 고개, 거친 숨, 영화의 모든 연출이 앞으로 일어날 비극에 대해 알리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오늘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씩 웃어보인다.

 그 순간, 잭은 여자와 자신 중간에 있던 망가진 '잭'을 집어든다. 마치 그런 용도로 쓰일것을 알기라도 한듯 시빨겋던 '잭'. 그 '잭'은 '잭'의 손에 들려 허공을 힘차게 가르며 마침내 둔탁한 소리와 함꼐 여자의 이마에 적중한다.

잔혹한 살인극이 벌어지는 그 순간 이후 나오는 피아니스트, 그의 이름은 굴렌굴드이다.

 손,그의 피묻은 손이 클로즈업되고 곧이어 카메라는 위쪽을  향해 피가 튄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살인극에서 나오는 흔하디 흔한 피해자의 단말마조차 없었다. 여자는 힘차게 휘드른 잭에 맞아 일격에 즉사하였다. 그리고 위의 사진과 동일하진 않지만 흑백의 한 청년 피아니스트의 연주 장면이 나온다. 피아노 실력은 출중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하다. 사내는 피아노를 침과 동시에 상체를 비틀어대고 흥얼거리기까지 한다. 그와 동시에 어디에 있었는지 노인의  목소리가 나오며 피아노 연주와 어우러진다. 생각보다 잭을 위험한 친구였다며 감탄인지 경악인지 모를 말과 함께 노인은 어떻게 알았는지 스크린에 나오는 남자가 누구냐고 묻는다. 그러자 잭은 대답한다. '그는 굴렌굴드 입니다. 그는 예술을 대표하죠'

 노인은 반문한다. "다소 성질 긁는 여자의 얼굴을 잭으로 후려친 행위를 내가 위대한 에술로 봐줘야 하는 건가?" 이에 잭이 대답한다. "'버질'씨 제가 설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이로써 우리는 노인의 이름이 버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리고 잭은 다시  설명을 이어가는데 그 내용이 참 기똥차다. 스크린에서는 성당의 천장유리가 나옴과 동시에 잭은 과거 성당에서는 신만이 볼 수 있게 어둠 속에 예술품들을 숨겨놨다고 말하며 그 뒤에는 위대한 건축가들 또한 존재했다 말한다. 그리고 말한다. 살인도 마찬가지라고. 그리고 영화는 잭이 잭으로 여자를 후려치는 장면을 친절하게도 다시 보여준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잔혹극과는 무관하게 그 다음 바로 잭은 설명을 이어간다.  잭은 고딕양식까지 들먹이며 자신은 건축에서도 재료는 고유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믿고, 그 의지를 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건축방식이라 말한다. 이에 편리하지만 형편없는 변명이라고 버질은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버질의 말을 조롱이라도 하듯 영화는 또다시 잭으로 여자를 후려치는 장면을 보여주며 후려치는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계속 울려퍼지며 잭은 말한다. '예술은 여러 종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기술공이니까요.'

<강박증과 냉동창고>

영화는 굴렌굴드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잭이 집안 방에서 무언가를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정면으로 비춘다. 그 뒤로 잭의 설명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잭의 꿈이 건축가였다는 것.그리고 여자 사건 직전 부지를 사서 집을 만들 게획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방을 카메라가 비춘다. 모든 물건들이 자로 잰듯이 반듯하게 있으며 가구나 세간살이에는 먼지 한 톨 없다. 그렇다. 잭은 중증 강박증 환자이다. 잭 역시 버질의 비꼼에 수긍하며 특히나 청소 상태에 민감하며 청소가 완벽히 되지 않으면 외출조차 불가능하다고 갑자기 '냉동창고'에 대해 말을 꺼낸다. 영화는 무심하게 한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서는 잭의 새빨간 밴을 비춘다. 밴에서 내린 얼굴이 피가 튀어있는 걸로 보아 관객은 여자를 잭으로 후려친 이후의 시간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쳐져있는 시체를 질질 끌며 (전 주인이 얹어준)피자들이 가득 쌓여있는 냉동 창고에 내팽개쳐놓는다. 그리고 잭은 의미심장은 설명을 덧붙이는데 냉동창고의 뒷편에는 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문은 무슨 짓을 해도 열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증 강박증 환자답게 미친듯이 청소를 한뒤 용접질로 냉동창고 출입문에 빗장까지 설치한다. 이로써 '잭'이라는 인간 사냥꾼의 전리품 창고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들키지는 않았는가? 분명 의심하는 이가 있었을 텐데" 버질의 질문에 잭이 대답하는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여자를 죽이고 차를 숨긴 곳은 노출된 곳이 였지만 마치 악마가 그의 등을 밀어주기라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행운인지 차를 숨긴곳은 주 경계였고 주 경찰은 방침상 이곳을 조사할 수 없었다. 심지어 수리점 주인인 소니조차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피로 범벅이 된 손을 바라본 뒤 잭은 만족스럽게 웃는다. 강박증 환자에서 거듭난 '살인마'잭의 탄생이었다.

잭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 보기엔 그저 잔혹무도인 한 인간의 살인극을 '번뜩이는 천재가 처음으로 영감을 받은 순간'이라 표현한다. 말도 안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잭에겐 그런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이미 예전의 나약하고 어딘가 결핍된 인간이 아닌, 광신적이고 잔인한 '예술가'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 에술가는 곧바로 두번째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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