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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armon Nov 02. 2023

엘레나 톤라: 나 자신과 스테레오 심리전을 벌여요

[리리시즘] 도터의 'Party'

CREDIT: Marika Kochiashvili

  단조로운 일렉기타 스트로크와 드럼으로 점진해 나가는 처음과 달리 예상을 깨는 가사에 흠칫한다. 정규 3집 <Stereo Mind Game>에 수록된 'Party'에서 엘레나 톤라(Elena Tonra)는 알코올 중독의 늪을 악착같이 벗어난 후 이를 회억하고 긍정한다. 아이거는 엘레나의 모습을 빌려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우물에서 빠져나온 겁니다. 그러고선 깊숙한 구멍을 내려다봤죠." (<모노레일뮤직>) 항구한 습관을 일소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였을 걸 생각하면, 그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할 곡일지도 모른다.


 "완전히 녹초가 된 것 같아 / 이성도 마비됐다고 생각해 / 침착해보려 하지만 / 친구들은 사라지는 중이야." 화자는 코러스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과음 후 완전히 블랙아웃되면 사라질 시간과 기억에 대한 두려움을 금치 못한다. 첫 번째 벌스에서는 관점에 변칙이라도 주듯 에고(Ego)와 이드(Id)가 갈팡질팡 반목하는 갈등을 밀어 넣는다. 이어지는 내면의 방울뱀 또한 시간과 기억을 잡아먹는 방해꾼인 모양새다. "넌 방울뱀이야 / 나 자신과 스테레오 심리 작전을 벌여 / 글쎄, 너도 지워지지 않은 기억을 게워내잖아."


 한밤의 소동을 번복하고, 속마음의 잡음을 묵음 해버린 것과 달리 두 번째 벌스에서는 내적 충돌이 잦아든다. 중독을 이겨낸 의지를 칭송하는 성취의 순간이다. 엘레나는 "넌 나를 해방시켰어 / 스테레오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동안 / 노래는 반복되는데 / 벗어났다고 믿기 어렵지"라고 고백하며 노골적으로 방해하던 어두운 이면의 감정과 자아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똑같은 벌스가 반복되고 아웃트로를 맞이하는 것으로 종착역에 도달한다.


 파티에 이중적인 의미ㅡ디오니소스적 쾌락에 취해 즐기는 잔치와 기어이 승리를 외친 내면의 잔치ㅡ를 부여한 건 작사에 탁월한 엘레나의 기량을 무릇 발휘한 듯싶다. 어느 밤 술을 끊고 싶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일어난 염세적인 태도의 변화는 기악적인 구성에 있어서 상보적인 결합을 이룬다. 슈게이징과 드림 팝과 같은 장르를 동력으로 삼아 클래식한 인디 록을 선보인 'Party'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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