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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armon Jan 09. 2024

보이지니어스: 천사가 될 순 있어도, 신이 될 순 없어

[리리시즘] 보이지니어스의 'Not Storng Enough'

Photo by Harrison Whiteford

 2023년을 총망라하여 빼어난 앨범을 꼽는다면 <the record>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 'Not Strong Enough'는 기타와 베이스, 신시사이저 등을 활용한 인디 록을 구사하면서도 멤버들 간의 하모니를 적절하게 섞은 이상적인 컬래버레이션이다. 이들의 끈끈함은 셀프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한 MV에 침윤됐다. 모순되게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박물관을 관람하는 등 여행을 즐겁게 보내는 모습 때문에 고백이 한층 깊어진. 액면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환하게 과장할 때 더욱 진솔해진다.


 첫 번째 벌스는 피비 브리저스가 맡으며 지시적 의미가 아닌 사건들을 소환한다. "부엌에 블랙홀이 열렸어 / 시계들은 각각 시간을 가리키고 있어." 화자의 인식은 시공간이 뒤틀릴 정도로 비관에 쏠려있다. 줄리안 베이커는  번째 솔로 벌스를 부른다. "협곡을 따라 빠르게 달리며 / 'Boys don't cry'를 소리 높여 불러." 문득 자신을 혐오하게 될 때마다 바로잡으려는 다그침은 베이스 애드리브처럼 나약한 동정을 뿌리친다. 이후 사고를 암시하는 듯한 가사는 암울한 상상만을 낳는다.


 두 사람의 한탄은 코러스로도 이어진다. "천장에 달린 선풍기만 멍하니 계속 쳐다봐 / 반쪽짜리 마음은 언제나 의문만 가지게 할 뿐." 강인한 사람은 타인까지도 책임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되려 상대의 기대만 망쳐버려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된다. 루시 다커스가 등장하는 브릿지의 "천사가 될 순 있어도, 신이 될 순 없어"는 이를 보조하고 있다. 영롱한 독백은 차츰 무르익어 멤버들의 터질 듯한 화음으로 확대된다.


 보이지니어스가 의기투합하여 부른 마지막 코러스에서는 마침내 화자의 결심이 선다. 천사는 신이 될 순 없지만, 계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잡음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텅 비어 있는 앞 좌석으로 나와 / 출구를 지나 오래된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  2024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록 송 및 퍼포먼스 부문 등의 후보로 오른 보이지니어스의 'Not Strong Enough'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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