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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Dec 29. 2022

'딱_한 걸음의_힘' 따라하기

7일 차, 행동 변화로 가는 첫걸음

격투기 선수 말고 CSI요원이 되자

 '딱_한 걸음의_힘' 따라하기 7일 차. 오늘은 행동 변화로 가는 첫걸음을 떼는 날. 첫걸음은 '원인 찾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첫걸음...
탓하기 전에 원인을 찾아라
습관은 어디서 오는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행동의 원인을 캐묻고 분석하는 것이 변화의 길로 나가는 첫걸음이다.

 행동 뒤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을 놔둔 채 행동만 바꾸려고 한다면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제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격투기 선수가 되지 말고 과학수사요원이 되어보자. 과학수사요원이 돼서 '나'를 추적해 보자.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 보자. 그러면 문제 행동이 보이고, 그 행동을 고칠 방법도 보일 것이다.


행동이 아니라 환경이다

 그런데 특정 행동은 특정 상황 혹은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때 매일 아침 걷기를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내가 꼭 들리던 곳이 있었다. '00 커피' 거기서 라테를 사서 집에 오는 게 나의 아침 루틴 중 하나였다. 아침에 라테를 마시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몸은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유가 들어간 라테를 마시면 속이 불편해서 일을 할 때 집중력이 떨어졌다. 건강과 일의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유를 끊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라테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00 커피'에 가면 나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속으로는 '라테 마시면 안 되는데...' 하면서 손으로는 무인주문기계의 '카페라테'를 가볍게 터치하고 있었다. 내가 카페라테를 마시지 않으려면 '00 커피'에 가지 말아야 했다. 아쉽지만 몸 건강, 정신 건강을 위해서 나는 '00 커피'에 가지 않기로 했다.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직접 손으로 내려 마시기로 했다.

 밥먹듯이 매일 가던 그 카페에 가지 않은 첫날, 내 책상에는 라테대신 조금 전 집에서 내린 연한 아메리카노가 있다. 라테 대신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나는 생각한다. '무겁고 텁텁한 라테보다 가볍고 깔끔한 아메리카노가 더 좋네.'인이 박이도록 아침마다 라테를 마셔서 나는 절대 라테를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라테 없이도 나는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고 있다. 내 집처럼 드나들던 그 카페에 가지 않으므로써 말이다.

 환경을 바꾸면 생각보다 쉽게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냉장고와 식료품 저장고에서 살을 찌게 하는 음식들을 치우는 것이다. 냉장고와 식료품 저장고의 환경만 바꾸어도 다이어트의 절반은 성공인셈이다.

 

고민? 또 고민? 그래도 고민!

 하지만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습관이 있다. 그래도 체념하지 말고, 그 습관이 언제 어디서 나타나는지 계속 지켜보자.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민해 보자.

 내가 고치고 싶은 행동 중 하나는 '오전 일과를 마치고 오래된 소파에 앉아 핸드폰 보기'이다. 오전에는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지만 성공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자책은 도움이 안 되기에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나는 매일 아침 아이들과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 나는 다 먹은 그릇을 치우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기 시작한다. 아이들 방정리를 시작으로 건조대 위의 빨래 정리까지, 주변 정리를 빠른 시간 내에 마치고 잠시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른다. 진짜 내 일을 하기 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나는 핸드폰을 켜고 지난밤 자느라 보지 못한 예능이나 드라마를 본다.

 핸드폰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핸드폰을 보는 게 즐거워?" 나는 대답한다. "아니, 즐겁지 않아." 나는 다시 나에게 묻는다. "그런데 왜 보는 거야?" 나는 또 대답한다. "그냥.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구나, 쉬는 동안 무엇을 할지 몰라서 핸드폰을 보고 있구나. 핸드폰 말고 다른 할 일이 생기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에 접근하기가 쉽다면 어떨까?" "그런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 번 찾아볼까?" "좋아."

 내가 하고 싶은 일.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걷기, 필사, 좋은 글 읽기, 아메리카노에 건강한 디저트 먹기.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걸으면 몸과 마음이 상쾌하다. 좋은 문장을 보면 본능적으로 베껴 쓰고 싶어 진다. 다른 사람이 창조한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어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그럴까. 그러나 앞에 열거한 모든 것을 능가하는 기쁨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커피와 건강한 디저트다. 씁쓸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어서 단 디저트를 한 입 먹으면 이른 아침의 피곤이 풀리는 느낌이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왜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매일 반복하는 이유는,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는 것이 별 다른 노력 없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일부터는 핸드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우고, 핸드폰이 놓여 있던 자리에 연필과 노트와 좋은 문장이 담긴 책들을 놓아두면 어떨까? 아니면 일어나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건 어떨까? 아침 일과를 마치고 바로 차가운 밖으로 튀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도 귀찮으면 건강한 디저트를 미리 준비해 놓고, 아침에 직접 커피를 내려 커피와 함께 먹으면 어떨까?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겠지만 달라진다. 너는 왜 이것밖에 안 되냐고 자책하는 대신 '나'를 관찰하고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민해 보자. 변화는 고민에서 시작된다. 고민의 깊이가 깊을수록 변화는 확실하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일찍부터 남편과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느라 수고한 나에게 '소파에 앉아서 어제 못 본 예능을 찾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갔다. 트리에드 밀 위에서 심박수가 160이 넘도록 달리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힘든 운동을 해낸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또 핸드폰 보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고, 대신 아이패드를 켰다. 브런치, 내 서랍에 들어가서 완성하지 못한 글을 불러왔다. 타이머를 30분에 맞춰 놓고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 그냥 아무 문장이나 써 내려갔다. 타이머가 울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아이패드를 덮었다. 30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나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나는 조금씩,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변화는 있다

 습관의 변화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바꾸고 싶은 나의 행동을 관찰하고, 또 관찰해 보자. 그리고 나에게 계속 물음표를 던지자. '왜?' 나의 뇌가 답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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