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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Jul 07. 2023

'딱_한 걸음의_힘‘ 따라하기

17일 차, 두뇌의 보상 시스템을 알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의식적인 행동이 반사적인 행동이 되기까지,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반복’이 아닐까. ’딱_한 걸음의_힘‘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도 ’반복‘이다. 우리 뇌는 ’반복’을 통해서 새로운 습관을 완전한 습관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계속하기란 쉽지 않다. 주변에서 ’건강을 위해서 매일 걷기로 했다.‘고 결심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결심을 한 사람 중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 하다. 왜 우리는 결심만 하고, 행동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새로운 습관을 계속, 자주 할 수 있을까?

 

 신경과학에서는 사람이 두 가지 동기로 움직인다고 본다. 하나는 생존의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보상이다. 먹는 게 즐거워서 먹기도 하지만 ’살기 위해서’ 먹는 이유도 있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먹고, 먹기 위해서 돈을 번다.

 그렇다고 사람이 항상 ‘살기 위해서만’ 먹고 일할까, 그렇지 않다. ‘먹방’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사람이 먹는 것을 중시하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이 주는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보상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맛을 찾아 가까운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넘어서 유럽으로까지 날아간다. 어떤 행동이 주는 보상이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는 그 행동을 더 자주,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행동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보상회로‘라고 부른다. 여기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에는 5개가 있다(아래 그림 참조)

출처_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26154/일러스트 정은우)

 이들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사람의 행동을 촉진시키기도, 억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자. 눈앞에 00 도넛이 있다. 도넛의 맛을 아는 사람은 도넛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참을성이 약한 아이라면 엄마를 재촉할지도 모른다. 맛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우리는 이미 흥분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도넛을 한 입 베어 먹는다. 한 입만 먹고 내려놓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먹고 또 먹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넛이 사라졌다. 도넛이 사라질 때까지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1) VTA(Ventral Tegmental Area, 복측피개영역)

 우리의 눈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이 오면 VTA가 도파민을 열심히 만들어 분비한다. 도파민은 회로를 타고 4개 영역으로 전달된다.

 (2) 측좌핵(NAc, Nucleus Accumbens)

 첫 번째로 쾌락의 핵심인 측좌핵이 활성화된다. 측좌핵이 도파민에 의해 깨어나면 주변에 식욕이 분출하고 흥분 상태에 빠진다. 측좌핵은 VTA에게 도파민을 더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3)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

 VTA가 만든 도파민은 회로를 따라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로도 흘러간다. 편도체는 도파민을 분비시킨 행동을 느끼고, 해마는 그 느낌과 행동을 기억해 두게 된다.

 (5)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행동을 주시, 감독, 지시, 계획하는 전전두엽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정보를 얻어 그 행동이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판단한다. 해마로부터 그 행동에 대한 기억, 편도체로부터 그 행동이 불러일으킨 감정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전전두엽은 종합적인 결론을 내린다. 전전두엽에서 “이건 해로운 행동이야! 이제 그만 멈춰!”라고 결론을 내리면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를 측좌핵으로 보낸다. 글루타메이트는 ‘이제 그만 먹어야 돼!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워!’하고 우리의 행동을 억제한다. 글루타메이트의 양이 더 많다면 우리는 행동을 멈출 것이고, 역으로 도파만의 양이 더 많다면 글루타메이트의 지시를 무시한 채 계속 도넛을 먹을 것이다. 글루타메이트와 도파민의 싸움에서 도파민이 승리한 셈이다.


 모든 행동에는 보상이 있지만, 행동 유형에 따라 작동하는 보상 회로는 다르다. 운동을 할 때 도파민이 다니는 길과 게임을 할 때 도파민이 다니는 길이 다르다. 숲 속의 길을 생각해 보면 된다. 숲에는 숲 속에 살고 있는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산책로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샛길이 있다. 샛길은 원래 길이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질러가고 싶어서 자주 다니다 보니 길이 된 것이다.

 샛길을 산책로로 인정해서 샛길로 다니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숲 보호 차원에서 막아 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람 뇌의 보상 회로도 이렇게 쉽게 없애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자주 반복해서 생긴 보상회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게임, 술, 담배, 마약이 만든 보상 회로는 완전 소멸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새로운 보상회로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포기만 하지 않으면 점점 좋아질 것이다.


 나에게도 버리고 싶은 행동이 있었다. 맛있지만 혈당을 올려서 내 몸에 치명적인 음식들을 자주 먹는 것, 별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집에서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혈당을 올리는 초가공식품을 치워버리고, 대신 혈당을 올리지 않는 자연식품을 먹기로 결심하고 나니 이제 나는 무슨 낙으로 사나 싶어 기분이 우울했다. 그동안 내가 당분과 스마트폰이 주는 싸구려 자극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나는 ‘우울하다’는 이유 때문에 다시 당분과 스마프폰을 찾지 않기로 했다. 우울하니까 즐거운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진짜 재밌고 신나는 일! 그게 뭘까?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정말 행복했는지, 과거의 기억을 뒤져봤다. 땀샘이 폭발할 정도로 운동을 하고 나서 차가운 물로 씻을 때, 책에 줄을 그어가면서 공부할 때,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겨 적을 때, 싱싱한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때, 힘을 뺀 상태에서 나의 마음과 나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때, 그래, 그때 나는 행복했었다. 당분과 스마트폰이 싸구려 보상에 빠져서 운동과 글쓰기와 독서가 주는 보상을 잊고 있었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한 가지 보상 회로로만 다녀서 자연스러운 보상 회로를 알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당분과 스마트폰 없이 무슨 재미로 사냐고? 지난 일주일 간 나는 당분 없이 브로콜리와 방울토마토와 삶은 달걀을 먹는 재미로 살았다. 스마트폰 없이 운동하는 재미, 글 쓰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로 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흥분과 불안의 상태를 오가던 마음이 안정을 되찾았다. 김동명 시인의 ‘내 마음은 호수요‘처럼 내 마음이 그러했다.

 당분과 스마트폰이 만들어 놓은 보상 회로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있다. 지금은 꺼져 있지만 언제든 다시 활성화되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위험‘, ’출입통제‘, ’접근금지’라는 테이프를 쳐놓고 그쪽은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돌아서 가려고 한다. 싸구려 자극이 들어오지 못하게 나의 하루를 자연스러운 자극으로 채워 버렸다. 오전에는 명상, 혈당을 올리지 않는 식사, 가벼운 걷기, 글쓰기. 오후에는 중고강도 운동, 한국어 콘텐츠 만들기. 저녁에는 요리하고, 치우고, 관심 있는 분야 공부.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시간이 남으면 스마트폰으로 영상 보기. 그러나 재미가 없어서 잘 안 보게 된다. 이미 충분히 보상을 받고 있어서 굳이 애써 스마트폰을 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건강을 위해 내가 당가공식품을 안 먹는다고 하면 10명이면 10명 다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큰데 안됐네요.“ 나는 그 말에 동의도, 반박도 하지 않은 채 ”아, 네, 그렇죠“라고 말하며 조용히 웃기만 했다. 사실은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요? 그렇지 않아요. 먹는 것 말고 행복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보상회로는 많다.“발전한 나라일수록 길이 사통팔달로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건강한 사람일수록 보상을 얻는 회로가 다양하다. 자연스럽게 보상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행동에 무엇이 있는가 배우고 그 행동을 자주 하면 누구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딱_한 걸음의_힘 따라하기’ 18일 차에서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자연스러운 자극에 대해 공부해 보자.


*사진 설명

작년 겨울, 찬바람이 불던 날, 집 주변 천을 걷다가 발견한 눈사람이다. 겨울왕국의 누가 생각날 정도로 잘 만들었다. 찬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것도 즐거웠지만 생각지 못한 눈사람을 만나서 더 반가웠다. 기분이 우울할 때, 밖으로 나가 걸어보자. 그러면 두뇌의 보상 회로가 작동할 것이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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