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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Sep 06. 2023

‘딱_한 걸음의_힘’ 따라하기

20일 차, 보복하지 말고 보상하자

 긍정적 행동의 강화제, 보상

 고등학교 3학년인 큰 아들에게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첫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학생이니까 하는 거죠.” 내가 푹푹 찌는 한 여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삼시 세끼를 차리는 이유도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지, 어떤 보상을 바라기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나 식사준비나 계속하다 보면 그 나름의 보상이 있다. 공부를 잘하면 성취감도 있고, 주변에서 칭찬도 받고, 가끔은 장학금을 받기도 한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덤으로 요리하는 재미와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을 보는 기쁨까지 얻을 수 있다.

 어떤 행동을 자발적으로, 자주 한다면  거기에는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보상 때문에 공부를 하는 사람이 더 열심히 하고, 요리를 해 본 사람이 계속한다.


 내가 받고 싶은 보상, 네가 받고 싶은 보상

 사람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듯이 개개인이 생각하는 보상의 형태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보상으로 여기는 칭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는 칭찬을 받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나의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쩌다 마주친 나의 행동을 보고 하는 칭찬은 100%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심드렁하다.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사람이 하는 칭찬은 나에게 뭘 또 부탁하려고 저렇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나 싶어서, 기분이 불쾌하다.

 보상으로서 돈은 어떨까? 칭찬보다는 돈이 조금 더 낫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받는 즉시 기쁨도 사라질 것 같다.

 내가 받고 싶은 보상은 ‘자유’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들, 시간, 돈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먼 이야기라서 마음이 좀 쓰다.

 씁쓸한 마음을 기분 좋게 해 줄 보상은 없을까?


 쉽고 간단한 보상, 셀프 보상

 큰 보상을 향해 가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 ’작은 보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셀프 보상‘이다. 셀프 보상은 내가 나에게 하는 보상을 말한다. 보상의 주체가 ‘나’인 셈이다.  내가 나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보상을 하려면 알아야 3가지 원칙이 있다. ‘현실 가능한 목표 세우기’, ‘보상 시간 늘리기’, ‘나만의 보상 목록 만들어 두기’  


 현실 가능한 목표 세우기

 올해, 8월 폭염을 앞두고 나는 다섯 가지 작은 목표를 세웠다. 남편은 재택근무, 두 아들은 방학이라서 하루 세끼를 집에서 만들어 먹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자기 계발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섯 가지 목표를 세우다니, 욕심이 과했다.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다고, 해내야 한다고, 나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했음에도 나는 목표한 다섯 가지 일 중에서 2, 3가지 밖에 해내지 못했다. 나는 ‘오늘 하루 달성하지 못한 목표들’을 생각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오늘도 망했구나. 망했어.“

 ‘망하다’는 ‘개인, 가정, 단체 따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끝장이 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무더운 더위에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 남편과 아이들을 먹이고, 남는 시간에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유튜브와 책을 보면서 공부하고, 브런치에 들어가 억지로라도 몇 글자 끄적거렸다.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망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나에게 걸핏하면 망했다고 말했다. 망하지 않았는데도 망했다고 말하면 나의 뇌는 진짜 망했다고 생각한다. ‘끝장‘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히는 순간 불안, 두려움, 공포 등의 부정적 감정이 활성화돼서 잘하고 있는 나머지 일까지도 포기하게끔 만들어 버린다. 목표한 일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망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내 몸에 독약을 주사하는 행동과 같다.

 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면 먼저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한다. 내가 못한 일보다 해낸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보인다. ‘내가 해낸 작은 성공’에 주목을 하고, 셀프 칭찬을 하면 활성화된 편도체가 안정이 되고, 전두엽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어쨌든 첫 발은 뗐잖아. 그러면 됐지. 이 정도면 잘했어. 앞으로 더 좋아질 거야.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 그런데 왜 목표한 일을 다  이루지 못했을까? 목표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목표가 너무 높은가? 목표를 좀 낮추고 가짓수를 줄여보면 어떨까?“

 전두엽은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나에게 맞는 답을 결국 찾아낼 것이다.

 보상 시간 늘리기

 얼마나 자주 보상해야 할까? 자주 보상하면 보상의 긍정적 효과가 사라진다. 보상이 긍정적 행동의 강화제가 되려면 보상을 특별한 것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두 아들에게 자연에서 노는 재미를 알려 주고 싶어서, 아이들이 어릴 때 산에 자주 데리고 갔었다. 물론 아이들은 산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평소에 먹기 힘든 음식을 보상으로 걸었다. “산에 올라가려면 힘이 많이 드니까 그날만 젤리, 과자를 먹자. 정상에서는 컵라면을 먹을 거야.”

 젤리, 과자에 컵라면까지 먹는다고 하니 두 녀석은 군말 없이 엄마와 아빠를 따라나섰다. 올라갈 때는 힘들었지만 산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라면과 김밥은 어느 식당에서 먹는 음식보다 맛있었다. 따뜻하고 얼큰한 국밥으로 고된 산행을 마무리하고 나면 고생이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보상이 특별한 것이 되려면 보상을 받기까지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고통스럽겠지만 그 고통은 보상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로 보상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키운다.

 나만의 보상 목록 만들어 두기

 무엇으로 보상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보상의 본질부터 알아보자. 보상의 본질은 ‘즐거움’에 있다. 보상은 즐거워야 한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주는 것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여행을 즐거워해서 힘든 일을 끝내면 보상으로 여행을 간다. 하지만 나는 여행보다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목표한 일을 마치면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만의 보상 목록을 만들어 보자.


[나의 보상 목록]

- 삶은 달걀

- 샐러드

- 나물무침

- 두부

- 견과류

- 글쓰기

- 책 읽기

- 걷기

- 달리기

- 혼자 영화 보기

- 남편과 함께 자전거 타기

- 물건 정리

- 영어 문장 외우기

- 좋은 문장 베껴 쓰기

- 새로운 용어나 개념 배우기

- 쇼핑몰에 가서 새로 나온 물건 관찰하기

- 집 근처 마트에 가서 장보기

- 가족들에게 음식 만들어 주기


 보상 목록을 만들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자.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을 때 보상 목록에서 하나 골라 나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새로운 보상이 생각났다면 추가해도 좋다.

 

보상 중의 보상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 가을을 느낀다. 내 넋을 놓게 만들었던 더위가 가고 있다. 더위가 가고 넋이 돌아오니 흘러간 2023년을 돌아보게 된다.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잘 못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어쨌든 처음에 세운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있어서 감사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나에게 말해 주고 싶다.

 여기까지 와준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은데 수고의 대가로 뭘 하고 싶은 것도, 받고 싶은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받은 보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나,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고 있는 나, 그걸로 나는 이미 보상을 받았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나를 보는 것으로 나는 충분히 기쁘고 즐겁다.  

 단언컨대 보상 중의 보상은 ’나의 변화’ 일 것이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나‘를 보는 것만큼 크고 만족스러운 보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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