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7화를 밤새 봤다. 공연하고 와서 무지무지무지하게 피곤했는데 밤 12시 정도 밥을 먹어서 배가 기분 나쁘게 불렀는데 입으로는 아 재미있다 재미있어 말하지만 마음은 헛헛하기 짝이 없었는데 더글로리를 새벽 내내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보면서 부활했다.
하늘이가 일어나서 어제저녁 아빠가 만들어준 맛있는 장조림을 꺼내 알아서 밥을 먹는 동안 20분 정도 곯아떨어졌다가 학교 버스 타고 가라고 먼저 보내고 뒤에 일어난 바다와 같이 사과와 배를 잘라먹으며 엄마 올해 목표는 열심히 안 사는 거다, 열심히 반대로 사는 거다, 취한 듯이 말하며 웃다가 이불을 둘둘 말고 앉아 풀린 눈으로 대충 사과를 집어먹는 나를 보고 게으름뱅이 같다고 말하는 바다와 또 웃다가 차를 몰아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다에 왔다. (지금 바다에 있다)
오아시스의 노래 ‘Don't look back in anger'를 듣고 부르며 언제나 나를 향해 빛나주는 바다를 비스듬히 마주 보고 앉아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흩날리게 두고 햇볕이 제멋대로 선글라스를 뚫고 들어와 눈알을 비벼대는 걸 두고 얇은 잠옷 바지와 두꺼운 롱패딩 사이사이 차가운 바람이 피부와 관절을 찔러대는 걸 두고 비스듬하게 바닷길을 향해 내려가는 시멘트 길 위에 무스탕 외투를 잘라 만든 방석을 깔고 앉아 렛잇비 하고 있다.
예술은 왜 이다지도 아름다운가. 피곤과 허망함에 쩔어 다 죽어가던 가엾은 인간을 왜 이다지도 하늘 위로 올려놓는가. 왜 라기보다는 어떻게라고 물어야겠다.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시나리오는 더없이 잔인하고 열받고 무서운데, 캐릭터 설정, 배우들의 연기, 사건의 진행이 전율이다.
어쩜 이렇게 딱 맞는 캐릭터가 나와 딱 맞는 표정과 말투와 몸짓으로 저 인물을 구현해 낼까? 씬마다 전율이다. 아 제발, 너무 좋다.
더글로리 뽕을 맞고 바다 빛까지 때리며 비스듬히 기대앉아 셀리 캔 웨이트 (오아시스 노래 절정 부분 가사)를 듣고 부르는, 게으름뱅이 엄마인 나는 지금 몹시, 아주 몹시, 하이 하다.
일찍 자고 푹 자는 게 삶의 중심 가치였는데 이렇게 예술과 함께 밤을 세어보니 천만 배 더 행복하구나. 모든, 정말 모든, 내 세상의 가치 전부를 낱낱이 다 집어던져버리고 아주 새로운 기준으로 아니 그 어떤 기준도 없이 제로의 상태로 살아보고 싶다.
나는 아마 말도 안 되게 더, 훨씬 더, 창조적이고 싱싱한 사람이 될 것이다.
더글로리 7화를 몰아서 본 어제의 나를 칭찬한다. 이제 집에 들어가서 눈 좀 붙이자. 애들 방학이라 오전만 하고 온다. 8화 마지막 화를 오늘이나 내일 아니면 내일모레 앞 뒤로 시간 넉넉히 비워놓고 볼 것이다.
더 글로리 뽕. 맞아서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