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차 부부의 다툼

탓하지 않는 사이

by ps project

오늘 오빠와 다투었다. 다투었다는 표현이 맞나 싶은데 상황을 보자면 이렇다.


16개월 아기를 돌보다가 아이의 엄지발가락 접히는 부분이 갈라져 있는 걸 발견해서 오빠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는데, 이거 무좀이다,라고 말하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 발뒤꿈치는 심하게 갈라져 있는데 신혼 때부터 오빠가 이건 무좀이라면서 피부과에 가보라고 늘 얘기했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나는 피부과에 가지 않았고, 최근에 나도 너무 불편하고 아이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약국에서 약을 사다가 바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도 불편한 일인데 왜 피부과에 가지 않았는지 내가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일이긴 하지만, 나도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그 상황에서 나를 탓하는 오빠가 더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속상할 오빠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나 역시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아이 키우면서 피부과에 가기 힘든 상황인 걸 알았으면 오빠가 약국에서 약을 사다 줬음 됐는데 오빠도 사다 주지 않은 거잖아. 결국 나도 오빠를 탓하게 됐다.


우리 부부는 사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큰 다툼 없이 지냈다. 서로 마음이 상할 때도 당연히 있었지만 서로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가와 늘 대화로 풀 수 있었다. 오늘도 비슷한 경우이지만 다툼 이후에 오빠 행동 중에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들(하지만 그냥 넘길 수 있는 부분들)이 내 눈에 더 잘 보였고 평소처럼 그냥 이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정말 사소한 일인데, 쓰레기 통에 꾹 누르지 않는 것, 화장실 사용 후에 물기나 먼지를 치우지 않는 것, 설거지 후 주방 물기를 닦지 않는 것 등등.


말하고 싶은 건 쌓아두지 말고 바로 말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오늘은 이런 부분들을 바로 말했더니 오빠도 할 말이 있었다. 쓰레기 통에 쓰레기를 넣고 나서는 오빠도 꾹 눌렀다는 거다. 꾹 눌렀는데 쓰레기가 다시 올라왔고 나는 오빠가 누르지 않았다고 오해했던 거다. 그러니 내가 이 부분을 지적했을 때 오빠도 억울했고 내가 평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오늘 이렇게 이야기하니 오빠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줄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왜 평소처럼 오빠의 행동을 바라보지 못했을까.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이 그대로인데, 내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내가 생각한 결론은 나도 억울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나름 아이를 키우면서 살림하고 열심히 생활한다고 했는데, 오빠가 보기에 힘든 부분에 대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들으면서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으로 반발심이 생겼던 것 같다. 왜 나만 고쳐야 하는데,라는 심보가 발동하면서 평소에 그냥 넘어갈 수 있던 부분들을 구태여 이야기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원하는 건데 이거 하나 못해줄까. 그 사람 마음이 편한 일이라면 신경 써서 잘 챙겨줘야지. 내가 잘못했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먼저 다가가서 내가 좀 예민했다고 말하니, 오빠도 아니라고 내가 더 잘하겠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이가 잠든 동안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고 나니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풀리고 다정한 마음이 차올랐다. 부족한 나를 이렇게 사랑해 줘서 늘 고맙고 미안해. 사랑해,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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