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도 Jun 25. 2021

[새벽 산책] 4. 만약 그랬다면

후회도 때론 희망의 뒷면이겠지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늘 그래왔듯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만약 그 때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지금 조금 더 무언가를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을 한번 던지기 시작하니 비슷한 질문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이 후회의 시작점은 어디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즈음,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지금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게 있다면 그것은 조금 전에 발생한 것이 아니며, 오랫동안 누적된 내 선택과 행동의 결과이며 절대 단박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

    이쯤 되면 후회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 존재적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삶이 하나뿐인 이상, 삶 자체가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생각하면 후회를 일절 안할 수가 없으니.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지만 그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 유한한 기회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하긴 기회가 무한하게 주어진다고 하면 후회라는 단어의 무게감은 먼지만큼 가벼워질 테지.

    뭐 이런저런 생각들의 연쇄가 계속되다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지금, 또 처음과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만약 가던 길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절대 장담할 수 없다.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주 편안하게, 최소한도의 안전망을 가지고 길바닥을 밟고 있지 않을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매너리즘에 취약한 나 자신인지라 안일함에 파묻혀 지향했던 이상으로부터 영영 멀어질 것만 같다. 플랜 비 역시 제대로 세우지 않을 듯하니 더 큰 충격이 찾아왔을 때 더욱 불안해하며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이 지금보다 몇 곱절은 걸리지 않을까.

    아직 생각과 감정에 있어 내공이 많이 부족한 나로서, 앞으로도 일절 후회 없는 인생을 만들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몇 겁의 시간 속에서 후회 없다고 느끼는 어느 '순간'만큼은 존재하지 않을까.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했을 때에만, 순간을 꽉 차게 살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때에만 느껴지는 그런 후련함 말이다. 지금에 충실한 순간들이 계속 지속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다만, 그래도 후회 없는 순간의 총량이 모이고 모여서 후회스러운 순간들을 덮을 만큼 커지게 된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 산책] 3.그는 진정 슬퍼해 본 적 없다 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