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
아침부터 나와 내 부모님과의 관계를 애절히 공략하며
십여분의 설득을 하는 보험회사 여직원분 덕에
자세히 생각할 틈도 없이 덜컥 아버님 보험 하나를 추가했다.
하루종일 효를 실행한 뿌듯함보다 찜찜함이 강하던 나는
결국 다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오늘 새로 가입한 보험이 무엇인지, 그것이 지금 같은 회사의 이미 가입돼있는
아버님의 다른 효보험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름인지 다시 자세히 묻고 들었다.
거의 같았다.
그래서 해약하려 했더니 여직원은 두 보험의 결정적 차이 단 하나,
질병시 입원료보상을 강조하여 여린 나는 다시 설득을 당한채 전화를 끊었다.
회사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 애쓰는 한 사람과 내 삶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던 나와의 싸움은
오늘 두 번 싸워 두 번 다 졌다.
조직의 힘은, 그리고 삶의 절실함은
나보다 크고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