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콘서트 예매로 다져진 실력... 각종 티켓 예약 실전팁
비가 온다. 오전 근무 후에 경복궁으로 향했다. 한 달 전에 치열하게 예매해 둔 경복궁 생과방 체험(2022.04.20~2022.06.25(토) 오전 10:00~17:00, 유료)하러 가는 날이다.
평소 궁에 가면 마당에 서서 방 안쪽을 기웃거리기만 했는데 이 체험은 다르다. 궁궐의 방 안에 들어앉아 네모난 창을 통해 마당을 바라보며 다과를 즐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먼저 생과방 체험을 다녀온 친구가 마침 안부를 물어왔다. 우산을 든 손으로 '생과방 체험하는 날'이라고 답했더니 "비 내리는 생과방, 딱 내가 원하던 거고만"이라고 말했다.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밖을 내다보는 운치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이것은 문화재를 가지고 하는 복지다. 많은 사람이 누렸으면 좋겠다. 강추!"
그런데 이 좋은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티켓팅(티켓을 예매하는 일)이다.
2017년 방탄소년단의 팬이 된 후 많은 경험을 했다. 1년에 몇 번 안 하지만 치열하게 트레이닝 된 것이 바로 티켓팅이다.
PC방을 물색하고 1시간 이상 이선좌(이미 선점된 좌석입니다) 메시지를 보면서 보라색으로 표시된 좌석을 클릭하는 일을 반복하다 끝내 예매에 실패하면 '아버지 제가 지금 돈을 벌어서 뭐해요. 방탄소년단 공연 티켓 하나를 못 사는데'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5년간 단련이 되어 매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도 3층 끝자리든 어디든 어찌됐든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뿐이랴. 창덕궁 달빛기행(지난 12일 종료), 경복궁 별빛야행(5월 29일 종료) 같이 1년 중 일부 기간에 소수만 즐길 수 있는 귀한 경험도 만끽했다.
티켓팅의 어려운 정도에도 단계가 있다. 좌석에 비해 공연을 보려는 사람이 극도로 많은 일부 공연은 서버신의 간택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야말로 진인사대천명의 경지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후에는 그저 수많은 새로고침 시도 중 내 클릭을 서버신이 빠르게 뚫어주어 좌석표를 불러와주기를 기도할 뿐이다.
대천명에 해당하는 부분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으니 여기서는 진인사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티켓팅의 기본은 티켓이 오픈되는 시점, 모든 표가 처음 풀릴 때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처음 예약해보는 사이트의 경우 반드시 회원가입 후 예매 직전 단계까지를 밟아가면서 팝업이 차단되어 있지 않은지, 결제를 위해 따로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없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어렵게 잡은 티켓이 마지막 순간 팝업 차단에 막혀 사라지는 경험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미리미리 챙겨놓지 않은 자신이 미워지니까.
수요가 많은 공연 티켓일수록 0.1초의 차이로 예약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예약하려는 사이트의 서버 시간에 맞추어 클릭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예약 사이트에서 몇 시간 전, 몇 분 전, 몇 초 전인지 아예 서버시간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1초씩 줄어드는 시계를 보고 있다가 정각이 되어 예매 버튼이 활성화 되는 시점에 재빠르게 클릭해야 한다.
또 내가 예매할 날짜, 시간대, 같이 관람할 인원을 정하고 같은 사이트의 다른 공연 예매 페이지에서 어떤 위치에 마우스를 눌러야 하는지 눈과 손으로 익혀두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날짜 클릭, 시간 클릭, 인원수 클릭이 탁탁탁 이루어져야 한다. 수요가 많은 공연의 경우, 예매를 위한 캘린더가 열렸는데 예매 정보를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그때 눈으로 찾고 있으면 이미 늦다.
창덕궁 후원 예약,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같은 예약은 이정도 준비하면 무난히 예매할 수 있다. 밤의 궁궐에서 국악 공연을 즐기며 창덕궁 후원을 거니는 달빛기행이나 경복궁 소주방의 도시락을 먹어보는 별빛야행, 다과를 즐기는 생과방 체험은 조금 더 난이도가 높다.
공연장 좌석수에 비해 보려는 사람이 많아 예매가 치열한 공연의 경우 예매 버튼을 눌러 좌석표를 불러오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티켓 예매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치열한 티켓팅의 경우, 같은 예매창을 두세 개 정도 띄워두고 어느 쪽이 먼저 뚫릴지 모르니 스마트폰도 함께 대기해둔다.
티켓팅이 시작되는 정각 직전 59분 58초, 59초, 정각 이렇게 약간의 시차를 두고 여러 개 띄워둔 창을 차례로 새로고침한다. 먼저 열리는 창에서 티켓팅을 시도하다가 중간에 오류가 나면 다른 창에 대기를 걸어둔 페이지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로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좌석표가 표시되었다면 다음 전략은 이것이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해서 본능적으로 남아있는 티켓 중 가장 앞자리에 가까운 표를 클릭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이선좌 메시지를 몇 번 만나면 내가 구할 수 있는 좌석은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
꼭 가고싶은 공연일수록 좌석표가 열렸을 때 보이는 가장 앞줄보다 두 세줄 정도 뒤의 좌석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더 좋은 좌석을 두고도 뒷줄을 선택할 때 물론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공연장에 들어갈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공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다.
'자리는 상관없다. 공연장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오직 본 사람과 못 본 사람만이 있을 뿐.'
티켓팅 준비부터 실전까지 말로 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팁을 전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5년 동안 티켓팅을 하면서 친구이자 티켓팅 선배에게 배운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펼쳐진 좌석표에 남은 좌석이 하나도 없을 때 초보 시절의 나는 '히잉' 하며 페이지를 접었지만 이제는 침착하게 새로고침을 계속해본다. 예약을 진행하다 튕겨나온 표들이 어느 순간 마법처럼 풀려 한꺼번에 표시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약 시 선택하는 결제방식도 중요하다. 무통장 입금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편이 가장 좋다(예매처에서 무통장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결제 모듈을 불러오는 사이에 오류가 날 가능성이 높고 연결이 되더라도 지체되다 보면 잡았다고 생각했던 티켓이 먼저 결제를 끝낸 사람에게 선점되어 예매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예매했다가 기한 내에 입금을 하지 않으면 티켓이 취소되는데 이 취소표가 풀리는 시각도 예매처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 시각을 알아두었다가 티켓팅을 해서 예매하는 방법도 있다.
그것마저 실패했다고 해도 가뭄에 콩나듯 취소표가 나오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예매하기 힘든 경복궁 생과방 티켓을, 내가 쓴 후기를 보고 알게 되어 예매 앱에 들어갔다가 운 좋게 다음날 체험 티켓을 구했다는 소식을 전해준 친구도 있었으니 말이다.
티켓팅을 하다보면 매크로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많이 듣게 된다. 매크로란 앞에서 말한 모든 티켓팅 과정을 재빨리 시도하도록 되어있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마우스로 하나하나 클릭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신속정확도로 티켓을 채간다. 가고 싶은 공연 티켓을 쟁취하려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만 나는 마지막까지 사람으로 남아 내 손으로 따낸 티켓으로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그것이 공연을 준비하는 측에도 공연을 보려고 티켓팅을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켜야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로 내 인생을 채워가고자 한다. 티켓팅은 내게 그 생활을 위해 장착해야 할 작은 기술이었다.
2018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 가보겠다며 퇴근길에 티켓팅을 하려고 PC방에 들러 쭈뼛쭈뼛대던 내가 이제 어떤 공연이든 체험이든 '티켓팅? 그래 한번 해보지 뭐'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매번 성공하지는 못해도 티켓팅이라는 장벽을 보고 지레 물러서지는 않게 되었다.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작고 소중한 기술, 티켓팅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글벗들과 함께 쓰는 워킹맘의 부캐생활이라는 연재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