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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a Mar 16. 2022

"왜 그랬냐고? 여기서는 그렇게 해도 되니까"

사회 조직 관계 소통 공동체 뭐 이딴거


"국물이 뭐라고 국물만 주냐고"


20대 초반에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가 만난 리더들은 대부분 일방적이고 이기적이고 무섭고 깐깐하고 부정적이었다. 아랫사람을 챙겨주는 리더는 더더욱 만나기 어려웠다. 뭐 하나 맘에 안 들면 꼬투리 잡기 바빴고, 뭐 하나 안 챙겨주면 삐져서 왕따를 시켰다. 어쩌다 따뜻한 리더를 만나기도 했지만 꼭 그런 리더와는 오래 함께 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붙어서 도와 달라는 아우성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리더와 함께 하는 것도 경쟁률이 높았다. 


20대 군대에서 이등병이었을 때다. 입대 후 한 번도 라면을 먹어보지 못했다. 훈련을 받을 때면 그 라면이 뭐라고 너무 먹고 싶었다. 집에서 마음껏 끓여 먹던 라면, 지겨워서 잘 먹지 않았던 라면이 그렇게도 먹고 싶었다. 그런데 밤에 근무를 나가면 선임들이 컵라면을 몰래 들고나가서 혼자 먹었다. 너무 먹고 싶지만 자기만 먹었다. 라면도 짬밥이 없으면 먹지 못했다. 그러다 어떤 병장과 함께 근무를 섰다. 여전히 혼자 라면을 먹었는다. 거의 다 먹고 나서 남은 국물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하... 그 국물을 마시는데 눈물이 났다. 그 병장이 너무 고마웠다. 국물이라도 나에게 주는구나. 나중에 내가 병장이 되었을 때 나도 근무 중에 라면을 먹었다. 나는 항상 이등병의 라면도 챙겨 주었다. 그럴 때마다 국물만 주었던 병장이 생각났다. 


"이게 뭐라고. 국물만 주었구나. 이  썩을 넘. 이게 뭐라고.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그리고 사회로 다시 나오니 그런 마인드를 가진 리더들이 너무 많았다. 조금 챙겨주면 될 것을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국물만 준다. 그 조차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국물조차 없었다. 참 사람이 악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직장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국물이란? 주고도 욕먹는 것이다. 그런 것을 왜 주냐고 비난을 들을 것이다. 줄려면 다 주던지, 왜 국물만 주냐고 욕을 한 바가지 들을 것이다. 그런데 직장은 그렇지 않았다. 군대처럼 그 국물마저도 고마움을 느낄 만큼 챙겨주는 따뜻함이 없는 곳이다. 언젠가 평소에 주변을 잘 챙기던 선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평소에 무섭고 이기적인 선배가 어쩌다 밥 한번 사면 감동을 받는데, 나 같이 평소에 챙겨주는 선배가 어쩌다 지적하고 야단치면 실망하고 돌아서더라"


맞다. 어쩌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문제일 수 있다. 잘해 주면 잘해주는 대로, 못 해 주면 못 해 주는 대로 문제가 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여기서는 왜 그랬냐고? 여기서는 그렇게 해도 되니까"


군대 있을 때 후배들을 괴롭히던 선임이 있었다. 그 선임의 관물대에는 군대 오기 전 사회봉사하며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선임이 재대하기 직전에서야 내가 물었다. 밖에서 참 선하신 분 같은데 여기서 왜 그렇게 우리를 괴롭혔냐고. 그랬더니 선임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왜 그랬냐고? 여기서는 그렇게 해도 되니까"


그 말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 직장에서는 그렇게 해도 되니까 그렇게 한 거다. 그 사람들이 다른 곳에 가서는 안 그럴 것이다. 집에서는 사랑 많은 남편이요 아버지 일 것이다. 교회에 가서는 은혜로운 집사님일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우정 많은 친구일 것이다. 거기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곳이니까 이렇게 안 할 것이다. 여기서는 이렇게 해도 되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다. 


요즘 MZ세대에게 한 가지 고마운 점이 있다. 이 친구들은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 국물만 주냐고 말한다. 그래도 되는 곳임을 거부한다. 때로는 그런 자유함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때론 그 자유함 때문에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중년 세대에게 없는 용기가 그들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곳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 단지 내가 힘이 없어 그런 곳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병장이 되면 고치면 되기에 기다리고 인내했다. 그것이 나의 세대가 찾은 답이었다. 그런데 MZ세대는 다른 답을 찾았다. 그런 곳에서 인내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안 되는 곳을 찾으러 가면 된다. 그것이 그들이 찾은 답이다. 


"그러면 안 되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친구를 만났다.


"그러면 안 되는 곳은 어디일까?"

"그런 곳이 있지. 요즘은 정말 많더라고"

"하긴, 내가 갈 수 없다는 게 문제지"

"그렇지. 그게 문제야. 그런 곳은 서로 들어가려고 하지"

"결국 그런 곳에 가는 곳도 실력이군"

"이래나 저래나 결국 실력이지"

"그렇구나.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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