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감정 이야기-22
"여보 둘째는 왜 말이 없을까?"
"하기 싫은가 보지 뭐!"
"여보 둘째만 데리고 가서 외식하자"
"왜?"
"얼마 전에 첫째, 둘째, 셋째 데리고 밥을 먹었거든"
"근데?"
"첫째랑 이야기를 한참 하는데 둘째가 고민 있다고 얘기를 꺼내더라고"
"무슨 고민?"
"이렇고 저렇고 그렇고 고민을 좀 했다고 하네"
"그래? 처음 듣는 얘기네?"
"생각해 보니까 늘 첫째 고민 얘기만 한 거 같아"
"첫째는 내년에 대학도 가니까 중요했던 거지"
"그러게. 그래도 미안하더라고. 그러니 맛있는 거 사주자"
"그래 말은 없지만 고민이 많았을 거야"
"근데 둘째랑 밥 먹으면 정말 밥만 먹겠지?"
"워낙 말이 없으니까 그럴 거 같아"
"밥 먹으면서 대화를 해보자고"
"근데 어떻게 해야 고민을 말하게 할까?"
"그러게 워낙 말이 없으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기특한데 사춘기라 그런지 너무 말이 없어"
"그러게 고민이 있으면 말을 좀 하지 짜식"
"그러니까 말이야"
둘째와 식사를 하러 갔다
둘째가 좋아하는 파스타 맛집에 갔다
둘째가 화장실을 갔다
"뭐라고 말을 꺼내면 좋을까?"
"그러게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먼저 말을 꺼내 볼게"
"그래도 너무 억지로 말하게 하지는 말구"
"알았어 슬쩍 꺼내볼게"
"어떤 고민인지 얘기해 보자구"
"말을 해야 알지... 말을..."
둘째가 왔다.
둘째가 먼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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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있잖아! 처음엔... 나중엔... 그래서... 선생님이... 애들이... 내 생각에... 그런데... 그래도... 결국은...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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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있잖아! 친구가... 그래서... 열심히 공부 하지만... 진짜 그럴 수 있을까... 내신이... 그렇게 되려면... 고민을 했는데... 하지만...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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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있잖아! 학원에서... 상급반으로 갔는데... 어렵지만.. 선생님이... 자신감이... 고등학교 진도를... 그런데... 뭐가 좋은지...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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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부끄러웠다.
다음부턴 먼저 물어볼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미안해.
파스타 먹었으니 다음엔 짬뽕 먹자.
우리 둘째는 말이 많다.
그냥 말하기를 양보했을 뿐이다.
집에 오니 셋째가 부러운 듯 쳐다본다.
막내에게 한 마디 했다.
"너도 맛있는 거 사줄 건데 순서를 기다려"
둘째가 웃는다.
먼저 물어보지 못해 미안해
오늘도 나의 일상은 기쁨 하나에 슬픔 하나 넣은 커피 한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