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후영 Mar 31. 2022

나는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가

새롭게 출발하며 생각 정리하기


이직



 3월 14일, 최종적으로 이직하는 것을 결정하게 되었다. 2년 넘게 다닌 회사였고 좋은 리더분을 만나
직무역량 면으로도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이직을 하는 것을 결심하였다.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中 사장과 주인공>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는 조그만 기업에서 첫 시작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곳은 소위 말해 블랙 기업이었고, 둘은 서로 도우면서 성장을 하고 의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이 어느 정도 커져갈 때쯤, 동기 한 명은 클라이언트의 지나친 갑질에 시달리고 있었고 현 회사에 불만이 가득한 상태가 되어 결국 퇴사하게 된다. 퇴사할 때 주인공에게 너도 얼른 퇴사하라며, 자신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때 주인공은 고민 끝에 결국 남기로 한다. 꿈과 열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현재 자기
모습이 초라했기에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자신한테도 더 좋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견기업 임원이 된 주인공은 친구가 기업을 세워 성공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 주인공의 씁쓸한 표정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물론 영화는 이보다 더 좋은 내용을 담고 있고, 이전에는 틀에 맞춰서 업무 하기를 강요했던
주인공은 20대 젊은이들이 하는 업무 수행방식을 응원해주며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었을 때 하지 못했던 것을 응원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현재 나는 업무 할 때 어떤 모습이었는가? 내가 원하는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회사에 다니던 와중에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생소한 기업이었지만 기술개발 베이스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 궁금하고, 내가 다른 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역량을 쌓았는가? 평가받고 싶었던 마음에 면접을 수락하게 되었다.

 이후, 너무나 좋게 봐주셔서 합격을 안내해주시며 합류 제안을 주셨지만 그래도 현재 다니는 곳의 환경,
성장 가능성, 리더, 대표님의 품성이 좋은 곳이어서 고사하려고 하던 그때, 면접관님으로 연락 요청이
왔고 "스타트업 HR 성장기에 대한 책을 쓰지 않으시겠습니까?"라고 제안을 주셨다.


 이때 처음으로 '도전'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끊임없이 고민하던 중 나는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첫째, 기술개발 베이스 문화에서의 성장 욕구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커머스 기반의 회사로, 비개발 조직으로 시작하였다. 이후 개발사업부가
신설되었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볼뿐 내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들이나 업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물론 나에게 그런 역량이 없고, 테크 기반의 경력도 없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입사 제의를 해준 기업은 기술개발 베이스 문화를 구축하는 중이었고, 많은 개발자분을 모시고 있었다. 기술개발 조직이 베이스인 회사에서의 겪게 될 작고 많은 경험, 조직문화,
테크 리크루터로서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최종적으로 테크 회사 기반의 HRBP로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그런 곳에서 처음 기반부터 다져가면서 역량을 쌓고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성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도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더욱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히스토리를 남기면서 진행하지 못했던 업무에 대한 아쉬움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나는 역량이 부족하고 당장 하기에만 초점을 맞춰 많은
업무를 진행할 때,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보다 그리고 이 업무에 대한 히스토리를 남기기보다 빠르게 실행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그렇게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규정이나 진행하던 교육 중 부족한 부분도 많아서 실행 과정 중 삐그덕거리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회사의 구성원을 위해 했던 일이었는데 나에게는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동료분들은 일을 잘한다고 칭찬하였지만 나 스스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또, 이러한 업무들이 쌓이게 되고 실행하기에만 급급하여 회고하지 못하였다. 이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
어느 부분에 대해 강점을 가지고 갈 것인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기록을 해두지 못했다.
 이런 점들이 나의 업무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다음에 비슷한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히스토리,
그리고 'why'를 먼저 생각하기, 실행 후 회고하기 프로세스를 거쳐야겠다고 마음속에만 가지고
조금씩 실행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중 이제 막 체계를 잡아가는 기업에서 제의가 왔다. 해당 기업에서 여러 가지 체계를 쌓아가면서 내가 생각하는 'why'->'기획'->'실행'->'회고'의 방식을 적용하여 처음부터
탄탄히 쌓아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최종 커리어를 위한 중간점검


 두 번째에 남긴 업무에 아쉬움을 "지금 회사에서도 할 수 있는 건데 왜 다른 회사에서 굳이 해야 하냐?"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막연히 생각한 내 최종 커리어가 있었다. 프리 시리즈-A, 혹은 그 이전 성장을 시작하는
회사에서 HR 리더 급으로 시작하여, 내가 현재 쌓아온 경험들을 토대로 체계를 쌓아가면서 회사와 같이 성장하고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경험들이 헛된 경험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 와중, 체계를 처음부터 쌓을 기회가 왔고 내 경험을 중간 점검할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태까지 많은 기업의 면접을 받았지만, 나의 원하던 부분을 자극했던 곳은 이직을 결심한 회사 단 한 곳이었다. 

넷째, "책"이라는 강한 단어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단순히 기록 및 경력만 쌓아가고, 히스토리를 쌓아가면서 성장할 생각밖에 못 하던 나에게 "책을 내보지 않겠습니까?"라는 문장 중 "책"이라는 단어는 업무 시야의 확장, 경험의 정리
그리고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정리하면서 업무를 하지 못하면 스스로 불만족스러워했던 나에게 최고의 솔루션이자 이직의 강한
동기부여를 자극하였던 단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쉬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팀 빌딩의 스토리를 담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회사에서 
여러 가지 기획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하는 시도를 수 십 번은 할 테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들은 나의 커리어를 쌓는 데 크나큰 동기부여가 되고, 일하는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섯째, 나는 어떤 직업인인가?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라는 책에서 김호 대표님은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다. 직업을 만들려면 앞으로 무엇이 유망할 것인가가 아니라 자기만의 직업적 욕망이 무엇인지를
아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이 나에게는 큰 울림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일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살아가고 싶고, HRBP 전문가가 되고 싶기에 나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니며, 내가 쌓아온 경험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지금 다니는 곳은 너무나 좋게 봐주시고 내부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스스로 잘했다고 
만족하면서 사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때때로 들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역량들을 다른 회사에서 발휘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고 나를 발전시키기는 양분으로
삼고자 하는 그런 욕망이 이직하게 만들었다.


새 출발은 어떻게?


 솔직히 말해 아직 잘 모르겠다. 내용은 정리해두었으나 아직 출근하지 않았기에 어디서부터 진행해야 할 지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떻게 진행할지 대략적인 틀은 짜두었다.

(1) 기대치는 낮게, 목표는 넓게 펼치기보다 좁기
(2) 할 수 있는 것들 먼저 찾아보기
(3) 업무를 진행할 때는 '기획'-'실행'-'피드백'-'회고' 사이클을 반복하여 좋은 결과물과 히스토리를
     만들기
(4) 최종 마일스톤 설정 잊지 말기 
(5) 직업인으로서 나의 가치를 단계적으로 높이기


(좋은 분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정리하고, 업무를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첫 브런치를 시작했다.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면접 장면>


이직을 통해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한 선택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브런치를 통해 내가 한 모든 업무들의 회고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조그만 인사이트가 되었으면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