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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리아 DayLia Jun 23. 2021

미국 뉴저지에서 집 구매하기 - 상

부동산 중개업 사이트

처음부터 롱디로 시작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롱디를 끝낸 후 2019년 12월, 결혼에 골인한 우리는 여느 신혼부부처럼 아파트에서 렌트 생활부터 시작을 했다.

남편은 워싱턴 DC에서 뉴욕으로, 나는 한국 서울에서 뉴욕으로-거주지는 뉴저지이긴 하지만.

우리 둘 모두에게 새로운 곳, 새 출발이나 다름없었기에 처음에는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었다. 롱디를 끝내고 함께하는 신혼 생활에 더더욱 들떠있었겠지.


하지만 한 해가 지나고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한국에서 하기로 한 결혼식도 모두 취소하게 되었고 나의 영주권조차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는 참 우울하기도 했었지.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남편 역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우리가 살고 있던-이 일대에서 나름 고급인-아파트 역시 타격을 입었다. 사람들이 도심에서 빠져나가 교외지역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몇몇 직업은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로 돌렸다고 할 정도니... 놀랄 일도 아니다. 직원들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으니 사무실을 싸고 작은 건물로 이전하는 회사들이 생겨났고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더 선호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교외지역 아파트는 2 베드에 한 달 가격이 천 달러대이니 나라도 교외지역으로 이사를 가겠다. 

그럼 우리는 왜 못 갔느냐... 남편은 공무원이다. 그리고 2주마다 다음 계획을 공지해 주는데 그 계획이라는 게 2주 동안 재택근무 연장. 그러기를 벌써 1년 반... 애초에 1년 이상 연장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훨씬 싸고 큰 교외지역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 텐데. 답답했다. 덕분에 우리는 비어 가는 이 1 베드 아파트에서 한 달에 3천 달러 정도 되는 금액을 내고 살고 있었다는 것...

더 화가 나는 것은 럭셔리 아파트였던 우리 아파트도 세입자가 줄어드니 어쩔 수 없이 렌트 가격을 내렸고 2년 계약 시 4개월 무료라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전략을 우리에게 적용시켜주지는 않는다는 거... 싫으면 이사를 나가라는데 언제까지 재택근무가 연장될지 알 수 없는 우리로서는 섣불리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실정.

그래, 자선사업가도 아니니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더 이상 럭셔리 아파트가 아니게 된 우리 아파트에는(참고로 우리가 월 3천 달러를 내는 이 집을 지금 2년 계약으로 하면 월 2천 달러 이하로 살 수 있다는 것) 강 건너의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서울도 그랬던 것 같은데, 강을 사이로 지역 간 부의 격차가 심한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인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안전한 동네이지만 강을 건너면 총격 사건이 매일 일어나는 위험한 동네라는 것. 그리고 그 동네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기 시작했다. 물론 총격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온 것은 아니지만 금연 건물에서 당당히 담배 혹은 마리화나를 피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자신의 개 똥을 치우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밤늦게까지 술파티를 벌이며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우리 아파트에 있는 도그 파크 앞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참고로 도그 파크 앞에 있는 아파트 유닛들은 소음의 문제로 다른 아파트 유닛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도그 파크에서 개가 짖을 때마다 욕설과 함께 협박을 했다...(이해 불가)

문제는 진짜로 개를 죽이려고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도그 파크에 반으로 가른 포도를 뿌려놓는다거나(세입자의 개가 포도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서 위 세척에 혈액검사를 하는데 비용이 5,000달러가 들었단다) 닭뼈를 여기저기 흩뿌려 놓거나 온갖 개가 먹으면 치명적인 음식물들을 여기저기 숨겨 놓고, 심지어 유리 조각도 뿌려 놓았었다. 거기에 파 씨앗까지 도그 파크 안 여기저기 뿌려 놓아서 개들이 풀인 줄 알고 먹게 하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 문제로 아파트 관리소에 신고를 하고 여러 조치를 부탁했지만 시늉만 하거나 자동응답기 같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대답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그럴 거면 Pet friendly라고 광고를 하지 말아야지!).

이 문제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하우스 헌팅을 다니게 되었다.

사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게, 우리는 사모예드 한 마리와 토이 푸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대가족이었기 때문. 이런 조건에서는 아파트든, 하우스든 렌트를 구하기 쉽지 않다.


2020년 겨울부터 레드핀(Redfin), 질로우(Zillow), 트룰리아(Trulia)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설명하자면-

레드핀은 줌인과 줌아웃 기능, 서치 바운더리 제거 기능, 마음에 안 드는 매물은 X로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능, 마켓에서 아웃된 매물 및 업로드된 매물을 꽤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한다는 것.

질로우는 인터페이스가 영 불편했지만 지도를 확대했을 때 현재 마켓에 나와 있는 매물뿐만 아니라 그 이웃집들 가격까지 한 번에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 오퍼를 넣을 때 참고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트룰리아는 범죄율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다른 건 그다지...

+ 리얼터 닷컴은 다 별로. 매물 업데이트도 느리고...


결국 정착한 곳은 레드핀. 레드핀으로 이 집 저 집 살펴보면서 온갖 트집을 잡으며 이 집은 이래서 별로네, 저 집은 저래서 별로네 그랬었다. 그리고 차가 생긴 2021년 3월(리스카 - 이 이야기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첫 투어를 예약했다. 

Fair Lawn에 있던 곳이었는데 4 베드 1.5 베쓰, 랏(Lot) 사이즈 8,024 제곱피트, 집 사이즈 1,379 제곱피트, 가격은 480K. 사진은 참 좋아 보였지.

아침 9시 45분 예약이었는데 에이전트가 15분 늦게 도착했다. 10분 늦을 거라더니.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급하지 않았기에 괜찮다며 아량을 베풀 수 있었다. 허허.

집 안에 들어가 보니 조명도 없고 주방은 전부 다 다시 리모델링해야 할 정도로 낡았으며 차고를 일반 창고처럼 개조한 곳은 개조를 잘못한 것인지 물이 샌 자국에 곰팡이가 껴 있고 바람이 숭숭 들어와 비닐로 대충 막아 놓은 모습이 보였다. 창틀 역시 곰팡이가 슬어 있는 상태...

방은 두꺼운 카펫에(한 눈에도 굉장히 더러워 보였다) 침대 매트리스가 바닥에 놓여 있었고 모든 방에 조명이 없었다. 화장실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못 본 작디작은 세면대와 함께 변기가 있었으며 청소를 해도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욕조 역시 한숨을 짓게 만들었다.

아... 아무리 학군이 A+인 지역일지라도 이건 너무하잖아.

무엇보다도 우리 덩치 큰 사모예드 강아지를 위한 마당이 너무 작았다. 우리는 깨달았다. 아... 8,000 제곱피트는 우리가 원하는 사이즈가 아니구나.

+ 참고로 이 집은 12월에 리스팅 됐다가 딜이 한 번 깨지고 다시 한 번 리스팅된 집인데, 우리가 보러 갔을 때는 전보다 가격을 더 올려 리스팅 했었다. 하지만 5월 초에 410K에 팔렸다는 거.


그다음 집은 11시에 투어를 예약한 집이다. West Orange에 있는 집. 

4 베드, 2 베쓰에 랏 사이즈가 0.32 에이커, 집 사이즈가 1,715 제곱피트, 가격은 489K. 

사진으로는 부엌에 하얀 마블 대리석 상판에 아주 큰 싱크, 스테인리스 가전기구들, 환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루 바닥은 아주 좋은 상태처럼 보였고 지하실도 개조되어 있는 상태. 뒷마당 상태는 눈으로 덮여 있어서 잘 안 보였지만 살짝 경사가 진 느낌 정도?

그래, 좀 비싸지만 가 보자.

도착한 우리는 엄청나게 가파른 각도의 언덕에 지어진 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헉...!

차고를 보는데 무너지기 일보 직전 상태. 뒷마당이 엄청난 언덕이라 등산하는 기분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 토사가 차고 뒤를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눌리고 있는 차고의 지지벽이 앞으로 기울어져 무너지고 있는 상태였던 것. 이 지역을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자기라면 차고 안으로 안 들어가 볼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하... 일단 뒷마당에서 아웃.

그래도 기왕 왔으니 안도 봐 보자 해서 집 안에 들어가 봤더니... 사진 속 그 아름답던 부엌은 어디에 있는가.

하얀 마블 대리석 상판은 싸구려 플라스틱 상판이었고(무늬만 대리석) 중간중간에 뜨거운 냄비에 녹은 자국도 있었으며 세라믹 싱크는 이가 나가 있었고 스테인리스 가전들에는 기름때와 흠집이 한가득...

그래, 바닥은? 사진의 사각지대에 있는 나무 바닥에는 누수의 흔적이 있었고 잔뜩 부풀어 꿀렁꿀렁한 바닥이었다. 삐그덕 소리는 또 얼마나 심각한지... 화롯가 근처의 나무 바닥은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아 화롯가와 바닥 사이가 붕 떠 있었다.

라디에이터는 오래되어 녹이 슬어 있었으며 창문 중에는 깨진 창문들도 있었다.

지하실은 습한 공기로 눅눅한 상태였고 곰팡이도 슬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매물 사진은 플래시를 터뜨려서 찍었나 본데 실제로 가면 미녀와 야수가 생각날 정도로 어둡고 음침한 곳이었다. 창문은 왜 빨간 커튼으로 막아 놓은 거냐! 미국 사람들은 라돈에 별로 민감하지 않아서 환기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다 암 걸린단 말이다!

+ 이 집은 6월 초에 439K에 팔렸다.(누가 이 집을 샀다고?!)

엄청난 실망만 가득한 첫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그 후 무수히 많은 예약을 캔슬당하면서 깨달은 것은 집이 리스팅 된 지 일주일 안에 오퍼가 승낙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일주일 이상 지난 집은 투어를 예약해도 캔슬당하기 쉽다는 말. 그리고 지금 시장은 셀러 마켓이라는 것... 집주인이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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