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고르기
그 후 우리는 지역 조사를 좀 더 철저히 했다.
나는 직접 'Find my dream home'이라는 지도를 만들었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 모른다.
https://www.google.com/maps/d/u/0/edit?mid=1H6vw63_oLrc6F7mXO6mu1SO0flWN_wt9&usp=sharing
집 주소를 검색창에 넣으면 그 집 주변에 있는 것 중, 전철역(클릭하면 Penn역이나 Hoboken역까지 가는 시간을 입력해 놨다. 남편의 출퇴근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A급 초등학교(노란색 마커), A급 중학교(주황색 마커), A급 고등학교(와인색+보라색)-여기서 A급이란 A-부터 A+까지를 뜻한다.
그리고 검은색 마커나 선은 기피시설들(변전소, 송전탑, 송전선, 발전소, 쓰레기 매립지, 쓰레기 처리장, 하수 처리장, 감옥, 구치소 등)이다. 뉴저지 전부를 다 표시한 건 아니므로 뉴욕 출퇴근자들 위주로 참고만 하는 데에 적합할 듯.
고등학교의 와인색 학교는 우리 아이를 보내기에 적합한 학교(동아시아인의 비율을 고려)이다. 참고로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백인 혼혈이 될 것이므로 인종의 비율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는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소수가 될 아이들의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미성숙한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인종 분포율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사하면서 깨달았던 점은 Asian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Asia는 인도, 중동, 동남아시아 국가도 포함이다. 나는 왜 중국, 한국, 일본만 생각했던 것인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좋은 학군을 알아보는 데에는 Niche(니시)가 가장 정확하다. 다만 안타깝게도 학교의 좋고 나쁨을 알려주는 Niche에서는 특정 인종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저 백인,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 혼혈 등 이런 식으로 알려줄 뿐.
참고로 다음 링크를 클릭한 뒤 검색창에 집 주소를 입력하면 어떤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https://www.niche.com/k12/schools-near-you/?center=-79.98065150000002,40.431337657622095
남편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이사를 가는 것은 매우 안 좋은 생각이라고 한다. 나 또한 동의한다. 우리 집은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야 했었는데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를 네 곳이나 다녀야 했다. 아직도 전학을 갔을 때마다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편 또한 초등학생 때 플로리다로 몇 년 동안 이사를 갔던 적이 있는데(남편은 뉴욕 토박이이다) 그때 너무 힘들었단다.
그래서 집을 살 때 고려했던 점은-
1. 학군은 B급이지만 직장과 가깝고(1시간 내외)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정도의 집 컨디션에 7년 후에(아이가 학교에 갈 시기) 이사를 가도 손해를 많이 안 볼 집.
2. 학군이 A급에 이사를 안 가도 될 집.
그리고 레드핀에서 집을 찾을 때 해 놨던 필터는 3 베드, 1.25+ 베쓰, 가격 550K 이하, 집 사이즈 1,250 제곱피트 이상, 랏 사이즈 0.25 에이커 이상이었다.
집을 몇 번 둘러보니 솔직히 0.3 에이커 이하는 너무 작게 느껴졌다. 나는 텃밭도 만들고 싶었거든.
출퇴근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 차를 타야 한다면 얼마나 오래 운전해야 하는지(이상적으로는 10분 이내), 역에 주차장은 있는지, 전철을 갈아타야 하는지(New York Penn Station 또는 Hoboken Station) 등등. 뉴저지 전철 스케줄을 확인하면서 최대 1시간 30분 거리의 지역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래 링크에서 뉴저지 전철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njtransit.com/train-to
참고로 북부 뉴저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인이 많이 산다는 점과 학군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통이 안 좋고-남편의 직장은 Penn역과 가까운데 북부 뉴저지는 모두 Hoboken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멀미 때문에 버스를 못 타는 남편을 고려하면 북부 뉴저지는 아웃! 게다가 텍스(보유세)가 너무 비쌌다. 집값도 집 상태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라 포기.
그래서 우리가 고려했던 지역은-
웨스트 오렌지, 웨스트 콜드웰, 클리프턴, 몬트빌, 파시패니-트로이 힐스, 댄빌, 리빙스턴, 멘드햄, 버나즈빌, 베스킹 리지, 워런, 와청, 버클리 헤이츠, 뉴 프로비던스, 스코치 플레인스, 피스카타웨이, 브리지워터 타운쉽, 이스트 브런즈윅, 올드 브리지, 마타완
처음에는 아시아 인구의 비율이 높기로 유명한 에디슨과 메투첸도 봤었는데 동아시아인의 비율은 극히 적고 인도인의 비율이 80%를 넘는 곳이라 아웃.
굵게 표시한 지역은 우리가 참 좋아했던 지역이다.
학군 A+, 동아시아 인구가 꽤 많은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가 보면 알겠지만 동네 분위기가 참 좋다.
파시패니-트로이 힐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데 인도인의 비율이 조금 더 있긴 하지만 동아시아인의 비율도 꽤 많기도 했고 동네 분위기가 참 산뜻하니 좋았다. 세금도 높지 않았다.
리빙스턴: 전국적으로 유명한 랭킹을 자랑하는 학군. 집값 및 세금이 사악하다.
브리지워터 타운쉽: 쉽게 1 에이커 사이즈의 땅을 살 수 있는 곳. 세금이 저렴한 곳. 그 이유는 제약회사가 즐비해서라는데 솔직히 그것보다는 엄청 큰 석탄 채굴장이 옆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A+ 학군에 동아시아인 비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서 살고 싶다면 집의 위치를 잘 봐야 하겠다. 석탄 채굴장과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강 근처에 있는 집이면 꼭 뒷마당에 한동안 서 있어 봐야 한다. 흐르는 물(오염된 강)에 서식한다는 Black flies가 있으면 무조건 아웃. 크기는 초파리만 하지만 모기처럼 무는 데다가 물리면 빨갛게 부어 올라 무척 아프다. 눈 주위와 귀 주위를 맴돌면서 따라다닌다. 끔찍한 녀석들... 브리지워터 타운쉽의 동북쪽에는 없는 것 같은데 남서쪽 집에는 강에서 좀 멀어도 무조건 있는 것 같다. 비행 거리가 꽤나 넓은 듯...
이스트 브런즈윅: 이스트 브런즈윅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동네 분위기가 참 좋았다. 다른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도 이스트 브런즈윅 동네 좋은 건 다 알아서 자녀가 있다면 참 좋은 동네라고 하더라. 단점은 사악한 가격의 세금. 그리고 이스트 브런즈윅에도 좀 구석진 곳이 있는데 땅이 큰 대신에 Septic 시스템인 곳이 있다. Septic이 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우리 부부가 무조건 피하고 싶은 집. 정화조가 뒷마당에 묻혀 있는 시스템인데 몇 년에 한 번씩 비워 주지 않으면 부글부글 오수가 뒷마당을 가득 채울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비우려면 뒷마당을 파내서 탱크를 꺼내 비운다는데 그럼 펜스는 어떻게 치며(입구를 큰 문으로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정화조 트럭이 지나간 자리의 잔디는 다 죽는 거다.
브리지워터에도 이런 집이 있을 수도... 아무튼 좀 한적한 동네는 무조건 이런 시스템이 있으니 잘 살펴보자.
심지어 이스트 브런즈윅이 아닌 다른 동네(특히 산에 있는 동네)에서는 물 공급을 우물에서 한다는 집도 있었고 Private(일반 물 공급 회사에서 물탱크에 물을 채우는 시스템이라고 들음)이라고 명시된 집도 있었다. 이러면 곤란하잖아...ㅠ 서울에서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으로서 참으로 당황스러운 집들이었다.
그리고 서양인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동아시아인들이 신경 쓴다는 변전소, 송전탑, 송전선. 정말 많이 뒤져봤다. 유해한가 유해하지 않은가. 유해하다면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가, 등등.
여기에 정리해 두겠다.
변전소(Substation)는 0.311 마일 = 500 미터 이상.
송전탑(transmission tower)은 328 피트 = 100 미터 이상.
송전선(power line, power cable)은 765 kV일 경우 80 미터 이상, 345 kV일 경우 40 미터 이상, 154 kV일 경우 20 미터 이상.
내가 만든 지도에 거리를 측정하는 자 기능이 있어서 그걸 사용했더니 쉽게 측정할 수 있었다. 어떤 집들은 뒷마당에 트랜스포머 같은 송전탑이 떠억 하니 서 있기도 하더라... 아무리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집을 보러 다녔다. 현재 아파트 렌트가 7월 중순에 계약 만료인데 다행히 month to month 옵션이 되어서 그나마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단지 한 달 렌트비가 3,000달러 이상이 된다는 게 흠이라면 흠.
막판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몇 주 동안 주말(토, 일)에는 하루 종일 집을 보러 다녔다. 하루에 집 9채를 보고 다니기도 했지. 그렇게 주말도 없이 몇 주 지나니까 죽을 것 같더라... 역시 주말에는 쉬어야...ㅎ
집안 상태는 돼지우리가 되고 주중에는 일에 집중하기도 어려워지니 우리 둘 다 비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퍼를 넣어도 되지도 않고 넣기도 전에 팔리는 집들이 수두룩...
그 결과 한 주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덜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타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으로 오퍼를 넣었던 집은 이스트 브런즈윅에 있는 3 베드, 1.5 베쓰, 집 사이즈 1,501 제곱피트, 랏 사이즈 0.77 에이커, 가격 485K인 집이었다.
공원같이 넓었던 뒷마당에 푹 빠진 우리는 '아, 우리가 원하는 뒷마당 크기는 0.5~1 에이커 사이였구나!'를 외치며 full apraisal waive(감정 평가 가격이 낮게 나오면 우리가 현금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값을 채우겠다는 조건-셀러에게 유리하다)를 넣고 리스트 가격보다 40,000달러 더 높게 오퍼를 넣었는데 셀러가 우리 오퍼를 백업 오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탈락.
정말 마음에 들었던 이 집을 놓친 이후로 심란했던 가운데, 주택 시장은 더더욱 과열되기 시작했고 마음에 드는 집들이 나와도 너무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몇 주만에 가격이 껑충 뛰어오른 것을 보고 과거에 까다롭게 굴었던 자신을 원망했더랬지.
그 후로 몇 번 더 오퍼를 넣으려고 했으나 우리가 망설이는 사이(하루)에 이미 다른 사람들이 채가고 없어질 정도로 주택거래 시장이 미쳐갔다. 그런데 리얼터 말에 의하면 이건 코로나 사태 전부터 이랬다고 한다. 최근에 특히 더 심해지긴 했지만 3년 전에도 이래 왔었다고... 미국이 땅이 넓어서 부동산 시장도 여유로울 줄 알았건만, 도시는 한정되어 있고 그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도 넘쳐남을 간과했던 것.
여기서 또다시 배운 것 하나. 마음에 들면 지체 없이 바로 오퍼를 넣어라. 몇 시간 후에 오퍼 넣을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
몇 주 후(6월 12일) 파시패니-트로이 힐스에 500K짜리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왔다.
3 베드, 2 베쓰, 집 사이즈 1,884 제곱피트, 랏 사이즈 0.39 에이커, 가격 500K.
집에 가 보니 사진보다 내부가 넓었고 너무 예쁘게 잘 꾸며져 있는 집이었다. 500K라니 횡재다! 뒷마당도 그럭저럭 넓은 편이었고(수영장을 설치할 자리는 없겠지만) 집 뒤의 큰 나무들도 집 쪽으로 향한 가지들은 다 정리가 되어 있어서 안전했다. 여름에 그늘을 제공하리라. 마당에는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까지 심어져 있었으며 펜스도 이미 다 쳐져 있었기 때문에 그냥 몸만 들어가면 될 집이었다. 동네 분위기도 너무 싱그럽고 이웃들 중에는 동아시아인들도 많이 보였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바로 full apraisal waive로 43,000 달러를 더 불러서 543K에 오퍼를 넣고 기다렸다. 두근두근.
수요일까지 오퍼 결과를 듣지 못해서 꽤나 초조해하고 있었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새로운 매물도 없으니 차분히 기다려보자 했는데 수요일 밤 9시에 결과가 나왔다. 광탈.
너무 허탈해서 도대체 누가 그 집을 얼마에 샀냐고 물어봤더니 600K에 오퍼를 넣은 사람이 그 집을 가졌단다.
하... 리스트 가격보다 100K를 더 불렀다고? 최근 환율로 따지면 한국 돈으로 1억 1320만 원이다. 그 집을 6억 7920만 원에 산 거다. 이걸 어떻게 이겨...
굉장히 좌절스러웠고 우리 둘 다 너무 허무해서 주말에 집을 보러 갈 기운도 없을 지경이었다. 둘 다 심신이 너무 지쳤고, 집안 꼴은 돼지우리에, 강아지들도 몇 주 동안 바쁜 부모들이 안 놀아주니 가뜩이나 좁은 집에서 미쳐 날뛰었다. 털 달린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빨리 집을 찾아서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 줘야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이런 비보라니.
이제 500K대 집들은 보면 안 되겠다는 현실적인 계산과 함께 500K 아래를 보니 정말 귀신의 집 같은 곳들만 남아있더라. 그런데 그것마저도 오퍼를 넣어 보겠다고 연락을 해 봤더니 이미 다 팔렸단다... 하하... 우리만 간절한 게 아니었구나.
다음날 굉장히 우울한 기분으로 일을 하는데 레드핀 어플로 알람이 왔다. 전에 봤던 집 중에 한 곳이 가격을 10,900달러 떨어뜨린 것이다. 집이 안 팔렸구나. 그 집은 모든 게 다 리모델링되어 있는 집이었는데 마감이 좀 부족한 집이었고 방 크기가 너무 작은 게 흠이었다. 그때 가격은 499,900 달러였지. 무엇보다도 그 집을 봤던 게 6월 5일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 간절하지 않았었다. 지금은 489,000 달러니까 오퍼를 넣어 보자. 100% 마음에 드는 집은 없는 거니까!!!
남편을 닦달해 리얼터에게 오퍼를 넣겠다고 연락했더니 아직 아무도 오퍼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집이 될 수도 있어!!! 목요일이니까 주말이 되기 전에 우리가 오퍼를 넣어서 거래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졌다.
이 집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멘드햄 보로(Mendham Boro)에 위치해 있으며 3 베드, 2.5 베쓰, 집 사이즈 1,402 제곱피트, 랏 사이즈 1.10 에이커. A+ 학군(훌륭한 대학교에 엄청 많이 보냈더라). 리스트에 올라온 지 한 달이 넘도록 안 팔리던 집이었다. 알고 보니 처음에는 524,999 달러에 올렸는데 2주 후 안 팔려서 499,900 달러로 가격을 내렸던 것(그때 우리가 집을 보고 500K에 이 크기라니, 아웃!을 외쳤더랬지). 그리고 2주 후 또 안 팔리니까 489,000으로 가격을 낮췄고 이 알람을 받은 우리가 오퍼를 넣었던 것이었다.
충분히 간절해진 우리는 나중에 증축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 집을 사겠다고 마음을 굳혔고 이번에도 full apraisal waive에 493K를 불렀다. 집주인은 카운터 오퍼로 497K를 불렀고 우리는 카운터 오퍼로 495K를 부르는 대신에 더 이상 이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상대측에서 이 조건을 받아들였으나 다른 조건을 걸어왔는데 그것은 우리가 현재 pre-approval을 받은 렌더(Quicken loans/Rocket mortgage) 말고 자기가 추천해 주는 로컬 렌더를 통해서 pre-approval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집주인은 집을 개조해서 판매하는 남자 둘이었는데 이들과 그 로컬 렌더가 연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측 리얼터에게 물어보니 이런 조건을 걸어오는 집주인들이 꽤 흔하다고 했다. 로컬 렌더의 경우 집의 감정가를 높게 해 주기도 하고 집주인이 더 신뢰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란다. 그래서 왜 큰 은행이 아닌 작은 로컬 렌더를 더 신뢰한다는 거지? 싶었는데 로컬 렌더와 진행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반 큰 은행보다 더 많은 서류를 더 꼼꼼하게 체크하더라... 손해를 보면 은행이 휘청거릴 수 있어서 그런가... 정말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이것만 견디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꾹 참았다(사실 이런 업무는 다 남편이 하는지라 나는 옆에서 아이고, 우리 남편 귀찮게 왜 이런 걸 요구한담! 이러는 게 다였지만...ㅋ).
어쨌든 로컬 렌더로부터 월요일에 pre-approval을 받을 거라는 말과 함께 토요일 오전, 집주인이 우리가 넣은 오퍼에 사인을 하면서 사실상 계약이 체결되었다. 월요일부터 attorney review를 시작하게 될 거라는 말에 사실상 집에 큰 하자가 없으면 우리 집인 거나 다름없다는 거 아니야?!를 외치며 기뻐하였다. 우리는 집주인이라고 해 봐야 집을 개조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이니 큰 하자가 있는 집을 샀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투자 효율이 떨어질 테니까.
1.1 에이커라는 큰 땅을 어떻게 채울까부터 기쁜 상상을 시작했다. 일단 펜스부터 세워야지! 여긴 펜스(울타리)도 왜 이리 비싼지... 뒷마당 전부에 펜스를 치려면 직접 펜스를 세운다는 조건으로 32,000 달러(대략 3,622만 원) 정도 든다. 펜스가 이렇게 비싼 거였다니...
고양이들을 위한 캣티오(캣+패티오)도 만들어야 하는데... 내 가든 베드는! 수영장(35,000달러부터 시작)은! 미니골프는! 나중에 미국에 오실 부모님을 위해 집 증축도 해야 하고!
하... 돈 들어갈 일만 남았는데 아직 집 안을 채울 가구는 생각도 안 했다.
Rental property도 가까운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지라 돈을 많이 쓰면 안 되는데, 흠...
참, 내가 위에서 좋아하는 동네에 멘드햄(Mendham)을 표시하지 않았던 이유는 백인 동네라서 그렇다.
https://statisticalatlas.com/school-district/New-Jersey/Mendham-Borough-School-District/Ancestry
지역별 인종이 궁금하다면 위 사이트의 오른쪽 상단 검색창에 동네 이름을 적고 검색한 뒤 Ancestry 항목을 확인해 보라. 아주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제로 그 동네에 가 보면 상당히 일치한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멘드햄의 경우 67명의 파키스탄 사람, 52명의 중국 사람, 8명의 필리핀 사람... 한국인이 없네?
내가 이사 가면 그 지역에 첫 한국인이 되는 셈. 한국인 1을 기록하게 되는 영광을 안는 건가?
실제로 멘드햄에 가 보면 백인밖에 안 보인다. 2019년 기준으로 멘드햄에는 4,917명이 살고 있다니까...
초등학교에는 2.3%가 아시아인이고 중학교에는 2.8%, 고등학교에는 4.8%란다.
그래도 A+ 학군이잖아! 우리 아이들은 혼혈아이들이니까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세상이 어느 때인데!
...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하지만 집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부 다 가까워서 위치적으로는 최고라는 거.
괜찮다. 아직 가지지도 않은 아이들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는 나란 사람. 훗.
어쨌든 큰 숙제 한 건 해결한 기분이어서 너무 좋다. 주말에 항상 바빴는데 이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시간도 있고 너무 행복하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