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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리아 DayLia Jul 08. 2021

미국 뉴저지에서 집 구매하기 - 하

우리는 왜 그 집을 사지 않았는가

6월 19일, 토요일에 오퍼(offer)가 승낙(accepted)되었으니 Attorney Review를 위해 변호사를 구해야 했다. 렌더와 리얼터의 제안으로 495K인 집 가격을 508K로 만들고 그 차액을 셀러 크레딧으로 받아 클로징비에 쓰기로 했다. 


변호사는 미국에서 사귄 친구 커플이 추천해 준 변호사와 Redfin 리얼터가 추천해 준 변호사 둘 다에게 동시에 연락했다. 친구 추천 변호사한테는 답변이 오지 않았고, 리얼터가 추천해 준 변호사한테는 바로 답변이 왔다. 진행 비용은 1,395 달러. 보통 1,000~1,500 달러 사이라고 하니 적정 가격인 듯하여 고용하기로 결정.


Attorney Review가 시작되면 3일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일을 잘하는 변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셀러 측 변호사가 터무니없는 조건(난데없이 AS-IS 조건으로 집을 사야 한다는 조건, 계약금을 바이어 측 변호사가 아닌 셀러 측 변호사에게 입금해야 한다는 조건 등)을 계약서에 넣었는데 우리 측 변호사가 다 클레임을 걸어서 정상적인 계약서로 만들었다. 그렇게 정상적인 계약서로 만든 뒤 전자 서명(세상이 참 편해져서 직접 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시간 절약이 최고!). 심지어 우리 측 변호사는 우리가 귀찮지 않도록 알아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뚝딱뚝딱 고쳐냈다는 거. 그렇게 셀러 측 변호사와 신경전 후 우리 측 변호사 승. 아주 칭찬해!


다음으로 인스펙터(Inspector) 고용하기.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활발하게 거래될 때는 인스펙터랑 계약하는 것도 힘들다. 다들 너무 바빠서 말이지...

아까 언급했던 그 친구 커플이 추천해 준 인스펙터에게 우선 연락 후 레드핀에서 평점 좋은 인스펙터들을 골라 연락을 했다. 참고로 친구 커플이 추천해 준 인스펙터는 친구(건설 현장에서 구조 설계를 맡고 있는 친구)의 상사가 추천해 줘서 친구가 집을 사려고 할 때 고용했던 사람인데(친구의 인스펙션 결과를 보고 감탄할 정도로 꼼꼼했음) 아주 전문적이고 믿을 수 있는 인스펙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레드핀 인스펙터들보다 답변도 제일 빨랐고 가격, 스케줄에 대한 것도 정확했다. 토요일 오전 8시에 시간이 된다는 답변과 함께 기본 인스펙션 가격 475달러 + 터마이트(흰개미) 검사 75 달러 + 배수관 내부 검사 250 달러, 총 800달러 되시겠다. 싸지는 않지만 이런 것에 돈 아끼다 큰일 난다.

참고로 나중에 레드핀에 연락했던 사람들한테도 답변이 왔는데 우리 인스펙터보다 50달러 싼 가격이었다.


+

인스펙터에게 연락할 때 아래와 같은 정보에 대한 답을 같이 기입하면 정확한 견적을 받기가 수월해진다.

Is the house vacant?(집이 비워져 있는지)

What is the age and square footage of the house?(집은 몇 년도에 지어졌고 크기는 얼마나 하는지)

How many bedrooms/bathrooms?(침실과 화장실은 몇 개인지)

Garage?(차고가 있는지, 있다면 사이즈도 같이 적어 두는 것을 추천)

Basement finished/unfinished?(지하실의 존재 유무와 마감이 되어 있는지 여부)

Crawlspace?(다락이 있는지)

Do you want termites, radon, sewer scope video?(흰개미 검사, 라돈 검사, 배수관 내부 검사를 원하는지)


우리가 구매하고 싶은 집은 지하실이 없었다(야호!). 그리고 다락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없는 것 같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구매하고 싶은 집에 지하실이 있다면 반드시 라돈 검사를 하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지만 발암요인이니 잘 모르시는 분들은 꼭 경각심을 가지시길...(그래서 난 지하실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검사를 추가로 하여 메일을 보내고 인스펙터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돈은 검사 당일 수표로 지불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망의 검사 당일...


난 이 집으로 '뉴저지에서 집 구매하기 - 하'가 끝날 줄 알았다. 하...

며칠 동안 비참함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할 정도로 이 집의 하자는 심각했었다.


주택 검사 당일, 오전 8시에 인스펙터를 만났는데 인스펙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의례적인 인사와 함께 이것 좀 보라며 사진을 보여주는데 드론으로 찍은 지붕의 모습이었다. 굴뚝에 뚜껑이 없고 다 부서져 있단다. 그럼 비가 왔을 때 안으로 물이 들어가고 굴뚝 내부가 전부 녹이 슬게 된다고 한다.

난 이런 걸 몰랐다. 한국에는 굴뚝이 없잖아! 시댁에도 굴뚝이 없다. 우리 둘 다 알 수 없을 수밖에...

그리고 굴뚝 아래에 큰 갭이 있는데 그곳을 방수가 되도록 마감처리를 해 줘야 하는데 안 해 놨단다. 그래서 지붕 안으로 물이 들어갔을 거라고. 지붕 곳곳에 나온 파이프 주위에도 방수 처리를 안 해 놨단다. 이따가 다락을 보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인스펙터랑 함께 집 바깥면을 둘러보는데 이 집은 지하실이 없는 1층 집이다. 그래서 집의 하중을 받는 기초 바닥이 slab(콘크리트 판)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slab에 금이 가 있단다. 가로로 여러 개, 대각선으로 한 개. 근데 그 대각선이 얼마나 길고 깊게 금이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단다. 사이딩을 떼고 볼 수 없으니 말이다. Structural engineer(구조 공학자)한테 물어봐야 한다는데 slab 구조의 경우 고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고칠 수 있는 경우에도 집은 붕괴위험이 있으므로 집을 다시 짓거나 집 전체를 들어 올려서 기초공사를 다시 해야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단다. 

우리는 그저 따라다니며 '얼마나 심각한 거예요?'라는 표정으로 인스펙터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사실 어렵게 구한 집이기도 하고 동네가 무척 마음에 드는 집이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ㅠ 

이 동네 사람들은 심지어 명백히 집 인스펙션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보이는 우리들에게 친근하게 "굿모닝~"하면서 지나가거나 웃음으로 인사해 주었다. 주말 아침에 유모차로 조깅을 하는 아빠들이 계속 지나가고 조용히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도 지나가며 우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화 속에서나 흔하지 하우스 쇼핑하면서 돌아다녀 보면 이런 동네가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터마이트 체크를 위해 마당의 죽어 있는 나무를 확인. 터마이트가 나무를 먹은 자국들이 보인다. 이 집 근처에 죽어 있는 나무들이므로 집 안까지 들어갔을 확률이 높으나 그것을 확인해 볼 방법은 없다. 벽을 뜯어보지 않는 이상...


차고부터 들어갔는데 차고 바닥에도 금이 엄청 가 있었다. 뒷마당이 살짝 경사가 져 있는데 비가 오면 그 물이 집 아래로 들어가게 되고(여기도 벽에서 곰팡이 발견) 겨울에 그 땅이 얼면 바닥이 들려지면서 부서진다고 했다. 결국 또 구조적 문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 주위로 배수 시설을 설치했어야 한다고 한다. Gutter(거터/빗물 받이/홈통)도 집에서 꽤 멀리까지 관이 이어지는 형태로 물이 버려져야 한다고 했다. 이 집의 경우 집 기초 바닥에 물이 바로 쏟아지도록 되어 있었다.


거실을 봤다. 천장이 꿀렁꿀렁 댄다. 이건 불을 끄고 플래시 라이트로 비춰보면 잘 보인다. 천장이 꿀렁대는 이유는 지붕을 받들고 있는 지지목이 있는데 물을 먹어서 굽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 구부러져 있는 것을 보니 기초 slab에 금이 가면서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무게를 지탱하느라 구부러진 것일 것 같다는 게 인스펙터의 의견이었다.(그럼 엄청 위험한 거잖아!!!)


굴뚝 안쪽을 보니 예상대로 모두 녹이 슬어 있었다. 빨갛게. 수리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교체해야 할 거라고... 따로 굴뚝 검사를 받아보라는데 그것도 몇 백 달러다...


그리고 가장 큰 충격, 인스펙터가 하는 말이 이 집에는 가스가 없단다. 네?

우리는 이 집 계약 전에 비록 전기스토브가 연결되어 있지만 온수 시스템도 가스이고, 나중에 가스스토브로 바꾸면 된다는 말에 계약한 건데 이 집 자체에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니요?

셀러 측 리얼터에게 따졌더니 돌아오는 말.

"뭐라고? 없다고?... 너네가 집 볼 때 전기스토브 봤지? 봤으면 가스 없는 거 알았어야지." 

적반하장도 따로 없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우리가 두 번이나 확인했을 때 있다고 해놓고서 이렇게 오리발을 내밀 줄이야... 하, 참.

셀러 측 변호사가 하는 말.

"잘못 기입했네. 단순 실수야. 정정할게."

아니... 이게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몇 억이 오가는 큰 거래인데 어떻게 이렇게 거래를 할 수가 있는 건지 너무 황당했다. 어떻게 법적으로 따져볼 수 있나 살펴봤더니 MLS 마지막에 아주 작게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상기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

뭐라고요?

그렇다. 진짜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 놈들한테 빠져나가기 좋은 수단이 있던 거지.


그러다 인스펙터가 전기 온수난방기 위쪽에 곰팡이가 퍼져 있는 것을 발견. 캐비닛 안 천장의 문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집을 보러 왔을 때 나름 꼼꼼히 살펴봤는데도 못 발견했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는 항상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곰팡이가 번식하지 못하게 하려고 전기세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놨던 것 같다. 그래야 곰팡이 냄새도 안 나니까... 치밀한 녀석들.


그래... 다시 차고로 돌아가서 Electrical panel box(배전함/분전함)을 확인하는데 라벨이 딱 두 개 되어 있었다. Washer 그리고 Dryer. 나머지는?

보니까 시에서 공사 허가를 받을 때 인스펙션을 받았다는 스티커를 붙여 주는데 그 스티커가 없다. 불법으로 레노베이션한 거냐...

그래서 화장실의 전기 코드가 '+, -'가 거꾸로 연결되어 있던 것인가(모르고 드라이기 꽂아 쓰면 전기 감전이나 불이 날 수 있는 것 아닌가? - 나중에 보니 이건 흔한 문제라고 하더라... 공사를 발로 하냐!!! 그래서 어떤 방의 전기 코드는 죽어 있었던 것인가...


대망의 다락. 올라가 보니 온통 곰팡이 천지다... 하... 리모델링할 때 왜 방수 처리를 안 하고 그냥 했냐, 이놈들아!!!ㅠ 회생이 가능한지는 이것 역시 추가로 전문 인스펙션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의 인스펙터는 친절하게도 여전히 Sewer scoping(하수관 상태 체크)을 하고 싶냐고 물어봐 줬다. $250를 아낄 수 있게 해 주신 건데 아직 이 집을 포기하지 못한 우리는 하겠다고 했다. 하수관을 보는데 PVC 파이프로 시작하여 20 피트 더 내려가니 Cast iron이 나오더라... 이런 파이프는 정말 오래된 하수관이라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 비용이 또 어마어마하다.

인스펙터가 하수관도 청소해야 하는 상태라는데 잠깐... 집 앞에 아주 큰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뿌리가 하수관을 관통하고 있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하... 교체 당첨.


우울한 상태로 넓은 뒷마당이나 보자 하며 걸어가는데 잔디를 깎지 않아 2/3가 성인 키의 풀로 덮여 있었다. 최대한 가까이 가 보니 뭔가 떼로 움직이는 소리가...?

낮잠을 자고 있던 사슴들이 우르르 도망간다. 아... 사슴 똥...ㅠ

얼마나 더러운가 바닥을 봤는데 잠깐... 이건 사슴 똥이 아닌데...?

주먹만 한 것도 있고 더 큰 것도... 설마! 곰 똥?! 구글로 찾아보니 Black bear poop이다. 

아... 잔디 깎다가 곰이랑 "안녕" 인사할 수도 있겠네... 헤.


이것 말고도 바닥도 자세히 보면 가운데는 놓고 사방 코너는 낮아서 수평이 맞는 곳이 하나도 없으며 창문도 삐뚤빼뚤 그 자체이고 모든 수도관이나 전기코드가 제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없어서 손으로 잡고 흔들면 흔들리고 욕실의 샤워하는 곳 타일은 금이 가 있어서 그 안으로 물이 들어가 곰팡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집에 도착했고 그날 10시에 210페이지의 인스펙션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의 인스펙터는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셨다.


자잘 자잘한 하자는 말하지 않고 7가지 Major issues에 대해서 우리 측 변호사를 통해 셀러 측 변호사에게 메일을 보냈다. 답변이 오는 데 이틀이 걸리더라. 그동안 우리의 속은 타들어갔다. 셀러가 고쳐주겠다고 하면 얼마나 요구할 수 있지? 이 집을 포기하는 게 맞나? 우리가 불나방처럼 불길로 뛰어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

친구 커플에게 인스펙션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구조 공학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그 커플 중 아내가 전직 구조 공학자였다(아니 이럴 수가!).

그 친구가 사진을 보더니 아주 심각한 상태란다... 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할 수 있어도 slab 구조라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 거라며 이 집을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고민은 할 필요도 없었다. 셀러 측에서 연락이 왔다.

"너네가 하고 싶은 만큼 더 검사해도 돼."


잠깐만. 그게 다라고? 우리가 보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 변호사는 우리를 대신해서 열렬하게 싸워 줬다. 대답 똑바로 하라고. 그건 제대로 된 답이 아니라고.


그러고 하루 더 걸려서 얻어낸 답변은 더 황당했다.

"우리는 그 집을 고쳐 줄 생각이 하나도 없으니 살 거면 사고 말 거면 말아. 허가를 받고 공사했는지 알고 싶으면 너네가 직접 시청에 가서 서류 요청해서 확인해."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날 정도로 무례했다. 아무리 셀러 마켓이라고 하지만 정도가 있지, 이건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을 보기 좋게 포장해 놓고 판매하려는 수작 아닌가.

실제로 우리 집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예쁘다, 진짜 좋겠다, 잘 됐다!'였을 정도로 겉보기에 정말 멀쩡한 집이었다. 인스펙션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 이렇게 당하는 것이다.


결국 그 집은 곰팡이 문제 때문에 페널티 없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다. 우리 측 리얼터 말로는 한 번 곰팡이 문제가 나와서 계약이 파기된 경우 다음 바이어한테 말해 줄 의무가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걸 그다음 바이어가 알아챌 확률도 낮을뿐더러 이를 숨기려고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해도 소송까지 갈 일이 적기 때문에 이 사기꾼들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며 그 집을 팔려고 할 것이다. 복수할 방법이 없으니 부당함에 화가 나고 우울했으나 변호사 비용과 인스펙션 비용을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다음 집 찾기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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