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vs 미국 대학(교육)
미국 대학을 다녀본 입장으로써 한국 대학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 많다. 한국 대학은 내가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들은 게 많기에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문화적으로 다른 건 물론이고 교육적으로도 서로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보자.
1. 토론 vs발표
한국은 발표 위주의 학교가 많다. 수업을 들으면 대부분 팀플이 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피피티를 이용해 발표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준 있는 발표를 하려면 팀원들끼리의 협동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한 가지 주제를 건네주고 이것에 대해서 조사를 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역할을 분배하기 시작한다. 그래야 ppt 파일을 만들 때 시간을 가장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팀원들끼리 마찰이 생길 수 있고 갑자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습해 나간다.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고 서로 협동을 통해 좋은 발표를 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한국은 어렸을 때부터 모르는 사람과 협동을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자신을 컨트롤하고 발표를 잘할 수 있는지를 배운다. 이러한 부분이 한국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회에 살면서 협동과 발표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취약하다. 한국의 대학교는 취업을 위한 일종의 발판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대학교는 배움을 위한 곳이라고 인식된다. 고대 그리스가 대학을 세울 때 궁극적인 목표는 고등교육이었듯이 미국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나간다. 미국의 대부분 대학교는 모두 연구 중심 대학교이다. 그래서 대학원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
미국의 대학교는 나중에 사회생활이나 회사생활에서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들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신 학문을 가르치는데에 몰두한다. 그래서 미국은 토의 수업이 많다. 한 수업에 하나씩은 무조건 토의 수업이 있다. 예를 들어 메인 수업에서 ‘범죄와 인종의 연관성’에 대해 다루었다고 치자. 그럼 토의 수업에서 이 주제에 대해 다른 학생들과 토의해볼 기회를 준다. 토의 수업은 조교가 진행하며 조교들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조교들은 어떻게 범죄와 인종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묻고, 어떤 인종의 범죄율이 가장 높을지를 물어볼 것이다. 거기에 학생이 대답을 하면 역시 그다음에는 이유를 물을 것이다. 다른 학생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그러면 손을 들어서 반문을 하고 토론이 시작된다.
미국은 손을 들어서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이다. 한국에서는 수업 도중에 손을 들어 질문을 하기에 굉장히 눈치가 보인다. 수업이 늦게 끝나기도 하고 흐름을 계속 끊어먹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학생들은 질문을 아낀다. 미국은 다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을 하고 교수와 토론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학문의 깊은 영역까지 침투한다. 이런 시스템의 장점은 자신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떤 학문에 대해 깊이 배우는 것은 당연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당당하게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2. 다른 학기제
미국과 한국은 학기제가 조금 다르다. 한국은 보통 시메스터(Semester) 제이다. 일 년에 세 개의 학기가 있고 여름학기는 선택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그리고 듣기론 대학교도 시메스터로 살아왔으니 나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미국에는 조금 다른 학기제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쿼터(quarter) 제였다. 일 년에 네 개의 학기가 있고 마찬가지로 여름학기는 선택이다. 시메스터와 비교해서 겨울학기가 추가된 샘이다.
보통 시메스터는 한 학기에 15~16주 정도 진행한다. 기간이 되게 길기 때문에 수업 진도도 느긋하게 나간다. 수업 진도가 느리기 때문에 숙제도 그렇게 많지 않다. 대신 시메스터는 복습을 잘해놓아야 한다.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있고 시험을 볼 때에는 범위가 엄청 많기 때문이다.
쿼터제는 다르다. 한 학기에 10~11주 정도이다. 기간이 짧기 때문에 수업 진도가 엄청 빠르다. 그리고 숙제도 엄청 자주 있고 시험도 자주 있다. 보통 중간고사를 개강하고 2주에서 한 달 내에 보는 편이다. 중간고사가 2개 이상 있는 수업은 개강하고 2주 뒤에 시험을 보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엄청 바쁘다. 한 수업에 배우는 분량은 많고 나는 그것을 따라가기 바쁘다. 11주 동안 과제, 시험에 찌들어져 살다 보면 어느새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온다. 그러고 순식간에 학기가 끝난다. 쿼터제를 처음 경험하는 한국 학생들은 적응이 잘 안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대비를 잘하는 것이 좋다.
3. 수강신청
미국은 수강신청 방식도 한국과 다르다. 내가 아는 한국의 수강신청 방식은 거의 선착순인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집의 컴퓨터가 느리면 피시방을 가서 수강신청을 하기도 하고 한참 전부터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인기있는 수업의 인기있는 교수들은 금방금방 차기때문에 수강신청을 하는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다.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은 선착순이 아니었다. 저번학기에 들었던 학점의 양에 따라 수강신청 날짜가 다르다. 학점을 많이 들을수록 수강신청의 날짜도 빨라진다. 학점을 많이 듣는 학생들은 보통 졸업을 빨리 해야 하거나 복수전공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최대한 덜 힘들게 수업 선택의 우선권을 주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