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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Sep 17. 2024

디너 재킷을 맞추러 가는 길

완성, 화려하고 아름다운 밤을 위한 재킷


 [ 배경음악. Hank Mobley - Dig DIs ]

https://www.youtube.com/watch?v=IyRWhz0UtBI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은 밤, 요즘처럼 정신없이 내년 시즌을 기획하고 있노라면 저녁 식사를 놓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늦은 저녁 겸 와인 한잔을 할 겸, 간단한 안주와 와인을 사들고 돌아온 집 앞에는 택배가 하나 도착해 있습니다. 일전에 비스포크로 제작 요청을 했던 재킷이 도착한 것입니다. 저녁 먹을 생각도 잠시 멈추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택배 상자를 살살 뜯어봅니다. 안에는 농밀하게 짜인 크림 컬러의 재킷이 온전히 담겨 있었습니다.


 크림색 컬러의 트윌 소재는 콜롬보(Lanificio Colombo) 사의 원단입니다. 1962년 설립 후 이탈리아의 전통 섬유 제조 기술과 현대적인 혁신을 결합하여 현재까지 최고 품질의 원단을 생산해 온 기업입니다. 특히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원단을 제조합니다. 콜롬보 원단을 말하면 대부분 최고급 코트 원단을 떠올립니다. 이는 콜롬보 기업이 주력으로 다루는 소재 중 하나가 캐시미어이기 때문입니다. 캐시미어 고급 소재를 활용하여 원단을 생산하기에 방모 코트에 어울리는 컬렉션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물론 콜롬보사의 슈트, 재킷 원단도 매우 훌륭하고 아름답습니다. 저는 콜롬보 사의 원단 중 280mg 중량의 포시즌 (Four Season, 사계절 입을 수 있을 정도의 두께감을 표현)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콜롬보 사 제품이기에 '이탈리아' 메이드 소재입니다. 이 농밀하게 짜인 크림 색 울 원단은 존재만으로도 화려하면서도 또 우아합니다. 어떤 오염 하나도 위험할 것 같은 순백한 면모에 조심스럽게 입어보고 거울을 바라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재킷 라펠의 형태는 사진처럼 볼륨감 넘치는 풍성한 넓이에 높게 치솟은 피크드 모양입니다. 라펠 고지선 (라펠이 시작하는 지점)을 낮게 디자인하여 피크드 라펠의 느낌을 더욱 강조합니다. 어깨는 단단하고 견고하게 로프트 숄더를 적용하여 남성의 멋을 살립니다. 이 디자인은 영국식 재킷을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톰 포드의 모습도 어느 정도 보입니다. 컬러가 가진 우아하면서 화려한 느낌에 남성성이 강조된 디자인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남성의 모습을 표현하기 좋습니다. 고고한 선과 색이 맞닿은 재킷의 실루엣은 옷에 대한 깊이감마저 달라 보이게 만듭니다.


  이 재킷의 용도는 명확합니다. '화려하면서 우아한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에서 시작했습니다. 면접이나 경조사 때 입는 것이 아닌, 디너파티 혹은 주목받아도 되는 행사에 입을 재킷입니다. 혹은 부드럽고 화사한 스타일을 만들고 싶을 때 입을 재킷입니다. 오전 11시 브런치를 먹으러 갈 때 낙낙한 핏의 데님에 티셔츠에 입어도 될 만큼 그 포용력은 넓고 넓습니다.

 그래서 이 재킷은 존재만으로도 주인공입니다. 스타일링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제트 블랙 혹은 짙은 다크 브라운 컬러의 울 트라우저와 기교 없는 깔끔한 카라 니트 한 장을 함께 합니다. 혹은 오프 화이트 컬러의 잔잔 하한 셔츠 한 장도 좋습니다. 가을이 되면 더 기대되는 조합입니다. 만약 파티에 갈 거라면 살짝 톤이 올라간 오프화이트 타이를 함께 해 줄 것입니다. 우아하게 만들어진 밝은 컬러가 여기저기 맞닿아 오묘하고 절묘하게 그려진 고고한 매력을 그려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자신만의 꾸미는 아이템이 있으신가요? 중요한 날, 화려하고 싶은 날 입을 만한 아이템 말입니다. 슈트, 재킷, 팬츠 혹은 가방까지 어떤 것이든 그 물건은 나를 자신감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 재킷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감이 필요한 어느 순간 나를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아이템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런 아이템 하나 정도는 옷장 속에 넣어두고 주인공이 될 나를 꿈꾸어야 합니다. 그 순간은 언제 올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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