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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JiYou Jul 18. 2022

모르는 사이 (4)

4화. 후회하지..

[줄거리]


윤재와 만나러 나온 희영은 윤재의 돌발적인 행동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묻어 두어야 했던 지난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갖았던 소중한 것을 놓아야 했던 희영은 윤재마저 밀어내려 한다. 


[등장인물]


희영, 윤희, 루이, 윤재, 시연

다비드 (50) : 엄마의 남자 친구이자 루이의 아버지




희영 (N) : 내가 그때.. 혼자 파리에 남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엄마의 손을 치료해 준 의사 선생님이 루이의 아버지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엄마한테 솔직히 말했으면.. 어땠을까..


E. 장면 전환 [회상]

M. 슬프지는 않지만 멜랑꼴리한 멜로디


윤희 : (약간 들떠 있다) 희영아.. 알지? 여기는 엄마 손 재활치료 담당해주신 의사 선생님... 다비드야.


다비드 : 반갑구나, 알고 보니 우리 아들이랑 같은 학교 학생이더구나. (웃음) 이런 우연이 있다니.. 우리가 인연이긴 한가보다. 


희영 :... 네... 


윤희 : 희영아, (조금 뜸 들인다) 엄마랑 다비드..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좋은 마음으로 서로 진지하게 만나보려고 해. 근데.. 니 허락이 필요할 거 같아서..


희영 (N) :... 엄마, 안 돼.. 안 돼.. 



E. 장면 전환. 새소리. 루이와 희영 함께 있다


희영 : (웃으며) 재밌지? 아니,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냐..? ㅋㅋㅋ 진짜 신기하지 않아? 


루이 : (신기) 그러게, 신기하다. 


희영 : 우리 엄마 손 고쳐준 사람이 너희 아버지라니... 이야...


E. 장면 전환 



윤희 : 다비드 덕분에 엄마 이제 손가락도 잘 움직이고.. 만날 수록 좋은 사람인 것 같아. 희영아, 그럼.. 엄마 응원해 주는 거지?


희영 : (애써 밝게) 응.. 엄마.. 두 분이 잘 어울리세요..


윤희 : (기뻐한다)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이.. 언제 다비드랑 루이랑, 넷이서 밥 한번 먹어야겠다! 그전에 네가 집에 한번 데려와도 좋고..


희영 (N) : 아니, 엄마.. 안 돼... 안되는데... 루이.. 내가 좋아하는 애란 말이야..




E. 장면 전환. 루이와 희영 함께 있다


루이 : 그럼, 우리 아버지가 장모님을 고쳐주셨으니까 나는 아버지 덕분에 점수 땄네? 이야.. 


희영 : 허, 뭐래..? 누가 니 장모님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릴! (멋쩍어 E. 자리를 뜬다)


루이 : 어허? 왜 말이 안 돼? 잠깐, 너 어디가, 이리 안 와? (도망치듯 뛰어가는 희영을 향해) 어어? 거기 서 유희영! (E. 뛴다)



E. 장면 전환


희영 : (마음과는 다르게) 응.. 엄마 그동안 혼자서 많이 외로웠을 텐데.. 너무 잘 됐다.. (저도 모르게 웃고 있다)


윤희 : 우리 딸.. 엄마가 왜 외로워... 네가 있는데... 너는 참... 속도 깊고... (희영의 머리칼을 넘기며) 내가 어떻게 너처럼 이렇게 착하고 이쁜 딸을 낳았을까... 


희영 (N) : 피아노가 전부였던 엄마였어. 근데 엄마한테는 이제 피아노도 없잖아.. 저 아저씨가 피아노 대신 엄마의 위안이 돼주려는 걸까.. 그걸 내가 막을 수 있을까.. 내가 엄마의 행복을 망치면 안 되잖아... 그럴 수는 없잖아.. (주문을 걸듯) 그래.. 여기에 있을 동안 만일 거야.. 한국에 가면 모든 게 정리될 거고.. 나는 어른이 돼서 다시 루이를 만나러 오면 돼.. 그때까지 조금만 참으면 돼... 


E. 장면 전환 [회상 끝]

음악 끝


희영 (N) : 하지만 나의 바람대로 되진 않았다. 두 분의 사이는 점점 더 좋아지셨고, 우리가 한국으로 떠나고 얼마 후.. 다비드 아저씨는 일찍 은퇴를 하고 한국으로 엄마를 만나러 왔다. 그리고 그 둘은 작은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지금까지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엄마에게 뜻밖의 루이의 소식을 들은 건, 다비드 아저씨가 한국에 오고 나서였다. 



E. 장면 전환. [회상]


윤희 : (난처해하며) 희영아.. 루이가.. 사라졌단다..


희영 :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윤희 : 루이가.. 갑자기 학교도 그만두고 떠났다는데..


희영 : 뭐라고?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어디..로? 왜?


윤희 : 자퇴하고.. 사진기 하나 들고.. 캐나다로 사진 찍으러 가겠다고.. 공부도 잘하고 앞이 창창하던 아이 었는데.. 그렇게 예술가 기질이 있을 줄은 다비드도 몰랐데.. (한숨) 다 버리고 그렇게 가버리다니... 어우 참..


희영 : (작게) 루이... 




희영 (N) : 사진 찍는 게 취미였던 아이이긴 했다. 하지만.. 모든 걸 버리고 사진 찍으러 떠날 만큼 무모한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문득 한국으로 떠나오기 전 루이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루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내뱉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루이는 차갑고 조용했다. 처음 보는 낯선 모습이었다. 



E. 장면 전환. [회상의 회상] 파리의 어느 공원.


희영 : 루이, 그러니까. (애써 밝게) 우리 두 분 축복해 주자! 응? 우리 잘하면.. 남매 될 수도 있겠다, 그치? 그럼 진짜 가까이에서 매일매일 볼 수 있겠다. 그치? 좋지? 응? 아이.. 왜 대답을 안 해?


루이 : (차갑게) 난 싫어.


희영 :.. 어?.. 루이..


루이 : 너랑 남매를 왜 해. (작게) 다신 안 볼 거야. 아빠도.. 너도. 


희영 :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나 잘 못 들은 거 같아.


루이 : 아냐. 혼잣말이야. 신경 쓰지 마.


희영 :..


루이 : 너는.. (마음이 아파 잠시 말을 못 잇는다) 너는 나에 대한 마음이.. 그냥 거기까지였던 거야?


희영:... 어?


루이 : 남매.. (한숨)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그 정도밖에 안된다는 거지..?


희영 : 에이.. 왜 그래.. 이러지 마.. 응?


루이 : 넌.. 다 잊었어?


희영 :... 응..?


루이 : (E.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며 희영의 두 팔을 덥석 잡는다) 기억 안 나?


희영 : (갑작스러운 루이의 움직임에 움츠러들며 ) 기억..?


루이 : 너랑 나.. (다가가는 호)


희영 : (피하는 호)


희영 (N) : 키스하려는 듯 다가오는 루이를.. 나는.. 피하고 말았다.. 루이는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가만히 잡았던 팔을 놓았다. 


루이 : 공항에는.. 못 나갈 거 같아.


희영 : 으응... 알아. 그때 시험이잖아.


루이 :..(E. 희영 어깨에 손을 얹고) 잘 있어.. 아프지 말고. 그리고.. 네가 날 뭘로 생각하든.. 제발 날 잊진 말아줘.


희영 : 그러엄.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왜 잊어.. (밝게 웃는다) 한국 놀러 와. 이 누나가 극진히 모실게. 헤헤


희영 (N) : 루이는 말없이 한참을 날 보았다.


루이 : (말없이 희영을 보다가) 나 간다.

E. 루이 일어서서 나가는 소리


희영 : 아.. 벌써?... 루이야...? .. 어.... 루이야..







E. 장면 전환


윤재 : 너..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며 희영의 두 팔을 살며시 잡는다) 나 기억 안 나?


희영 : (윤재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하지만 순간 두근거린다)..... 어?


윤재 : 나... 기억.... 안나냐구?


희영 : 기억...?



희영 (N) : (담담하게) 후회한다.. 루이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그날의 나를.. 


윤재 : 희영아?


희영 (N) : (확신하듯)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엄마에게 솔직하지 않았던 내 모습을..


윤재 : 희영아?


희영 (N)  : (멍하게)... 아니..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윤재 : 야, 유희영!


희영 :... 어?


윤재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희영 : 아...


윤재 : 나.. 기억 안나냐구..


희영 : (E. 윤재의 손에서 스륵 벗어나며) 응.. 기억 안 나는데? 


윤재 (N) : 내가 잡은 두 팔을 뿌리치고 빠져나간 희영이의 모습에 아쉬움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이게 얼마 만에 만난 건데.. 내가 너무 급했나? (사이) 이제 정말 사실을 고백해야겠지.


윤재 : 나...


희영 : (O.L) 나 피곤하다. 늦었어. 가라.

E. 뒤돌아 걷는 희영의 발걸음 소리


희영 (N) : 정신 차려 유희영. 그냥 지금 이대로 좋잖아. 혹시라도 또 누군가가 좋아진다 해도.. 어차피 언젠가는 또 헤어질 거잖아.. 




E. 장면 전환 [회상] 카페 소음.


시연 : 그게 무슨 소리야. (헛웃음) 헤어지자니? 이렇게 갑자기?


윤재 : 미안해. (사이) 너 좋은 사람이야. 알지? 곧 다시 좋은 사람 만날 거야.


시연 : 미친놈. 그럼 넌 날 왜 차냐?


E. 효과음 잠시 멈춤


희영 (N) : 그런 이유로 여자랑 헤어진 얘랑은 더더욱.. 그런 꼴을 보이고 나서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미친놈...


E. 효과음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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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 :... 그 사람... 찾았어. 


시연 :.. 뭐..?


윤재 :..


시연 : 아아.. 네가 맨날 말했던.. 그 사라진 첫사랑? 


윤재 : 응.


시연 : 아... (사이) 그래. 그 이유라면 뭐..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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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장면 전환 [회상 끝]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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