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빵과 떡을 유별나게 좋아하던 어린이는, 돈을 버는 어른이 되자 정신 놓고 탄수화물을 사들이기 시작하는데, 그게 내 이야기이다.
제법 번화가 쪽에 위치한 직장 덕분에 맛집으로 유명한 빵집들이 근처에 많이 있다는 것도 덕후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요즘은 어찌나 인테리어도 잘해놓았는지, 지나가다 가게가 예뻐서 어?! 멈춰 서면 향긋한 빵 냄새에 어어?!!? 하게 되는 것이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빵은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빵들이 전부였다. 예를 들면 앙금에 조금 변화를 준 단팥빵이라던지, 피자빵, 식빵, 그것도 아니면 계란을 올려놓은 토스트 빵 같은 것들. 그나마도 파리바게트는 가뭄에 콩 나듯 먹어볼 수 있었고, 대부분 시장에서 좌판에 가득 올려놓고 파는 앙금 빵들이 전부였다.
그랬던 내게 개인 빵집들은 너무 큰 충격과 신세계였다.
마들렌이 뭔데요? 휘낭시에가 뭔데요!?
이름도 찬란하여 이게 도대체 무슨 빵인지, 안에는 어떤 앙금이 들어있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건지 고민하게 만든 빵들. 처음엔 무슨 주먹만 한 빵 하나에 삼사천 원씩 하냐며 망설였지만, 그 세계에 한 번 발을 들이니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더라.
개 중 기영이가 바나나를 처음 먹던 그 순간처럼, 나를 한 번에 매료한 탄수화물 덩어리가 있었으니,
제 사진 실력은 최악에 속한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그건 바로 내 사랑 스콘 되시겠다.
일각에선 이 니맛도 내 맛도 아닌 빵을 도대체 왜 먹냐는 의견도 있다. (근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나도 처음엔 이 퍽퍽한 빵의 매력이 대체 뭔가 고민했다.) 보통 스콘을 사면 딸기잼이나 발라먹는 버터를 챙겨주기에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콘 맛집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나의 기준, 정말 맛있는 스콘은 겉바속촉.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속살은 촉촉하고 고소한, 별 다른 첨가물 없이 스콘만 와구 와구 먹어도 끝 맛에 고소~함이 맴도는 스콘이다. 너무 퍽퍽하거나 너무 부들부들한 건 또 스콘으로써 매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 밸런스를 조절한다는 것.
그리고 그 완벽한 밸런스의 스콘을 한 입 깨문다는 것.
요리왕 비룡이 황금 볶음밥을 처음 먹었을 때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요즘은 집 주변에도 개인 빵집들이 많이 생겼다. 게다가 메뉴도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아졌는데, 돈 버는 빵 덕후로서 이 보다 더 기쁜 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작년에 건강검진을 마치고서, 탄수화물을 좀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더라고요... 밀가루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우리 회사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빵집 터는 날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졌다. 같이 밥을 먹는 직원과는 식 후 산책이라는 허울 좋은 이유를 생성해 낸 상태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금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자동으로 열리는 지갑을 볼 수 있는 날.
만만치 않은 가격에 매번 과소비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오늘 산 스콘으로 나는 주말을 또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행복. 그 행복을 사러 오늘도 나는 빵집을 향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