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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Jun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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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교정지 밖

교정지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집에 돌아와 보니 메일함에 소설 2교가 와 있다. 소설 교정은 재밌다. 잘 쓴 작품일수록 더 재밌다. 문장을 고치는 일은 때론 새로 쓰는 것만큼 흥미롭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설 일은 많지 않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비하면 작업비가 짜다. 어쩌자고 이런 일이 재밌는가.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백석 시대(실제 이런 표현은 없다)가 그립다"라고 적힌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백석이 살던 때는 문인 숫자가 얼마 안 됐다.  끼리끼리 동인도 만들고 잡지도 만들고, 이름 있는 문인이 되기만 하면, 시며 소설 쉽 잡지에 발표할 수 있었다. 잡지는 대 히트였고, 독자들은 꼼꼼히 읽었다.

누군가 그 밑에 댓글을 달았다. 그 시대, 일제강점기라고.

맞다. 백석의 시대는 문인들에게 '살벌한' 낭만의 시대였다.


요즘 출간하는 많은 작가들은 지금 시대를 어떻게 느낄까. 일정 홍보 기간이 지나면(아마도 그전부터) 편집자는 바로 다음 책을 작업한다. 그 모습에 벙쩌하는 작가도 있다. 수개월 애썼는데... 통장에 찍힌 금액은 우스우니까. 하지만 전문 저자들은 역시나 바로 다음 책 집필에 들어간다. 독서하는 사람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데, 신간 달마다  쏟아진다. 그러나 읽히지 못한 책은... 그야말로 유기견 신세다.

이것은 여러 해 반복된 오래된 이야기.

어쩌면 지금은 멈추면 사라지는 시대가 아닌지.

귀 닫고 다시 교정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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