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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Jul 18. 2024

책 내기 어려운 이유

출판 <글쓰기 <판매

오래전 일이다. 교사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아는 출판사 있냐고.

대화는 "아는 선생님이 글을 썼는데"라는 친구의 말로 시작해 나의 이런 대답으로 끝났다. 

"네가 아는 출판사가 내가 아는 출판사야"

원고도 안 보고 이렇게 말하면 서운하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읽어보고 출판사에 전달하는 것과 선호하는 출판사에 바로 원고를 투고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 내가 별 볼 일 없는 편집자라서 그렇기도 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 어떻게 출판할까 망설이는 사이 많은 사람이 이미 기획안까지 써서 출판사에 원고를 넣고 있다. 

아는 편집자가 새로 발굴한 엄청난 신인이라고 말한다 해도 결국 그 투고 원고들 사이에서 돋보여야 출판이 결정된다. 내 원고에 자신 있다면 여러 출판사에 기획안과 원고 일부를 보내고, 그중에 연락 오는 출판사 중에서 한 곳을 골라 계약하는 게 가장 좋다. 

출판사에 보낼 기획안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는 포스팅도 많이 봤는데, 내가 보기에 대단한 요령은 필요 없다. 없는 기획을 새로 쓰는 것도 아니고 다 작성한 원고의 기획안을 쓰는 것이니 그 글을 왜 어떻게 누구 읽으라고 썼는지 소개만 잘하면 된다. 

소설가 장강명 씨는 <당선, 합격, 계급>이란 책에서 문학상으로 등단한 이후 새 작품을 출판사에 투고한 경험을 소개한다. 그는 큰 상을 탄 어엿한 문인이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그 소설을 다른 문학상에 공모했고, 보란 듯이 당선됐다. 출판사의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글을 써서 책을 내기로 했다면. 

사실, 나도 책 한 권 내고 싶다 혹은 작가가 되고 싶다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개연성 있는 목차를 꾸릴 만한 돋보이는' 글을 한 권 분량으로 써 놓은 게 없는 것이다. '내가 써도 이보다는 잘 쓰겠다' 하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책은 썼으니 출판된 것이고, '나'는 안 썼다. 결론은, 


준비된 좋은 글이 있다면 출판은 글쓰기보단 쉽다.
 
 

편집자들 모임을 어느 출판사의 옥상 공간을 빌려서 했다. 그 공간은 누구에게나 대여되는 공간이었다. 옥상으로 가면서 한 편집자가 말했다. 여기 나 다닐 땐 한 층밖에 안 썼는데, 건물을 샀나 보네. 다른 편집자가 말했다. 출판으로 번 돈은 아닐 거야. 출판에서 나온 이익을 종잣돈 삼아 다른 데 투자했을 것이라고. 

마진율이 높긴 하지만, 출판은 어마어마한 돈을 가져다주진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출판으로 돈을 벌어도 그 돈을 출판에만 투자하지는 않는다.  얼른 생각해 봐도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 일 년에 12권 책을 내는 출판사에 베스트셀러는 과연 몇 권일까. 1쇄 이상 찍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 

내가 아는 편집자는 몇 년 전 브런치스토리 대상을 받고 책을 출간했다. 또 아는 출판사에서는 브런치스토리 대상을 통해 한 작가를 발굴했다. 둘 다 1쇄에 그쳤다. 책을 내려면 좋은 원고가 필요한데, 좋은 원고로 출간해도 파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책 내기 어렵다는 건 팔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많은 작가와 출판사가 새로 생겨나고 책을 출간하고 버티다 사라진다. 글쓰기와 출판은 그 정도로 매력이 있는 일일까. 더군다나 요즘 같은 '문송의 시대'에! 

내가 엄청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을 보면, 내 책이 이번엔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하고 꿈꾸는 사람 표정이 그려져 있다. 책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분명 이 시대에 소수파다. 한 선배가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그 칸에 책 들고 있는 사람이 본인뿐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이 일화가 벌써 십 년 전이다. 만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그런 마이너함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나중에는 자연인 같은 콘셉트로 방송에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드디어 만난 독서인!! 



덧)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책 제목이 갑자기 생각 나서 검색했는데, 작년에 2권도 나왔었네. 오호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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