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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Nov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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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

월요일에 헬스 등록했다. 물론 런닝만 한다. 아니 걷기만 한다.

남편은 늘 내 건강을 걱정했다. 그렇게 앉아서 글만 읽으면 늙어 고생한다고. 끼니 시간 맞춰 안 먹고 아무거나 되는대로 먹으면 속병 든다고. 남편의 예은 당연히 적중했고, 이제는 남편 말을 듣기로 했다.

얼마 전 혼자 콩나물국밥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혼자 식당 가는 건 어렵지 않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힘들 뿐. 남편에게 연락했더니 잘했다고 칭찬한다. 남편도 혼자 점심을 먹고 있다고.

맞다. 직장에 다녀도 혼자 먹는 날 있다.

'자기 관리'라는 말이 있다. 내가 서류나 물건도 아닌데, '관리'? 좀 이상한 말이지만 흔히 쓰인다. 아무튼 스스로 몸과 정신의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같이 사는 사람이 힘들다. 그가 내 몫까지 신경 써야 한다. 그는 자기 건강도 스스로 챙기고 내 건강까지 챙겨야 하는 것이다. 잘못했다.

아버지 건강 회복하셨다. 뇌졸중 발 후 가장 중요하다는 6개월의 기간이 지나니 완전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마비가 풀렸다.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어 두 달 뒤에는 퇴원을 계획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잘못했다고 하셨다. 몸도 돌보지 않고 돈을 아끼며 살아온 날들이 헛된 것은 아니지만, 옳은 것도 아니었다고 깨달으신 듯했다.


오늘 손에 일이 없다. 번역서 초교를 마치고 나니 재교까지 시간이 비었다. 그 틈에 받은 책의 초교를 어제 보냈다. 번역서의 재교가 오기 전에 이 책은 끝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11월도 교정지와 함께 보내겠지. 오늘처럼 여유가 있는 날에는 다른 걸 읽어 내야겠다. 내 몸, 내 마음, 내 정신줄, 우리 가족의 안녕 같은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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