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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단상

보는 눈은 있어서

by 대낮

이리저리 흘러 다니며 브런치의 글을 읽는 날이 있다. 검색어를 넣어 보거나 댓글을 타고 가서 읽는다. 브런치는 긴 글이 많아서 그런지 댓글이 따뜻하고 응원이 넘쳐난다. 모르는 작가가 길게 적어 놓은 글 아래 굳이 비판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가까운 듯한 브런치 이웃끼리도 마찬가지다. 글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대개가 '주례사 비평'이다. 예전에 국문과 작품 합평회에서 주고받던, 애정 담은 지적이라며 쏟아내던 날카로운 평가는 없다. 그런 평가가 굳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다.

브런치 작가들은 라이킷 수, 조회수 대비 라이킷 수, 댓글 수 등으로 해당 글의 흥행 여부를 가늠한다. 류귀복 작가는 라이킷과 구독 알람이 동시에 뜨면 너무 기뻐 그 사람의 브런치로 달려가 댓글을 쓴다고 적었다(작가님을 제 글에 갑자기 소환하여 죄송). 그에 비하면 나는 인색한 편이다.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도 구독을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어차피 몇 명 되지도 않지만 말이다.

한때 브런치는 내게 비공개 업무노트 같았다. 그러니 오히려 구독자 수가 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게 버릇이 돼서 실컷 읽고도 읽은 흔적 없이 지나갈 때가 많다. 작가의 다음 글이 기대되면 구독을 누르지만 너무 자주 글이 올라오거나 내가 한동안 그 브런치 글을 안 읽으면 구독을 해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구독 버튼을 즐겨찾기처럼 쓴 셈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 브런치는 그만큼 한가하니까. 다만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브런치에서, 괜히 편집자가 꾸준히 읽어주는구나 하는 오해를 남길까 봐 신경이 쓰인다. 나는 쥐뿔도 없는 외주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지만 그래도 어떤 글은 너무 재밌게 읽어 저절로 하트를 눌렀다. 댓글도 적었다. 처음에 슈퍼피포님(최재운 작가) 브런치를 봤을 때는 매거진에 있는 글의 주제에 혹해서 줄줄이 읽으면서 하트를 계속 누르기도 했다. 그만큼 브런치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꽤 많다.

신기하고 보람찬 것은 내가 그들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원고와 많은 책을 보면서 눈이 트였나. 눈이 먼저 트이면 자기 글에 도저히 만족을 못해 글을 못 쓴다던데, 어차피 나는 글발 필요한 작가는 아니니 눈이라도 트인 게 어디냐 싶다.

오늘도 그런 경험을 했다. 어느 브런치 글을 읽는데, 작가의 다른 글을 클릭하게 할 만큼 잘 썼다. 누구지? 하며 다른 글을 읽었다. 작가 소개를 먼저 보면 될 일인데 나는 꼭 다른 글부터 보곤 한다. 그러다 최근에 출간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 제목! 얼마 전 출판사 대표가 페북에 게시한 걸 본 적이 있는 책이었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이 브런치가 그 작가의 브런치라니.... 나만 몰랐을 뿐, 이 작가는 구독자가 많았고,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는 소개가 있었다. 그래, 게으르고 정보가 느려 문제지, 역시 보는 눈은 있다. 브런치는 홍보력은 약하지만 상당히 유용한 플랫폼이라 멋진 작가들도 많이 모여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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