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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joou Nov 13. 2022

두 번째 사건 기록; 내가 진정으로 좋아했던 것들

나에게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을 기록하기

얼마  엄마에게 집에 쌓여 있는 어렸을  상장들과 상패를 가져가라 연락이 왔다. 집을 정리하시면서 발견한 나의 유물들이 엄마에게는 너무 소중해 버리지 못하시겠다고 했다. 그렇게 들고 온 종이 뭉터기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희미해진 기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문득 어릴 적 나는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에 집중했으며 그리고 어떤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는지 알고 싶어졌다.


호기심이 많은 편에 속했다. 특히 학교에서 하는 각종 방과 후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주로 노래를 불렀고, 장구를 쳤으며 종이 공예를 했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누군가에게 지는 것이 싫어 100m 달리기에서는 신발을 벗고 달렸다. 도대체 그게 왜 더 빠르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불행하게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늘 같지 않듯이 상장들을 들여다보면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미술이, 그림 그리는 이 나에게 그러했다. 엄마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건 나에게 일상이었는데, 제대로 ‘그림을 그린다’의 첫 행위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그룹 과외를 받았던 것이었다. 어릴 적 선생님들의 한 마디는 아이와 부모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당시 과외 선생님의 ‘해주는 정말 재능이 뛰어나요’라는 한 마디에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나에게 그런 재능이 실제 존재하는 줄 착각하고 살았다. 물론 그 재능 덕분에 종종 그림 대회에서 상을 탔고 가장 큰 성과는 소년한국일보사에서 주최한 ‘소년한국일보미술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것이었다. 천재가 아니었음은 분명했고, 재능을 최고의 역량을 키워낼 정도의 사랑은 아니었던 것이다. 

고이 보관되어 있던 나의 실제 상장


그럼에도 나는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13층에 살던 언니와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스토리를 짜고 그림을 그려  편의 만화를 완성하곤 했다.  손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은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컸다. 상장과 같이 손에 쥐는 실질적인 것이 없어도 행복했다. 돌이켜보면 ‘그리는  대한 행위와 ‘ 그리는 보다 그림을 그리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나는 진정으로 좋아했던  같다. 


그림 그리는 것만큼 재미를 느끼진 못했지만 성과는 훨씬 좋았던 분야가 있다. 독창부터 합창까지, 초등학교 시절 나는 각종 노래 부르기 대회에 나갔는데 늘 본상을 받아 돌아왔다. 사실 난 연습하고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상을 타는 일련의 과정을 즐기지 못했다. 그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을 뿐.

그런 나에게 음악을 진정으로 즐길  있는 계기가 생겼다. 일하시는 엄마와 7 터울의 언니 덕분에 집에  혼자 있어야 했던 나는 자주 언니 방에 몰래 들어가 언니가 모아둔 CD 틀어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거나 누워서 음악과 함께 공상에 빠지곤 했다.  


음악을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현재에서 도피하는  순간들을 즐겼다. 그렇게 음악은 나에게  다른 세상과의 매개체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종종 내 멋대로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른다. 그럼 배우자는 이걸 녹음해 그럴싸한 반주를 만들어낸다.  반주에 우리  사람의 목소리를 얹어 우리만의 이야기와 추억을 그린다. 마치 그림을 그려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듯이.


 외에도 상장의 분야는 다양했다. 글짓기 대회,  낭송대회, 한자 경시대회 그리고 임원 임명장과 리더십 과정 수료증 . 호기심이 많았던 나답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있다면 열심히 탐험했다.


최근 상담을 받으며 나에게 재미라는 단어는 구체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이 재미 즉, 도전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위가 아닌 그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성과와 성취감 또한 중요했지만 그것은 결국 따라오는 것이었을 뿐, 도전하고 싶은 다양한 경험을 즐기고 몰입하는 과정이 상장과 트로피에 관계없이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길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이 기준을 기억할 것이다. 내 삶을 이 과정들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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