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언젠가 다시...
지난 2009년부터 다녀왔던 회사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이별이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온 터라
몸이 붕 뜬 것 마냥 정신이 아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번의 인턴을 거쳐 자리잡았던 회사였다.
기자로 입사했다가 회사가 업종을 바꾼 것이 3번.
6년 이라는 시간동안 동료들이
수십차례 퇴사를 거듭했었고
나는 늘 그들을 배웅하는 입장이었다.
언제나 망부석이 된 것 마냥
그들 뒷모습만 바라보며 있어왔는데
이젠 내가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갈 때가 찾아왔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원망하며 회사를 떠났던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었다.
그래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떠나갈 땐 그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떠나가자고
나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바람처럼
나는 지금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며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6년 간 회사에 있으면서 어느 하루도 도전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업종에 따라 역할도 달라졌고
나는 부지런히 바뀐 역할에 적응하려고 애를 썼다.
업체의 갑질에 자괴감이 들었던 날도
또한 과도한 업무량에 무릎이 휘청일 정도로 지쳤던 날도
회사가 회생불능의 지경에 빠진 지금의 날도
어떻게든 추억으로 남기려고 한다.
좋았던 날들이야 좋게 남겠지만
안 좋은 기억들을 내 속에서 그대로 묵혀두면
지난 내 6년의 시간들이
너무도 처량해지기에
모두 모두 내 경험의 좋은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려고 한다.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을 동료로 만나는 것과
어느 정도의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운이 없었고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동료를 좋은 동료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해
그들에게 미안하고
스스로 반성도 해야만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6년 간 한번도 꺼내들지 않았던 이력서에
지난 6년간의 흔적을 기록하고
내 지난날을 평가하고
나를 동료로 맞아 줄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이별의 아찔함보다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아들과
조금 더 믿음직스런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
그 두려움마저 설레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작이다.
왔는지 안 왔는지
잠시 스쳐갔는지 모를
내 인생 좋은 날.
그 날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