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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Feb 05. 2024

리더라면, ‘나를 보완하는 놈들’에 주목하자

배기홍 님의 글을 읽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벌이는 놈, 말리는 놈, 치우는 놈'의 내용은 이렇다(원 글은 아래에 링크).


“창업팀의 이상적인 구성은 다양한 성향을 고루 갖춘 멤버들로 이뤄져야 한다. 벌이는 놈은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실행에 강한 성향, 말리는 놈은 일을 완결 짓고 체계적으로 일하는 성향을 지녀야 한다. 벌인 일을 정리하고 치우는 놈도 필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역량이 상호 보완과 견제를 통해 팀이 오랫동안 깨지지 않으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게 한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구성원들로 이뤄진 팀은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뭔가를 이루어낼 가능성이 크다. 실패의 여지가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성향의 팀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하면 언젠가는 성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원 글에서는 스타트업에 이런 놈들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생각해 보니 이런 '놈들'은 비단 스타트업에만 필요하지 않다. 회사의 단위 조직인 팀 단위는 물론이요, 심지어 작은 서브 조직일지라도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다양하게 섞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가 어려운 것은 고객과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옷을 갈아입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걸 따라가야 하는 만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갈아타고 변화해야 하는 주체가 바로 조직이다. 과거의 영광은 잊지 않아야겠으나 영원하지 않은 법.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기에 필요한 방법과 자원은 다양할 텐데, 그중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벌이고, 말리고, 치우는' 일의 지루하지만 열정적인 반복이 아닐까 싶다.


이미 기틀이 잡힌 - 즉 운영 체계가 있는 -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팀’이란 특정한 기능을 부여받았기에 존재한다. 어떤 기능이 필요한 상황은 탄생이나 존재의 이유가 되는데, 존재의 이유라는 것의 속성은 보통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대가 변하고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당연하던 것조차 의심받는다. 예를 들어 주요 유통 방식이 온라인, 이커머스로 변한 지금, 시판 채널을 관리하고 담당하는 부서가 비대할 이유를 찾기 쉽지 않다. 가족이 주말이면 나들이하듯 찾아가던 대형 마트가 이제는 존폐의 위기에 몰려 있다. 식당에서 식사하기보다는 배달을 선호하기에 판매 메뉴에 따라 손님이 앉을자리가 많이 없어도 된다.


이미 존재 이유가 명확했던 까닭에 '난 해야 하는 일 진짜 열심해할 거야!’라고 마음먹기 쉽다. 이런 마음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자칫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왜 그럴까? 앞서 말한 것처럼 시장 상황은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 파도치는 바다와 같기 때문이다. 항해를 하려면 바람과 하늘의 변화를 읽고, 별자리를 참고하며 능동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만히 풍경 감상 하다가 노 몇 번 저어주었다간 매번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 밖엔 못한다.


일만 벌였다가 수습하지 못하는 것도 존재 이유를 갉아먹는 것이니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처음엔 대단한 일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떠벌려도 구체적 성과가 없으면 곤란하다. 남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입만 살아 있는 부서/사람으로 낙인찍히면 정작 필요한 경우에 부름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팀에는 (무모하든 치밀하든 정치적이든)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일을 벌이기만 하면 안 되니까 당연히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시도해보고, 잠시 뒤로 미루기도 하고, 동료가 지르면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능력을 가진 컨트롤 타워가 반대 편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꿈과 희망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결과를 내는 사람(역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실무자 없는 기획서는 종이쪼가리일 뿐이다.


이런 적절한 구성이 되도록 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이다. 성공하는 조직으로 나아가려면 우선 리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성향 파악부터 하자. 메타인지라고 할까. 스스로 벌이는 놈이면 말리고 치울 사람을 마련하자. 자기는 주로 말리는 성격이라면 나 대신 벌이는 사람과 실무자를 챙기자. 그렇게 내게 없는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 리더가 벌이기도 하고, 스스로 말리기도 하고, 담당자처럼 실무까지 챙기려 하다 보면 개인 스스로는 잘 나갈지 몰라도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 사실 그걸 균형 있게 다 잘하는 사람을 만나긴 어려웠다. 하나 더 첨언하면, 만약 당신이 리더가 아닐 땐 자기 리더의 특성을 보고, 내가 벌일지, 말릴지, 치울지 포지셔닝하는 것도 전략적인 선택의 하나가 될 것이다.


(배기홍 님 글)

https://www.thestartupbible.com/2024/01/the-starter-the-stopper-and-the-clean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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