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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 Mar 27. 2021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 즐기기 그리고 영국인의 차사랑

Afternoon tea in London

 영국에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영국인과 식사를 해보지 않았어도 '영국'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마치 제주도의 '해녀', '바람', '돌'처럼 어디선가 자주 들어 학습된 단어 말이다. 내 경우에는 '비', '차(茶)', '악센트'였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영국인들은 정말 차를 많이 마실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처음 내게 차의 매력을 알려준 사람은 독일에서 만난 대만 친구였다. 식사에 초대받았는데, 식사할 때 꼭 차와 함께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해서 익숙하진 않았지만 따라 해 봤다. 그래서 차를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나라 사람들은 다 그러는지 궁금했는데, 영국에 살아보니 그들이 차 사랑은 정말 남달랐다.


 첫 번째로, 차 가게, 찻집, 찻잔 브랜드 등 차와 관련된 가게가 흔하다. 대표적으로 포트넘앤메이슨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즌에는 더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바로 티 세트다. 그리고 찻집(Tea room, Tea cafe)은 관광객 필수 코스인데, 현지인들도 자주 찾아서 유명한 곳은 피크타임에 예약 잡기도 힘들다. 코스별로 가격이 상이하지만 제일 낮은 가격도 밥 한 끼 값과 비슷한데 자리가 없어서 못 간다. 지금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지만.

주변 국가에 비하면 영국에서는 살만한 선물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내 기준으로는 정말 살 게 없어서 고민일 정도였다.)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게 바로 티 세트다.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무엇보다 영국을 대표하는 느낌이라서 딱이다. 하지만 차를 잘 마시지 않는 분께 선물했더니 유통기한이 다 지날 때까지 티백이 남았다는 웃픈 에피소드가 있었다. 찻잔의 경우는 아직 한국에 입점되지 않은 브랜드도 많고, 왕실에 납품할 정도로 고풍스럽고 우아하다는 특징이 있다.


 두 번째는, 한여름을 제외하고 영국인의 하루는 차와 함께이다. 비바람이 부는 날이 많아서 그리 낮지 않은 기온에도 체감 온도가 낮다. 외출 후 집에 들어오면 바로 포트(혹은 주전자)부터 끓이고, 전기장판을 켠다. 영국식 건물의 실내는 한국처럼 따뜻하지 않고, 라이데이터(난방기기)를 오래 켜면 전기세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 다. 밧줄로 고정하는 낡은 창문이 달린 집에 살아보니 외풍이 정말 심하다. 해리포터가 판타지는 맞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영국 문화는 진짜였다.

 영국인들은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고, 담소를 나누고, 티비를 본다. 한국 예능 방송에서 영국에 대한 소재가 나오면 영국 발음을 따라 하며 "Would you like a cup tea?"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는데, 영국인은 집에 손님을 초대하면 정말 차부터 권했다.

어디까지나 내가 겪고,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적은 내용으로, 그렇지 않은 영국인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락다운 기간 동안 플랏 메이트들과 차 많이 마시는 것을 따라 해 봤는데 화장실 가는 횟수가 많이 늘어서 귀찮았다.



 마지막으로, 영국인들은 티룸에서 모임을 즐긴다.

이건 나이 대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해당될지도 모른다. 런던에 놀러 온 친구가 애프터눈 티 세트를 꼭 먹어보고 싶다길래 센트럴에서 급하게 찾아간 적이 있다. 센트럴은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웬걸 대부분이 영국인이었다.


이렇게 2인 세트가 나오는데 무려 £45였다. 한국 돈으로는 약 7만 원이다. 우리 같은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보통 차 한잔과 빵 한 개씩 정도만 주문했다.

두 번째 트레이에 담긴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딸기잼은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저트 조합이다. 차와 함께 즐기는데 어쩌면 그들에게는 디저트가 아닌 아침메뉴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카페에도 메뉴에 차 종류가 있긴 하지만 영국의 찻집은 그것과 매우 다른 느낌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주전자와 우유 그리고 사진에 보이지는 안지만 잎 거름망까지, 도구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친구가 차를 내리는 게 너무 어설퍼보였는지 옆에 계신 어르신들께서 계속 지켜보시다가 가르쳐주시기도 했다.



 영국 전국 여행을 다녀보니 센트럴의 큰 티룸 말고 동네의 작은 티룸에도 손님이 많다. 수십 년 혹은 백 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곳도 있고, 체인점도 있다. 집에서 매번 티 세트를 꺼내 차려마실 수는 없으니, 집 근처 티룸에 나와 가족이나 친구들과 차를 즐기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국에 가게 된다면 주말 아침과 점심 사이에 티룸을 꼭 방문해서 티 세트를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꼭 주말 오전 이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풍경에 '하하호호'하는 배경음이 저절로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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