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I Apr 16. 2021

영국의 10-20대는 무슨 옷을 입을까?

꾸미거나 안 꾸미거나

 매년 팬톤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컬러', 보그에서 한 시즌 미리 배포하는 '패션 칼럼'등으로 대충 유행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청바지처럼 시즌이나 유행에 상관없는 머스트잇 아이템도 있지만 구체적인 핏이나 소재를 따지면 분명 그 안에서도 유행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한때 스키니진이나 코팅진이 크게 유행했던 것처럼.


 영국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을 돌며 현지인들이 입는 패션 스타일의 공통점을 찾아냈는데 한국과 다른 들이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10-20대의 패션 스타일 대해 써보려 한다.


 직접 가보기 전, 책으로 읽었던 유럽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중에 '유행이나 브랜드에 민감하지 않고,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각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는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남이 무엇을 입고, 어떻게 꾸몄는지 평가하지 않고, 반대로 본인도 남의 시선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이 너무 옛날 책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극소수를 상대로 결론을 지어버린 것인지, 내가 겪은 유럽은 그렇지 않았다. 아, 물론 사람을 몇 그룹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내 경험상 '꾸미거나 안 꾸미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루밍하는데 몇 시간이 걸렸을까 싶은 사람들과 몇 초가 걸렸을까 싶은 사람들이 다 있다.


 런던과 파리특히 다른 도시에 비해 옷가게가 많고, 도시 내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기로 유명한 동네'가 있다. 그런 동네에 가면 미니 패션위크가 열린 것 같은 분위기다. 머리카락 색깔이 여러 개인 사람, 손가락에 반지만 10개 넘게 낀 사람, 두피까지 타투한 사람, 바이크웨어에 선글라스까지 낀 사람 등 수만 가지의 개성이 모인다. 한국에서 개성 넘친다는 사람들의 스타일도 저곳에서는 평범해질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유행하는 스타일로 입은 사람들이 많아 10명에 1명 꼴로는 완전히 똑같은 패션을 보게 된다. ('저 사람 방금 지나가지 않았나..? 같은 사람 아닌가?)


 10-20대가 좋아하는 브랜드 또한 다양하다. MZ세대는 명품 소비율이 높은 동시에 가성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로드샵 브랜드와 적절히 번갈아가며 구매한다고 한다. 실제로 명품 매장 주변을 지나가다 보면 10-20대들이 자주 보인다. 직원에게 비니 사진을 보여주며 꼭 사고 싶다고 부탁하는 것을 보니 유명인이 착용한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것 같았다. SPA 브랜드나 컨템퍼러리 브랜드 매장에 가면 더 복잡하다. 계산 줄과 반품 줄 모두 끝이 안 보이고, 한정판이 나오는 날은 매장 밖에서 대기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많이 본 10-20대들의 주요 패션 아이템은 이렇다.


1. 루즈핏 데님 재킷

 스페인에서 학교 캠퍼스를 걷는데 다들 데님 재킷을 입고 있어서 한국인 친구에게 혹시 과잠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친구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던데, 정말 많이 보이긴 했나 보다.

 어느 브랜드에서나 구할 수 있고, 딱히 브랜드나 시즌에 구애받지 않아서 인기가 많나 보다.


2. 가죽 재킷

 그들은 데님 재킷 하나와 가죽 재킷 하나로 패션을 완성하는 것 같다. 동물 가죽을 사용한 의류 제품 생산에 반대하는 의견이라 사람들이 인조 가죽 제품을 구매했으면 하는데, 스페인과 이태리는 워낙 가죽으로 유명하다 보니 아직까지는 가죽 사용률이 높다.



3. 백팩

 잔스포트든 레인즈든 에코백만큼이나 백팩을 많이 멘다. 거기에 물병까지 꽂혀있으면 완벽한 유럽인 패션. (우리나라처럼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무료 화장실이 많은 문화가 아니라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4. 스키니진

 영국인 친구가 청바지를 사는데 같이 간 적이 있었다. 청바지 브랜드로 대표적인 리바이스에 갔는데 직원에게 스키니진이 있냐고 물었다. 직원이 입어보라고 준 추천해준 옷이 그 친구 기준에 그렇게 스키니 하지 않다며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왜 스트레잇 핏보다 스키니를 선호하냐고 물었는데 "다들 그렇게 입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스키니진은 절대 입지 않고, 통이 넓고 편한 바지를 선호해서 친구에게 진심이냐고 계속 되물었다.

 의류 매장에서 세일즈 어드바이저로 근무했을 때도, 손님들이 그렇게 스키니진을 찾았는데 '익스트림 스키니진'을 달라고 한 손님도 있었다. 과연 다리가 숨을 쉴 수 있을지 의문이다.

 


5. 하이웨스트 진

 반바지를 포함해 데님 하의는 배꼽 위까지 올라오는 하이웨스트 기장을 선호한다. 다리 길이에 굉장히 신경 쓰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다리를 앞으로 많이 내미는 것을 보아하니 어느 나라나 그 나이 대는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나 보다.

 

 이 외에도 컨버스 스니커즈, 선글라스, 비니, 헤드폰, 스웨이드 부츠 등이 있다. '익스트림 스키니진'과 '물병 꽂은 백팩'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10-20대 패션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복합된 지역이기도 하고 확실히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느낌이다. 내가 스페인과 영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남의 눈치를 덜 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코로나 때문에 사둔 옷들을 100% 입다가 오진 못했지만 외출하거나 출근(캐주얼 복장 문화) 할 때 아무렇게나 입고 나간 간 적이 확실히 많다. 한국에 와서 그때 입던 스타일로 외출하면 엄마가 화들짝 놀라긴 하신다. 왜 그렇게 스타일이 바뀌었냐며.


 나라를 막론하고 최신 패션 트렌드는 '본인을 위한 옷', '몸이 편안함을 느끼는 옷'인데, 제발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입고 싶은 대로, 신고 싶은 대로 고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영국 브랜드, 샬롯 틸버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