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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 Bo Jan 11. 2023

호기심이 허락되지 않는 영역

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이 세상에 궁금한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으며, 가고 싶은 곳도,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호기심은 대체로 좋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배움은 배움의 폭도 넓고 깊이도 있으며 무엇보다 과정이 즐겁다. 


미국에 있을 때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남미 등 여러 곳을 여행했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새로운 일들을 찾아다녔다. 내가 호기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이 하나 있었다. 마약이다. 


미국에서는 제일 위험한 것이 마약이다. 총은 다른 사람을 죽이지만 마약은 나를 죽인다. 


내가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에서 마약은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미국에 갔을 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미 마약에 대한 경각심 가득한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마약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중고등학교 때 마약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중고등학교에서 애들이 쉽게 마약에 노출된다는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적 걱정뿐만 아니라 마약 걱정도 해야 했다. LA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친구들의 사촌과 회사 동료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일도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난 일이었다. 충격적이었다. 죽은 사람들은 20,30대의 번듯한 직장을 갖고 있는 건강해 보이는 한국인 남자들이었다. 


마약이 왜 그렇게 위험할까? 대마초를 제외한 다른 마약들은 보통 몇 번의 사용으로 중독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호기심의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본인의 인생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까지 철저히 파괴한다. 마약을 사기 위해서 가족들의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며 마약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자식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다. 결과가 참담하고 파괴적이기 때문에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 전에는 반드시 마약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실제 사례를 찾아봐야 한다. 마약에 철저하게 망가진 몸과 인생을 보고도 호기심을 가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도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도 마약에 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마약에 손을 댈 확률이 더욱 높다. (미국이 실제로 그렇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마약이 꽤 많이 유통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마약도 종류가 다양하다. 


대마초는 미국의 20개 주 이상에서 합법이다. 처음에는 의료용 목적으로만 합법이었지만 지금은 캘리포니아주, 뉴욕주를 비롯한 몇몇 주에서도 의료용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합법이다. LA에 살 때 거리를 걷다 보면 낮에도 대마초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었다. 아파트 옆집에 살던 사람은 대마초를 너무 펴서 복도 카펫에 매퀘한 냄새가 진하게 배었다. 대마초 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스컹크 방귀 냄새'라고들 한다. 대마초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마초가 니코틴이 들어있는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덜하다고 한다. 대마초가 합법화되기 전에도 미국 대학교 다닐 때, 학생들이 대마초를 담배처럼 피기도 하고 초코 브라우니나 젤리 같은 데에 넣어 먹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마초를 포함한 모든 마약은 불법이다. 


대마초보다 훨씬 위험한 마약들이 있다. 식물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사람이 화학적으로 만들어낸 마약. 영어로 synthetic drug라고 한다. 중국에서 엄청 저가의 제품이 대량으로 제조되어 미국에 인터넷, 택배 등을 통해 유통되어 한동안 이슈가 많이 됐었다. 약에 중독된 아이들이 좀비처럼 변해서 다른 사람을 물어뜯고 공격하는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며칠 전에는 펜타닐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필라델피아 거리에서 몸을 반으로 꺾고 기괴한 자세로 서 있는 사람들의 영상이 sns에 돌아다닌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이며 효과가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 이상 강하다고 한다. 암 말기 환자들의 통증을 억제시킬 때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며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약물이다. 하지만 이런 약물이 시중에 유통되어 마약처럼 사용된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펜타닐을 복용 시에는 저산소증으로 뇌에 일시적으로 산소 공급이 안돼서 뇌의 모든 부분이 망가진다고 한다. 이 약물에 중독된 사람이 이상한 포즈로 서 있거나 행동을 하는 것도 뇌 손상 때문이다. 어떤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며 사망률도 마약 중에서 1위라고 한다. 시사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원하면 의사가 펜타닐을 쉽게 처방해 주는 영상이 나왔다. 충격적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마약을 알록달록 예쁜 색깔로 만든다고 한다. 형형색색 예쁜 색깔의 독약이 아이들을 유혹한다. 


'그냥 한 번은 괜찮겠지..' 이런 생각으로 했다간 내 인생도 가족의 인생도 망치는 것이 마약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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